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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Interview

국민과 공감하는 정책 펴는 행정안전부 이달곤 장관

“공학도에서 행정전문가 되기까지 남다른 인생행로, 발로 뛰며 만드는 희망”

글 김명희 기자 | 사진 박해윤 기자, 행정안전부 제공

입력 2009.06.17 17:04:00

“그동안 별일 없었습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면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가장 먼저 건네는 말이다. 행정안전부는 나라의 안살림을 담당하는 부처고 그런 의미에서 이달곤 장관은 가정 내 주부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어려운 경제여건 가운데 생활공감 정책을 펴며 국민들 앞으로 한발 다가선 행정안전부 이 장관을 만났다.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 위치한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장관실은 책상과 크고 작은 회의 테이블, 정성 들여 가꾼 화분 몇 개가 살림살이의 전부다. 공간은 그곳에 머무는 사람의 성격을 드러내는 법.
“오늘 인터뷰가 있는 걸 깜빡했다”는 이달곤 장관(56)은 “기억을 했더라면 옷을 좀 더 신경 써서 입었을 것”이라며 소탈하게 웃었다. 옆에서 누군가가 요즘엔 몸에 딱 붙는 수트가 유행이라고 말하자 이 장관은 “유행보다는 몸이 편한 게 우선”이라고 응수했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일 있으면 절차 얽매이지 않고 문제해결 중심으로 접근
국민과 공감하는 정책 펴는 행정안전부 이달곤 장관


이달곤 장관의 경력은 다소 이채롭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인 그는 행정학으로 전공을 바꿔 미국 하버드대에서 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런데 진로를 바꾼 이유가 엉뚱하다.
“공학을 공부할 때 반도체 시계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는 것. 결국 공학도의 길을 포기했지만 실용을 중시하는 가치관은 그의 삶 전반으로 이어졌고, 행정안전부 장관 취임 이후에는 정책으로도 드러나고 있다.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은 거대 담론이 아니라 생활에서 부딪히는 작은 불편들을 해소하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이사한 곳으로 우편물이 바로 올 수 있게 한다든가, 범죄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곳에 CCTV를 설치한다든가 하는 것들이죠.”
정부가 ‘이런 일을 좀 해결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도, 번거로운 행정절차를 생각하면 제안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장관이 공무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무단계 전방위 국민소통’.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일이 있으면 절차에 얽매이지 말고 문제해결 중심으로 접근하라는 것이다.
이 장관 역시 어딜 가든 수신인이 행정안전부 장관 앞으로 된 엽서 뭉치를 들고 다닌다. 국민이 요구하는 바를 직접 듣기 위해서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등하교할 때 부모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는 것,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주민등록증 발급 등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책으로 실현됐다.
행안부가 지난 2월부터 30~50대 여성으로 구성된 ‘생활공감 주부모니터단’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부모니터단은 여성 특유의 눈썰미와 섬세함으로 일상생활과 밀접한 세금제도나 교통, 교육, 문화, 복지, 고용, 안전 등의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한다. 주부모니터 전용 커뮤니티(http://oklife.go.kr)도 개설했는데 2천 건이 넘는 신선한 아이디어가 올라왔다고 한다.

앞으로는 ‘폼 잡는 삶’에서 ‘수준 높은 삶’ 추구하는 시대 올 것
행정안전부가 하는 일은 전자정부 운영, 민생치안, 재난관리, 지방재정 확립, 공무원의 인사 및 복지 등 광범위하다.
이 가운데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것이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 특히 일할 능력이 있는 취약계층에 오는 6월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는 ‘희망 근로 프로젝트’는 국민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근로자에게는 4대 보험 가입 등의 조건으로 최고 월 83만원의 임금이 책정됐는데 이 중 일부는 재래시장 상품권 등으로 지불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도 꾀하고 있다.
최근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된 자전거 이용도 행안부가 중심이 돼 추진 중이다.
국민과 공감하는 정책 펴는 행정안전부 이달곤 장관


“지금 전 세계적으로 경제위기를 겪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만큼 이 위기를 잘 헤쳐나가는 나라도 드뭅니다. 위기 다음은 기회죠.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가 산업정보화의 시대였다면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생물학의 시대입니다. 녹색성장이 국가경쟁력이 되는 거죠.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는 것은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기반을 둔 것입니다. 앞으로는 크고 비싼 차를 타는 것보다 환경친화적인 자전거를 타는 것이 더 낫다는 인식의 전환도 올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경남 창원이 고향인 이 장관은 어려서부터 자전거를 친구 삼아 지냈다고 한다. 중학교 시절 매일 자전거를 타고 10km의 거리를 통학했고, 일본 와세다대에서 방문 교수로 재직할 때도 시간 절약과 건강을 위해 자전거를 이용했다. 장관 취임 이후엔 집무실에서 청와대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 국무회의에 참석한다고 한다.
“청와대에 들어갈 때는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고 갔는데 나올 때는 페달을 안 밟아도 되더라고요. 풍수를 비롯한 여러 자연조건을 검토해 경복궁터를 정하고 자연 경사를 활용해 배수가 잘 되게끔 설계한 선조들의 지혜가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전거를 타면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자연의 변화나 세상의 이치 등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전거가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정착돼 있다.
프랑스에서는 자전거 임대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고 일본은 철도역·터미널 등에 자전거 주차시설을 확충하는 등 대중교통과의 연계를 통해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인프라가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기반시설이나 안전장치 없이 무조건 자전거 타기를 장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자전거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주차장 설치 확대, 자전거전용차로제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동해안-서해안-남해안을 연결해 전국 자전거 일주도로를 건설하고 사고와 도난에 대비, 자전거 전용보험 상품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전거를 타는 게 좋다는 사고의 전환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비슷한 속도로 함께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의식의 전환에는 여성과 주부들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



일하는 아내 통해 여성의 사회진출에도 관심 갖게 돼
국민과 공감하는 정책 펴는 행정안전부 이달곤 장관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초 자전거 이용 장려를 위한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달곤 장관은 평소에도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고 한다.



지방정부와 1백만 명 가까운 공무원 조직을 이끌고 가다 보면 이런저런 갈등이 많이 발생한다. 이럴 땐 영화에 등장하는 ‘니고시에이터’처럼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입장 차를 조율하는 것이 이 장관의 임무. 한국협상학회 회장을 지낸 이 장관은 “누구든 손해 보는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갈등 해결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특히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많이 생깁니다. 정부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눈과 귀를 활짝 열어놓는 것이지요.”
집에서는 어떻게 갈등을 조율하느냐고 묻자 “방어가 최선”이라며 웃었다.
“가족 간에는 갈등이 생길 여지를 만들지 않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제가 좀 손해 본다 싶을 정도로 양보하고, 아내에게 선물도 많이 하면서 살아요.”
이 장관의 아내는 정미원 성신여대 화학과 교수. 두 사람은 지난 83년 결혼했다. 이 장관은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며 학자의 길을 걷는 동안에도, 또 정치에 입문한 후에도 아내에게 특별한 내조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내조라…, 아내도 자기 일을 하면서 치열하게 부대끼며 사는데 어떻게 그런 걸 요구하겠어요? 오히려 아내를 보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죠.”
이 장관은 일찍 고인이 된 형의 자녀들을 뒷바라지해 훌륭하게 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 조카들에게는 특히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그러면서 여성의 사회생활에 장애가 되는 권위주의, 불합리한 제도, 눈에 띄지 않는 차별 같은 것에도 눈을 뜨게 됐다고 한다.
“공무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40% 정도 되는데 이들의 섬세한 업무 처리나 책임감, 창의성 등은 차세대가 요구하는 리더의 역량에 부합합니다. 다만 여성이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특성만으로는 안 되며, 비전제시,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정 및 통합과 전략적 사고능력도 향상시켜야 합니다. 앞으로 행안부 내에서 여성이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하고, 이를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나가려고 합니다.”
본인 스스로가 대학 졸업 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로를 바꾼 만큼 두 아들에게는 ‘무엇이 되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저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남들에게 피해주지 말라고 가르쳤다고. 그래서인지 두 아들 모두 활발하고 대인관계도 좋다고 한다.
“큰아들은 군 복무 중이고 둘째는 대학생인데, 요즘은 이것저것 많이 겪고 책을 읽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식견을 쌓는 게 좋겠다고 말하고 있어요. 그러다 ‘이게 내 길이다’라는 분야가 생기면 깊이 파고들어야죠. 모든 일의 성패는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달린 것 같아요. 정부나 공무원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나 오랜 시간 자리에 앉아서 일하느냐가 아니라 국민이 정말 필요로 하고 원하는 일을 창의적이고 능률적으로 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기 중 공무원들 사이에 이런 문화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여성동아 2009년 6월 5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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