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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호아킴 데 포사다가 들려주는 성공 법칙

한국 방문한 ‘마시멜로 이야기’ 저자

기획 이설 기자 | 사진 조영철 기자

2009. 04. 22

욕구만을 좇는 삶은 공허하다. 지나치게 절제하는 삶은 황폐하다. 바람직한 삶은 이 두 지점의 중간 즈음에 있다. 강하게 열망하는 가치를 위해 순간의 쾌락을 인내하는 법을 안다면, 인생의 반은 성공한 셈이다.

호아킴 데 포사다가 들려주는 성공 법칙


자기개발서를 읽을 때면 우리는 행복한 착각에 사로잡힌다. ‘할 수 있다’는 군인정신에 가슴이 벅차올라 당장 일분일초도 허투루 쓰지 않는 계획인으로 거듭날 것만 같다. 오늘날 직장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기개발’이다. 업무기술, 어학, 인성, 외모…. 그 범위와 성격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자기개발서도 덩달아 붐을 맞았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국내에서 절찬리에 팔린 자기개발서 가운데 하나다. 독특하고 참신한 제목과 아나운서 정지영씨의 대리번역 논란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 책은 네살 난 아동을 대상으로 스탠퍼드대학에서 실시한 실험을 소재로 삼았다.
우리나라에 엿이 있다면 서양에는 마시멜로가 있다. 마시멜로는 그곳 아이들이 사족을 못 쓰는 인기 간식이다. 눈앞에 마시멜로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파스텔 톤 색감과 폭신폭신한 촉감. 입보다 눈이 먼저 그 달콤함에 취해 당장 손을 뻗고 싶다. 하지만 마시멜로를 먹으려면 선택을 해야 한다. 지금 먹으면 하나의 마시멜로가 주어지고 15분을 참으면 2개의 마시멜로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실험결과 아이의 3분의 2는 곧장 마시멜로를 집었고 3분의 1은 15분을 참은 뒤 2배의 달콤함을 얻었다. 15년 뒤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을 추적한 결과, 기다린 아이들은 100% 대학에 진학하는 등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훨씬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주인공 조나단과 찰리를 내세워 두 그룹의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이 책의 저자 호아킴 데 포사다(61)를 서울 중구 한옥마을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18년 직장생활 접고 자기개발과 대중연설 전문가로 변신
“한국방문은 처음인데, 2백 명 넘는 사람과 같이 왔어요. 비행기를 같이 타고 온 사람들이요. 하하.”
“한국에 혼자 왔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박장대소하며 큰 주먹으로 기자의 어깨를 콩콩 내리친다. 눈에도 눈가에 잡힌 주름에도 웃음이 가득하다. 눈에 띄는 파란색 수트에 한국판 ‘마시멜로 이야기’ 표지가 프린트된, 기발한 넥타이를 매고 있는 그의 모습이 낯설지만 정겹다. 만난 지 5분, 그의 긍정적 에너지에 전염된 걸까. 거구의 노신사가 웃을 때마다 자꾸만 따라 웃게 된다.
“저는 유머를 사랑해요. 유머는 인간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요. 일상생활에서는 물론이고 연설할 때도 유머를 활용하죠. 딱딱한 성격이라면 거짓으로 유머를 꾸며 보세요. 그렇게 행동하면 즐거운 감정을 느끼게 되고, 그 감정은 저절로 유머감각으로 승화할 겁니다. 물론 다른 사람을 조롱하는 유머는 피해야겠지요.”
그는 대중연설과 자기개발 전문가다. 일반 직장인부터 국가대표 운동선수팀까지 다양한 이들에게 심리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많은 성공과 실패를 접하면서 그는 성공하는 자와 실패하는 자의 차이를 발견했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그 발견을 담아 쓴 책이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포사다 본인의 경험담이기도 하다.

“제록스 등 회사에서 18년간 직장생활을 했어요. 안정적인 생활을 했지만, 제게 맞는 일을 한다는 만족감은 없었죠. 그러다가 83년 전공인 심리학을 살려 연설·자기개발 관련 훈련과 세미나를 하는 회사 ‘닥터 포사다’를 세우게 됐어요.
‘마시멜로 이야기’에는 내일을 위해 현재의 쾌락을 조절하는 조나단과 하루하루의 삶에 안주하는 찰리가 나와요. 의미 없는 직장생활을 하던 때의 저는 찰리였고, 원하는 일을 찾아 나선 때의 저는 조나단에 가까웠던 거죠.”
‘마시멜로 이야기’가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오늘의 인내가 더 나은 내일을 만든다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원칙이지만 실천하는 이는 드물다. 실천은 지식이 아닌 의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포사다는 “의지와 인내심을 기르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도 예전에는 절제와 인내의 미덕을 실천하지 못했어요. 좋은 차를 타고 시계를 차는 등 소비지향적인 삶을 살았죠. 마시멜로 실험 이야기를 들은 뒤 제 삶의 태도를 바꿔야겠다고 결심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절제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최소한의 돈을 제외하곤 모두 강제 저축되도록 처리한 것이죠.”
서커스장에 있는 코끼리가 도망가지 못하는 이유는? 보람도 흥미도 없는 일로 평생을 마무리하는 까닭은? 포사다는 두 질문에 대해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자기검열 때문”이라고 답한다. 한발 앞선 부정적인 생각으로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를 놓친다는 것이다.
“안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실패는 당연한 거예요. 존경과 칭송을 받는 위인들도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많은 실패를 겪었죠. 긍정적인 생각으로 실천을 병행하면 성공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어요.”

성공의 열쇠는 원하는 것을 위해 인내하는 자세, 한국인에게는 절제DNA 있어
‘마시멜로 이야기’는 세계 15개국에서 20개의 언어로 번역됐다. 여러 국가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에 대해 그는 “번역 논란 탓도 있지만 한국 국민성이 절제와 인내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조건적인 인내와 절제가 아닌, 원하는 것을 위해 참고 기다리는 자세는 아름답지요. 한국인은 다른 민족에 비해 근면하고 교육에 대한 열의가 있어요. 그 속에서 자연스레 욕구를 지연시키는 문화가 생겼고요. 인적 자원만으로 세계적 경제대국이 된 것은 이런 요소들이 얽혀서 만든 성취인 것이지요.”
자기개발서가 인기를 끌면서 속 빈 강정 같은 책도 다수 출간됐다. 같은 알맹이를 다르게 포장하거나 내용을 조금만 바꿔 다시 출간하는 것. 수준 미달의 책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자기개발을 필수로 인식하는 현대인이 그만큼 많아서다. 하지만 경쟁의 잣대로만 성공을 평가하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와 관련해 포사다는 “성공은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성공은 잠재능력을 최고로 개발해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즉 자신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치와 현재 자신의 모습 사이의 차이가 성공인 것이지요. 따라서 본인이 무엇을 원하느냐에 따라 성공은 수백만 가지로 정의될 수 있어요. 하지만 실패는 단 한 가지입니다. 바로 삶에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는 12세까지 쿠바에 살다가 전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의 부모가 아들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쿠바에서 누리던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이다. 새벽까지 컨설팅과 세미나를 반복하는 정신없는 생활이지만 그는 전보다 더없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따금 마시멜로의 유혹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오랜 훈련으로 중요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가리는 지혜를 얻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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