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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이 처음 털어놓은 “지난 사랑의 상처와 기대, 여자로서의 소망…”

글 김수정 기자 사진 박해윤 기자, MBC 제공

입력 2009.04.21 14:29:00

연기자, MC, 사업가….이혜영의 다이어리는 일로 가득 차 있다. 그에게 사랑은 여전히 어렵고 버거운 것 같다. 하루빨리 행복한 가정을 꾸려 아내, 엄마로서 살고 싶은데 말이다.
이혜영이 처음 털어놓은 “지난 사랑의 상처와 기대, 여자로서의 소망…”

‘이혜영단발머리’ ‘이혜영헤어핀’ ‘이혜영립스틱’… 유행을 만드는 스타일 아이콘 이혜영(38)이 MBC 새 월화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그동안의 이미지를 깨고 제대로 망가졌다. 부스스한 단발머리와 촌스러운 뿔테 안경, 교정기를 낀 앞니와 얼굴의 커다란 점은 그를 추녀로 만든다. 인기 많은 친구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시중들고 친구의 잘못을 대신 뒤집어쓰는 모습은 굴욕적이다.
“드라마 출연은 ‘달자의 봄’ 이후 2년 만이에요. 그동안 주로 세련되고 지적인 캐릭터를 선보였는데 이번에는 색다른 모습에 도전하고 싶어 봉순 역을 맡았어요. ‘왕초’ 때 거지 분장을 해봤기 때문에 분장에 대한 거부감은 없어요. 헤어·메이크업 신경을 안 써도 되니까 좋았죠. 다만 분장한 채 밖에 나가면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점점 소심해지고 주눅이 들더라고요(웃음).”
하지만 그는 곧 예의 세련되고 도도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남자 준혁(최철호)을 친구 지애(김남주)에게 빼앗긴 봉순이 독하게 마음먹고 전신성형수술을 감행하는 것. 예뻐진 봉순은 끈질긴 구애 끝에 준혁과 결혼하고, 훗날 남편의 취직을 부탁하러 자신을 찾아온 지애를 무시하고 괴롭힌다.
“관계가 역전되는 게 짜릿하죠. 1인 2역을 맡은 기분이에요. 악역 연기가 처음이라 걱정이지만, 요즘엔 악역이 대세잖아요. 언제 또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 ‘누가 뭐라든 내 스타일대로 하자’고 결심했어요. 이번 연기를 통해 이혜영이 마냥 철없거나 차가운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촬영장 오는 것도 신나요. 동갑내기 남주와 무척 친한데, 촬영 틈틈이 수다 떨고 촬영 끝나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졸라요.”

이혜영이 처음 털어놓은 “지난 사랑의 상처와 기대, 여자로서의 소망…”

“얼마 전 교제 중이던 남친과 결별, 이제는 행복해지고 싶어요”
이혜영은 극중에서 “내조는 일기예보다. 계속 잘하다가도 한 번 못하면 욕을 바가지로 먹는다”는 말을 남긴다. 싱글인 그는 내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어서 좋은 사람 만나 내조해야 할 텐데…(웃음). 전업주부도 하나의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연봉 한 푼 받지 않고 집안일하고 남편 기 살리고, 아이들 키우고… 주변 친구들을 보면 내조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사회생활과 집안일, 두 가지를 완벽하게 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아요. 지금 제 상황에서는 어느 것 하나 쉽게 포기할 순 없지만 남편과 아이를 위해서 내조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는 여섯 살 연상의 금융전문가와 꽤 오랫동안 진지한 만남을 가졌지만 얼마 전 헤어졌다고 한다. 결별의 아픔이 사그라지기도 전, 뒤늦게 ‘열애 중’이라는 언론보도가 불거져 상처가 더 깊어졌다고.
“지금은 (남자친구가) 없어요. 연인이 있다면 휴대전화 한 달 사용료가 4만원밖에 안 나오겠어요? 30대 중반이 넘었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할 것 같아요. 결혼을 빨리 해야겠다, 당분간 하고 싶지 않다 같은 건 없어요. 다만 이제 여자로서 행복해지고 싶어요. 좋은 소식이 있으면 숨기지 않고 공개할 생각이에요.”
이상형을 묻자 이혜영은 “어떤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하면 나중에 실망감이 커지더라. 그때그때 느낌이 중요한 것 같다”면서도 옆에 앉은 김남주를 바라보며 “김승우처럼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이 이상형이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일 것 같다”고 부러워했다.
“극중 인물 봉순은 과거에는 콤플렉스로 가득 차 있었지만 결혼 후 모든 게 완벽해져요. 봉순이처럼 결혼해서도 저 자신을 꾸미는 데 소홀히 하지 않을 거예요. 자신감은 철저한 자기관리에서 나오는 법이니까요. 또 남편이 자녀보다 뒷전인 아내들이 많던데, 남편 아끼고 공경하는 마음을 잊지 않을 거예요.”
그는 “스스로를 잘 경영해 나이 들어서도 에너지가 넘친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가수에서 연기자, 디자이너, 사업가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힌 그는 조만간 자신의 스타일 연출법을 담은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딱히 계획을 세워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는 건 아니에요. 좋아서 하다 보면 어느새 남과 다른 일을 하는 저를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사업도 옷에 관심이 있다 보니 시작해 규모가 커진 것일 뿐 처음부터 돈 벌어야겠다, 성공해야겠다고 작정한 건 아니거든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마음먹으면 밀어붙여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게 성공비결인 것 같아요.”
그는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는 100점짜리지만 세상 물정 면에서는 빵점짜리”라고 자신을 평가했다.
이혜영은 도전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20대 때보다 지금의 내가 소중하고 자신있다”는 그는 “나이 드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앞으로 내가 어떻게 변해갈지 상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말한다. 촬영장에 가면 연기하는 자신을, 회사에 가면 일하는 자신을, 집에 가면 강아지 두 마리와 뒹굴뒹굴하는 자신을 사랑한다는 그의 말에 뿌듯함과 열정이 묻어난다.
“외롭고 우울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 내리느냐에 따라 기분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단순한 사람이에요. 우울하다가도 ‘이혜영은 낙천적인 사람이잖아!’라고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변해요.”
그는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지금도 행복하지만 더 스타일리시하게, 멋지게 살고 싶어요. ‘내조의 여왕’을 계기로 연기 욕심도 부리고 싶고요.”

여성동아 2009년 4월 5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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