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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이주헌의 그림읽기

최후의 만찬

다빈치의 뛰어난 필력 느껴지는 걸작

2009. 04. 09

최후의 만찬

다 빈치, 최후의 만찬, 1495~98, 템페라 벽화, 460×880cm, 산타 마리아 델라 그라치에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진정 아름다운 걸작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열두 제자가 한 식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옆으로 긴 그림임에도 원근법을 잘 활용해 공간감이 뚜렷하고, 구성도 멋집니다. 너무 훼손된 게 아쉬울 뿐입니다. 이 그림에서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화가가 애써 표현하고자 한 게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과 예수, 성령이 하나라는 삼위일체 신앙입니다. 한번 살펴볼까요?
뒤편에 트인 창이 세 개 보입니다. 예수는 삼각형 피라미드 꼴로 그려졌습니다. 열두 제자는 예외 없이 세 명씩 모둠으로 표현됐습니다. 기독교 교리를 충실히 나타내고자 한 다 빈치의 의도가 잘 드러나 보이는 부분입니다. 작품을 보다 깊이 들여다보지요. 맨 왼편 모둠의 세 제자는 바돌로매와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안드레입니다. 예수가 “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리라”라고 말하자 모두 놀라고 있습니다.
그 옆 모둠의 세 사람은 가룟 유다와 베드로, 요한입니다. 푸른색과 녹색의 옷을 입은 가룟 유다는 예수를 팔려는 자신의 나쁜 계획이 탄로 난 것을 알고는 흠칫 뒤로 몸을 뺍니다. 성미가 급한 베드로는 한 손으로는 요한을 밀치고 다른 한 손에는 칼자루를 쥐고 있습니다. 몇 시간 뒤 예수를 잡으러 온 로마 병사의 귀를 벨 것을 암시합니다.
예수 바로 건너편의 세 사람은 도마와 큰 야고보, 빌립입니다. 각각 놀라서 뭔가 더 설명을 들으려 합니다. 마지막 세 제자는 마태와 다대오, 시몬으로, 이 가운데 두 사람이 제일 끝에 있는 시몬을 돌아보며 도대체 이 말씀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묻고 있습니다. 그림의 표정과 동작이 너무나 생생해 다 빈치의 뛰어난 필력이 느껴집니다. 그 어떤 드라마의 명장면보다 더 드라마틱한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가지 더~ 템페라화는 안료를 달걀노른자나 아교, 벌꿀, 무화과나무 수액 등에 개어 그리는 그림을 말합니다. 다소 불투명하면서 반질반질한 효과가 나옵니다.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칼럼니스트. 신문기자와 미술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어린이들이 명화 감상을 하며 배우고 느낀 것을 스스로 그림으로 풀어볼 수 있게 격려하는 책을 집필 중이다. 한 일간지에 연재 중인 ‘이주헌의 알고 싶은 미술’ 칼럼을 엮은 단행본도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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