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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Interview

‘아내의 유혹’으로 제2의 전성기 김동현 인생 풀스토리

글 김유림 기자 | 사진 조영철 기자

입력 2009.05.22 16:29:00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 ‘버럭’ 연기로 화제를 모은 중견 탤런트 김동현. 극중 건설회사 회장에서 하루아침에 빌딩 관리인으로 전락한 그는 지난날 사업실패를 경험한 때문인지 극중 상황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가 수십억 빚더미에서 헤어나오기까지 10년 넘도록 그의 곁을 지켜준 고마운 가족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내의 유혹’으로 제2의 전성기 김동현 인생 풀스토리


‘아내의 유혹’은 구은재(장서희)와 신애리(김서형)의 팽팽한 대결과 함께 두 사람이 복수의 도구로 이용하는 시아버지 정하조(김동현)의 연기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드라마 초반 ‘버럭동현’이란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매 장면에서 소리를 지르던 김동현(59)은 “30년 연기생활하면서 이렇게 많이 소리 지르기는 처음”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1백회 넘게 촬영하면서 한번도 빼놓지 않고 소리를 지른 것 같아요. 저뿐 아니라 거의 모든 연기자가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니까 촬영장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죠. 다들 연기를 마치고 나면 얼굴이 벌게지고 기운이 쫙 빠져요.”
다행히 그는 10년 전 담배를 끊고 최근에는 술까지 끊은 덕분에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금연을 결심한 이유는 가수인 아내 혜은이(55) 때문. 신혼 때부터 아내가 담배연기를 싫어한다는 걸 잘 알면서도 쉽게 담배를 끊지 못했던 그는 교회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되자 가장 먼저 가족에게 금연을 약속했다. 술을 끊은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에서다.
“나이가 있다 보니 조금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겠더라고요. 따로 보약을 먹진 않더라도 몸에 해로운 거 하지 않고, 밥 세끼 잘 챙겨 먹는 게 건강을 유지하는 비법이라면 비법이죠. 또 높은 시청률 덕분에 몸에서 엔도르핀이 저절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웃음). 연기자가 시청률에 연연해서는 안 되지만 1등이라는 데서 오는 자부심은 어쩔 수 없죠. 촬영장에서 보면 다들 서로 잘하려고 어찌나 애쓰는지 몰라요(웃음).”
‘아내의 유혹’으로 제2의 전성기 김동현 인생 풀스토리

아내와 야간업소에 출연하며 50억원 빚 갚아
극중 잘나가는 건설회사 회장이던 하조는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민여사(정애리)와 구은재의 복수로 모든 재산을 빼앗긴 뒤 건물청소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한다. 얼마 전 소주를 마시며 눈물을 흘리는 하조의 모습은 시청자들로부터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김동현은 “매일 양복만 입고 촬영하다가 갑자기 청소부 옷을 입으니 마음이 심란하더라.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며 웃었다.
“남부러울 것 없이 살다가 모든 걸 잃어버리면 충격이 크죠. 촬영하면서 하조의 모습과 요즘 우리나라 국민들이 사는 모습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제위기로 갑자기 많은 사람이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잖아요. 그래도 끝까지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주유소와 세차장에서 일하고 급기야 과거 자신이 오너였던 회사에 청소부로 들어가는 하조의 모습은 지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봐요. 스토리가 억지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름대로의 타당성이 있다는 걸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김동현은 극중 하조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역시 과거 경제적 고통으로 힘든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90년대 초 영화제작에 실패하면서 많은 빚을 진 그는 12년 만에 빚을 다 갚았다. 그간 그와 가족이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빚쟁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집으로 찾아오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그 고통은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를 거예요. 울기도 많이 울고 심지어 나쁜 생각도 해봤죠. 너무 힘들 땐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가고도 싶었지만 아이를 생각하면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겠더라고요. 훗날 아이가 ‘네 엄마 아빠가 내 돈 떼먹고 도망갔다’는 소리를 듣게 할 순 없잖아요. 있는 재산 다 팔아 빚 갚고 악착같이 일하면서 지금까지 버텼죠.”
당시 그는 아내와 함께 야간업소에 출연하며 빚을 갚아나갔다. 밤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일이 쉽진 않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돈을 버는 방법은 그게 최선이었다. 당시 그가 진 빚은 50억원이 넘었다. 남에게 빌려주고 지금껏 받지 못한 돈도 꽤 된다고 한다. 김동현은 “얼마 전 과거 재산을 현 시세로 따져보니 2백억원 가까이 되더라”며 씁쓸한 표정을 보였다.
처음에는 빚을 갚을 엄두조차 나지 않았지만 조금씩 빚이 줄어들자 성취감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빚이 줄어드는 걸 보는 재미도 있더라”며 웃었다. 그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다할 수 있었던 건 긍정적인 마음가짐 덕분이다.
“어떤 일이든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아요. 괴롭다고 인상 쓰고 다니면 주위 사람들 역시 부담스럽잖아요. 누구나 말 못할 가슴앓이는 있다고 생각해요. 힘들지만 당당하려 애썼고, 야간업소에서 일할 때도 즐겁게 하려고 했어요. 일해서 빚을 갚을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해요.”

‘아내의 유혹’으로 제2의 전성기 김동현 인생 풀스토리

하지만 가족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숨길 수 없다. 사업실패 후 있는 재산을 다 팔고 집도 월세로 옮겨가야 했던 그는 줄어든 살림규모만큼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한다.
“몇 년 전 아내가 한 인터뷰에서 한창 힘들었을 당시 핸드백에 약을 넣어가지고 다녔다는 얘기를 한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많이 힘들어했다는 건 알았지만 그 정도였을 줄은 몰랐거든요. 6년 전에는 장모님이 돌아가셔서 아내가 우울증을 심하게 앓기도 했어요. 게다가 자궁에 커다란 물혹이 생겨 자궁적출 수술까지 받아야 했죠. 그동안 아내가 이래저래 마음고생한 걸 생각하면 참 미안해요.”
그래서인지 김동현은 굉장한 애처가다. 살림에 소질이 없는 아내 대신 웬만한 집안일은 그가 다 알아서 한다고. 그의 주특기는 손빨래. 자신이 벗어놓은 양말, 속옷은 물론이고 올해 고3인 아들 운동화도 직접 빤다고 한다. 가끔 빨랫감에 아내의 속옷이 섞여 있으면 그 역시 함께 빤다.
“여자만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요. 제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에요. 사실 총각 때는 집안일에 관심도 없었는데 결혼하니까 자연스럽게 하게 되더라고요. 또 성격상 정리정돈을 좋아해요. 한창 술을 많이 마실 때도 아무리 술에 취해도 집에 와서 옷걸이에 옷을 걸고, 시계도 정해진 곳에 풀어놓은 뒤 그제야 침대 위로 쓰러졌죠(웃음).”
화면에서 보이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달리 그는 아내 앞에서만큼은 ‘순한 양’이라고 한다. 지금껏 집에서 큰 소리 내며 싸워본 적이 없다고. 마침 인터뷰 도중 아내 혜은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는데, 그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오 나의 태양’이라는 이름이 찍혔다.
“제가 아내를 부르는 애칭이에요(웃음). 집에서도 ‘여보’라는 말 대신 ‘어이~태양’ 하고 불러요. 남들이 들으면 닭살이라고 하겠지만 부부가 그 정도 애정표현은 하고 살아야죠.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맞부딪치기보다 서로 한발 물러나기 때문에 싸움이 크게 안 되더라고요. 20년 가까이 함께 살면서 이제는 상대방 눈빛만 봐도 기분을 파악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힘든 시기를 함께하면서 사랑이 더욱 돈독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제가 힘들었을 때는 아내가, 또 아내가 힘들었을 때는 제가, 언제나 서로의 곁을 지키려고 애썼거든요.”

힘든 시기 함께하며 아내와의 사랑 더 깊어져
김동현은 ‘아내의 유혹’을 계기로 연기에 대한 새로운 재미를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처음으로 머리를 희끗하게 염색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듯 보였다. 그전까지 사극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염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기자는 남자든 여자든 자신의 나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아요. 조금이라도 젊고 예쁘게 보이고 싶어 하거든요. 예전에는 섭외 제의가 들어와도 머리에 ‘흰 칠’을 해야 한다고 하면 단번에 거절했어요. 여전히 젊다고 착각한 거죠(웃음). 하지만 어느 순간 ‘이대로라면 더 이상 내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없겠구나’ 하는 위기감이 들더라고요. 이 나이에 어린 여배우와 멜로 연기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언제까지 삼촌 연기만 할 수도 없잖아요. 그러던 찰나 ‘아내의 유혹’ 섭외를 받았고, 제가 먼저 살짝 염색을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어요.”
그는 역할의 연령대가 높아진 것에 대한 서운함보다 연기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 때문에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젊은 시절 마음에 드는 역할만 골라 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나이와 외모에 걸맞은 역할로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영화제작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음을 슬며시 드러냈다.
“아내가 들으면 기절초풍할 일이지만(웃음), 한번 시작한 일을 깔끔하게 매듭짓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영화제작 실패의 대가를 호되게 받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아요. 아직까지 개봉하지 못한 몇 편의 영화를 제대로 완성시키고 싶은데, 단 예전처럼 무리하게 일을 벌이지는 않을 거예요.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신중하게 시작하고 싶어요.”

여성동아 2009년 5월 5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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