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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Cooking&Travel

꽃잎 흩날리는 섬진강 오백리 따라 맛이 흐른다

기획 한여진 기자 | 사진 현일수 이기욱 기자

2009. 05. 19

섬진강은 전라도와 경상도를 굽이굽이 가로지르며 지역마다 특색 있는 먹을거리를 베푼다. 섬진강 맛을 찾아 구례, 하동, 광양으로 이어지는 길을 떠났다.

꽃잎 흩날리는 섬진강 오백리 따라 맛이 흐른다

⊙ 섬진강 십리 따라~
하동 재·첩·&·참·게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배경인 경남 하동은 전남 구례와 광양 사이, 섬진강 줄기 중간에 위치해 있다. 전라도와 경상도 경계로 지리산과 남해가 인접해 있어 나물, 해산물, 민물고기 등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봄의 절정을 맞아 하동은 봄꽃을 구경하러 온 상춘객과 제철 요리를 맛보러 온 이들로 시끌벅적하다. 재첩·참게·녹차·흑돼지고기 등이 하동의 대표 먹거리로, 요즘은 재첩과 참게가 한창 맛이 좋다.
하동 재첩국은 소설가 김훈이 “가장 낮은 곳에 사는 가장 작은 조개가 가장 깊은 맛을 낸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그 맛이 일품이다. 재첩국을 끓이는 방법은 우선 재첩을 소금물에 비벼 닦거나 소금물에 하루 정도 담가 해감시킨다. 냄비에 재첩과 재첩이 잠길 정도로 물을 넣고 팔팔 끓이다가 다진 마늘과 소금으로 간한 뒤 부추를 2~3cm 길이로 잘라 듬뿍 넣으면 완성된다.
참게는 탕으로 끓이거나 간장에 담가 게장으로 먹는다. ‘밥도둑’으로 불리는 참게장은 섬진강의 별미로,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항아리에 참게와 무, 풋고추, 마늘을 넣은 뒤 참게가 잠길 정도로 간장을 붓는다. 이틀이 지나면 간장만 따라내 생강을 넣고 달여 식힌 뒤 항아리에 다시 붓는다. 이 과정을 5일 간격으로 7~8회 반복한 뒤 먹는다. 재첩과 참게 요리는 섬진강변과 쌍계사 입구, 화개장터 주위 등 하동 어디에서나 쉽게 맛볼 수 있다. 가격은 재첩국 5천~8천원, 참게장정식은 1만원대다.

⊙ 섬진강 봄바람에 익어가는~
매·실 ·& ·강·굴

입맛 살리는 달콤새콤 맛 매실
눈 속에서 피어나 가장 먼저 봄이 왔음을 알리는 ‘봄의 전령사’ 매화는 섬진강의 또 다른 볼거리다. 섬진강 줄기 끝에 위치한 전남 광양은 매화마을로 유명한데, 지금은 매화가 지고 매실이 열리기 시작했다.
광양은 매년 3월 중순부터 말까지 산과 들에 새하얀 매화가 가득 피어 하늘과 땅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멋스럽다. 매화 축제가 열리며, 전국에서 몰려든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축제 기간에는 섬진강 나룻배 타기, 매화염색 체험, 매실 천연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므로 기억해뒀다가 내년 봄에 찾아가보자.
매실은 피로회복과 다이어트, 혈액순환에 효과적이다. 매실 속에 함유된 피크린산은 간과 신장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천연 구연산은 피로회복에 효과적이다. 또 해독·살균 작용을 하는 카테킨산을 비롯해, 혈액순환을 돕는 유기산과 비타민이 풍부해 피부미용에도 좋다. 이 밖에도 매실의 신맛은 식욕을 돋우고 소화를 돕는다.

꽃잎 흩날리는 섬진강 오백리 따라 맛이 흐른다

1 달콤새콤한 맛이 입맛 살려주는 매실정과.
2 매실차와 강정은 아이들 영양간식으로 제격이다.
3 탐스럽게 익은 청매실.
4 춘삼월, 새하얀 매화가 만개한 매화마을 풍경.

꽃잎 흩날리는 섬진강 오백리 따라 맛이 흐른다

광양 다압면에 위치한 청매실농원에 가면 매실된장찌개·매실비빔밥·매실장아찌·매실피클 등 매실로 차린 한정식을 먹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매실차·매실정과·매실한과·매실사탕·매실아이스크림 등 색다른 간식도 맛볼 수 있다. 가격은 된장정식 1만원(1인분), 매실된장 1만원(500g), 매실고추장장아찌 1만9천원(430g), 매실정과 1만원(1kg), 매실사탕 5천원(300g)이며 청매실농원 홈페이지(www.maesil.co.kr)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매실은 매화가 지면 열리기 시작해 5월 말부터 6월까지 수확한다. 이때 구입해서 고추장장아찌나 피클로 만들면 1년 내내 두고 먹을 수 있다. 매실은 표면에 흠집이 없고 초록색이 선명하며 냄새를 맡았을 때 단맛보다는 신맛이 강한 것으로 구입한다.
매실고추장아찌를 담그려면 매실을 세로로 6쪽으로 잘라 껍질을 벗긴 뒤 매실이 잠길 정도로 소금물을 부어 하룻밤을 담가뒀다가 건져 채반에 하루 동안 꾸덕하게 말린다. 매실 500g 기준으로 고추장 1컵, 다진 마늘 4쪽 분량, 설탕과 맛술 2큰술씩, 생강즙 1큰술을 섞어 살짝 끓여 만든 고추장소스에 말린 매실을 버무린 뒤 밀폐용기에 담는다. 15일 정도 삭히면 새콤달콤한 맛이 입맛 확~ 살려주는 고추장매실장아찌가 만들어진다.
1 섬진강과 남해가 만나는 광양에서 재취한 강굴은 짜지 않고 달짝지근한 맛이 일품이다. 광양을 가로지르는 섬진강 모습.
2 강굴은 벚꽃이 필 무렵 가장 맛있어서 벚굴이라고도 부른다. 강굴이 가장 맛있는 벚꽃 필 무렵 광양 모습.

꽃잎 흩날리는 섬진강 오백리 따라 맛이 흐른다

벚꽃 필 때면~ 강굴

강에서 채취해 ‘강굴’이라 하고, 벚꽃이 만개할 때 가장 맛있어서 ‘벚굴’이라고도 불린다. 섬진강과 남해가 만나는 곳에서 자라 맛이 덜 짜고 달짝지근하다. 2월부터 따기 시작해 벚꽃이 지는 5월초까지 채취하므로 강굴을 맛보려면 서둘러 광양을 찾아야 한다.
강굴을 처음 본 사람들은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에 한번 놀라고, 달콤한 맛에 한번 더 놀란다. 강굴은 큰 경우 길이가 20cm 이상 되는데, 구워 먹으면 달콤하면서 고소하다. 가격은 시기마다 차이가 있지만 5kg에 3만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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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의 봄 기운 넘실대는
산·채·비·빔·밥·&·된·장·찌·개
나물 향 가득~ 산채비빔밥


꽃이 피어서 산에 갔지요
구름 밖에 길은 삼십 리
그리워서 눈 감으면
산수유꽃 섧게 피는 꽃길 칠십 리
- 곽재구의 ‘산수유 꽃 필 무렵’ 중에서

섬진강이 시작되는 구례는 5월 초까지 노란 산수유꽃이 동네 어귀부터 시작해 지리산 자락까지 피어 마치 노란 물감으로 물들인 듯하다. 지리산 초입에 위치한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 마을은 광양 매화마을, 하동 쌍계사 벚꽃길과 함께 봄꽃놀이 장소로 유명하다. 산수유꽃 구경하고 지리산 자락에서 채취한 나물로 만든 산채비빔밥을 맛본다.
지리산의 봄 햇살을 듬뿍 받고 자란 고사리, 취나물, 두릅 등 산나물이 듬뿍 들어간 산채비빔밥은 매콤한 고추장에 쓱쓱 비벼 먹으면 기운이 불끈 난다. 산나물에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춘곤증을 예방하고, 섬유소가 풍부해 다이어트식으로 제격이다. 화엄사나 지리산 노고단 입구에 가면 산채비빔밥 집이 즐비하며, 가격은 5천~1만원선이다.

지리산 된장의 구수한 맛, 된장찌개

구례에서 된장찌개를 맛본 이들은 누구나 “구수한 시골 된장 맛”이라며 감탄한다. 된장 특유의 맛을 내는 바실러스 성분이 지리산 기후에서 잘 만들어지기 때문. 된장을 재래방식으로 만들어 요리를 했을 때 깊은 맛이 난다. 지리산 입구나 구례 시내의 한정식 집에서 맛볼 수 있으며, 된장찌개는 5천원, 된장찌개와 다양한 나물이 차려지는 산채나물정식은 1만5천~2만원선이다.
구례에서는 된장찌개에 특별한 재료를 넣지 않는다. 물에 된장을 풀고 끓이다가 표고버섯, 애호박, 양파, 두부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넣은 뒤 송송 썬 청양고추와 다진 마늘, 소금으로 간을 맞춰 된장 본연의 맛을 살린다. 지리산 된장은 구례 농협이나 한식당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인터넷 사이트 지우물 in지리산(www. giwomall.kr), 지리산청학동특산물판매장(www.kimsanghyun.co.kr), 지리산선농원(www.sim-in.com) 등에서 5kg 기준으로 10만~15만원대에 살 수 있다.
꽃잎 흩날리는 섬진강 오백리 따라 맛이 흐른다

1 소담스럽게 핀 산수유.
2 산수유 꽃으로 노랗게 물든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 마을 모습.
3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구례는 된장이 구수하기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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