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자격증 도전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만만치 않을 텐데…’였다. 시험과목만 해도 5개에 달하고 부동산학개론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법과목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들어 ‘국민고시’라 불릴 정도로 난이도가 높아진 것도 부담되는 한 이유가 됐다. 그럼에도 한 가지 반가운 사실은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자 대부분이 주부라는 사실. 주부들의 꼼꼼함과 근성이 자격증 취득 성공의 주요인이라 할 수 있다.
기자가 찾은 서울 종로 한 공인중개사 학원에도 수강생의 70%가 주부였다. 최은선 과장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요리나 미용처럼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기 때문에 누구든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은 나이 제한이 없고, 1년에 한 차례 시행된다. 시험은 1차, 2차가 하루에 차례대로 치러지는데 1차 시험과목은 부동산학개론과 민법 및 민사특별법 중 부동산 중개에 관련되는 규정이다. 과목당 40문제가 출제되고 시험시간은 1백 분. 2차 시험은 총 3개 과목으로 공인중개사법 및 중개실무, 부동산 공시에 관한 법령 및 부동산 관련 세법, 부동산 공법 중 부동산 중개에 관련되는 규정이 그것. 과목당 40문제가 출제되고 시간은 1백50분이 주어진다. 1·2차 시험 모두 100점 만점에 과목별 40점 이상, 평균 60점 이상 돼야 합격. 1차에 합격한 사람은 2차에 떨어지더라도 다음 해 1차 시험이 면제되며, 첫해에 1차 시험만 보고 다음 해 2차 시험을 봐도 된다. 하지만 당일 1·2차 시험을 한꺼번에 본 사람은 2차에 합격했더라도 1차에서 떨어지면 불합격 처리된다. 시험 응시료는 1차, 2차와 상관없이 한 번 시험을 볼 때마다 3만원으로 동일하며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 보통 1~2년 정도 소요된다.
올해 시험은 10월25일로 예정돼 있는데, 학원에서는 1년을 기준으로 계획표를 짜기 때문에 수강생들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달 간격으로 똑같은 내용을 반복 강의하기 때문에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한다. 8개월 동안 네 번에 걸쳐 반복 강의를 들은 뒤, 두 달 동안 핵심 요약정리 및 문제풀이를 하고, 한 달 동안 실전모의고사를 실시하며 마지막 달에는 총정리 특강을 듣는다. 수강료는 한 달에 20만원(교재비 별도), 두 달에 36만원, 1년 회원권을 끊을 경우 30% 할인해준다.
이날 기자가 참가한 수업은 문제풀이 위주 특강 형식으로 진행됐다. 집중해서 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수강생들의 모습이 고3 수험생과 다를 바 없었다. 이날 수업을 맡은 장완석 강사는 문제를 푸는 동안 몇 번이나 ‘암기’가 아닌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강생 대부분이 오랫동안 공부에서 손을 놓았던 분들이기 때문에 갑자기 공부하려면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수업시간에도 필기하는 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강사의 말을 놓치는 경우가 많고, 무조건 외우려고만 하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공인중개사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해하고 응용하는 겁니다. 대부분이 법 관련 내용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맥락을 알고 있어야만 다양한 사례와 판례가 나오더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이날 만난 김서희 주부(41)는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자 예전부터 생각해온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게 됐다고 한다.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수업을 듣고 학원 근처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뒤 다시 학원으로 돌아와 저녁 7시까지 공부한다고. 김씨는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이해력이 달리는 것”을 꼽았다.
“지난해 시험에서 떨어졌는데 그 이유도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때는 3개월간 벼락치기로 준비하면서 무조건 외우려고만 했는데, 역시 암기만으로는 안 되더라고요. 몇 번에 걸쳐 읽어야만 겨우 하나 이해하니, 어유, 이거 보통 일이 아니에요. 그래도 벌써 7개월째 공부하다 보니 어느 정도 감이 오기는 해요(웃음).”
공부를 시작한 지 석 달째라는 김명자씨(50)는 옷가게를 운영하던 노하우를 살려 공인중개업을 시작할 요량으로 시험에 도전한 경우. 하지만 방대한 내용에 아직까지 “기를 못 펴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쉽지 않다는 건 알았지만 처음 예상했던 기간보다 더 오래 공부해야 할 것 같아요. 처음 세법 수업을 들을 때는 덧셈 뺄셈도 못하는 사람한테 함수를 풀라고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웃음). 그래도 몇 번 반복해서 듣다 보면 이해가 간다고 하니 꾸준히 하는 수밖에요. 학원에서 들은 수업을 집에서 인터넷으로도 똑같이 들을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돼요. 고3인 딸도 엄마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는 것 같고요.”
신입으로 취직하면 기본급 80만~1백만원에 계약 건수에 따라 인센티브 받아
학원에서 보통 1년에 7~8회 정도 모의고사를 실시하는데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한다. 시험을 통해 자극을 받거나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과목별 점수가 상세하게 기록돼 취약부분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을 선택해 예상·기출 문제를 반복적으로 풀어 총점을 높이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시험에 임박해서는 매일 공부한 내용을 요약한 정리노트를 만들어놓았다가 틈틈이 공부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한다. 학원 강의를 듣기 힘든 경우에는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는 방법이 있다고. 최근에는 동영상 강의가 활성화 되면서 실력 있는 온라인 강사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람 대부분은 창업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업을 시작하기보다는 1년 정도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견습기간을 거치는 게 좋다고 한다. 신입의 경우 월 기본급은 80만~1백만원이고 계약이 성사될 때마다 인센티브가 따로 붙는다. 인센티브 비율이 높을 경우 기본급이 낮아질 수 있다.
최은선 과장은 “부동산 거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감으로, 주부 특유의 친화력으로 일의 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재 활동하고 있는 공인중개사의 성별을 보면 여성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공인중개사 학원에서는 두 달 간격으로 같은 내용을 반복 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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