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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Interview

중견 연기자 최준용 뜻밖의 사연 고백

“결혼 2년 만에 파경 맞은 뒤 씩씩한 싱글대디로 살아오기까지…”

글 김유림 기자 | 사진 조영철 기자 || ■ 장소협찬 마드레

입력 2009.02.18 17:00:00

92년 데뷔 후 줄곧 ‘악역 전문’ 연기자로 활약해온 최준용은 실생활에서는 여덟 살배기 아들을 둔 자상한 아빠라고 한다. 5년 전 이혼의 아픔을 겪은 그가 브라운관 밖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중견 연기자 최준용 뜻밖의 사연 고백

악역 전문 감초 조연 최준용(43)은 최근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을 통해 아줌마 팬을 확보해가고 있다. 다혈질에 터프한 캐릭터는 예전과 비슷하지만 열 살배기 지능을 가진 하늘(오영실)과 로맨스를 이어가며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것.
경기도 일산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깔끔한 수트에 까만색 뿔테 안경을 매치해 한결 부드러운 인상을 풍겼다. 그는 인터뷰 도중 카페 유리벽 밖에서 자신을 알아보고 반가워하는 사람들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며 눈인사로 답하는 여유도 보였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그냥 ‘연예인’으로 불렀는데, 요즘은 ‘최…, 뭐더라’ 하면서 조금 알아봐주시는 것 같아요(웃음). 드라마 시청률이 높으니까 혹한에 야외에서 떨면서 촬영해도 춥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주인공들의 관계가 외도와 복수로 얽히면서 소재가 너무 자극적이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중독성 강한 연기를 위해 연기자들은 정말 열심히 찍고 있습니다.”
최준용은 그동안 2년 가까이 배역을 맡지 못해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것은 물론이고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특히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이 “아빠 왜 TV에 안 나와?” 하고 물을 때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이번 드라마에 거는 기대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92년 동국대 연극영화과 재학시절 SBS 공채탤런트에 합격, 연예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입학할 때만 해도 그의 관심사는 영화연출이었지만 몇 차례 교내 연극무대에 오르면서 연기자로 진로를 바꿨다고 한다. “호흡이 길고 발성이 좋으니 연기를 해보라”는 선배들의 권유도 그가 연기로 마음을 굳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군 제대 후 졸업을 1년 남겨둔 상태에서 탤런트 시험에 합격한 그는 ‘범인1’ ‘행인1’ 등 단역부터 맡기 시작해 점차 비중 있는 역할에 캐스팅되며 ‘악역 전문’ 연기자로 발돋움해갔다. 하지만 데뷔 후 줄곧 조연의 자리에 머물러야 했기에 그는 왕성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대중의 뇌리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각인시키지 못했다. 뜻하지 않게 공백기가 길어질 때는 ‘이쯤에서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여러 번 들었다고 한다.
“신인 때는 무조건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단역이든 뭐든 상관 않고 주어지는 배역은 다 했죠. 방송국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는데, ‘동기 반장’이라 PD 등 제작진과도 어울릴 기회가 많았어요. 그 덕에 신인 때는 또래 동료들에 비해 연기할 기회가 많이 주어졌어요. 하지만 이렇다 할 만한 큰 배역을 맡지 못하니까 점점 한계에 부딪히더라고요. 지난해에는 하도 일이 안 들어와서 아는 형과 조개구이집을 열었는데, 태안 기름유출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두 달 만에 문을 닫았어요.”
그는 방송 출연이 뜸해지면서 연극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동국대 연극학과 출신들이 모여 만든 극단 신화 초창기 멤버로 연극 ‘땅 끝에서는 바다가 보인다’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등 서민극 시리즈에 참여하며 방송국과 대학로를 오간 것. 그는 “무대에 서면서 연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언제나 돌아갈 마음의 고향은 무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열네 살 나이 차와 성격차이 극복 못해
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가운데 그의 활약에 가장 기뻐하는 사람은 아들 현우라고 한다. 2002년 당시 대학생이던 아내와 결혼한 그는 현우가 두 돌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이혼, 지금껏 ‘싱글대디’로 살아오고 있다. 이혼 사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성격차이 때문이고, 열네 살이란 나이 차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지인들 모임에서 처음 아이 엄마를 만나 1년 뒤에 결혼했어요. 그때는 성급하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함께 살다보니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되도록 빨리 각자의 인생을 사는 게 낫겠다 싶어 결혼 2년 만에 이혼을 결정했어요.”

중견 연기자 최준용 뜻밖의 사연 고백

갓난쟁이 때부터 할머니 손에 자란 아이는 엄마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를 볼 때마다 ‘아이가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고, 아이에게 힘든 숙제를 안겨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지금껏 아이가 엄마를 만난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한다. 그는 “이혼할 때 서로 합의한 바다. 아이를 위해서는 만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혼 후 한동안 많이 힘들었어요. 아이만 생각하면 죄책감이 들더라고요. 혼자 술 마시며 운 날도 많았죠. 아이한테 미안한 마음에 아이가 원하는 건 뭐든 다 해주겠다고 다짐했던 적도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진정으로 아이를 위하는 게 뭔지를 조금씩 알게 됐고,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좀 더 엄하게 대하려고 해요. 그동안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응석받이로 자란 탓에 가끔은 아이가 버릇없이 행동하거든요. 초등학생이면 어느 정도 사리 판단이 생길 나이니, 앞으로는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따끔하게 야단도 치고, 무엇이 문제인지 잘 설명해주려고 해요.”
현재 아이는 서울 장의동 본가에서, 그는 경기도 일산 오피스텔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비록 아이와 떨어져 살고 있지만 수시로 본가를 찾아 아이에게 아빠 노릇을 하려 애쓴다고 한다.
“주말에는 어머니가 아이를 데려다주시기도 해요. 얼마 전에는 아이와 함께 촬영장에 다녀왔는데, 연기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니까 좋아하더라고요. 유치원 친구들한테 자랑하겠다고 해서 인화도 해줬어요.”
아이는 아빠가 연기자란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는 눈치라고 한다. 그런 아이에게서 삶의 활력을 얻는 건 당연한 일.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도 그는 아이 앞에서만큼은 절대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중견 연기자 최준용 뜻밖의 사연 고백

“우리 아들은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사람인 줄 알아요(웃음). 촬영장에 갔을 때도 아이한테 ‘(이)재황이 삼촌 잘생겼지?’ 하고 물었더니 ‘아니 아빠가 훨씬 잘생겼어’라고 대답해 난감했어요. 또 한번은 촬영 중 어머니한테 전화가 걸려왔는데, 현우가 ‘아내의 유혹’을 보다가 애리가 돌멩이로 제 머리를 치는 장면을 보고 엉엉 운다면서 달래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들 녀석 눈이 무서워서라도 열심히 연기해야겠어요.”

아이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한동안 술에 빠져 지내
조만간 학부형이 되는 그는 벌써부터 아이 학교생활에 관심이 많다. 학부모 모임에도 열심히 다닐 생각이라는 그는 “엄마들 틈에서 쉽진 않겠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의 어색함은 감수할 수 있다”며 웃었다.
최근 그는 서울의 한 유명 사립 초등학교 입학 추첨장소에 다녀왔다고 한다. 이른 새벽부터 학교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며 처음으로 교육열을 실감했다고. 이날 추첨 결과는 아쉽게도 ‘꽝’. 유리볼 안에 손을 넣어 직접 공을 뽑았던 어머니는 속상한 마음에 끝내 눈물까지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추첨에 떨어진 덕분에 아이는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니게 됐다.
“여태껏 할머니가 부족함 없이 아이를 잘 키워주셨는데, 이제부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당장 아이에게 어떻게 공부를 가르쳐야 할지 막막하거든요. 아이가 영어유치원을 다니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요. 요즘은 엄마의 정보력에 따라 아이 성적이 달라진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 아이 가르치려면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겠어요(웃음).”
그는 요즘 들어 주위 사람들로부터 “재혼하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한다. 아이에게도 엄마가 필요하고 연로한 어머니의 짐도 덜어줘야 하지 않느냐는 조언인 것. 더욱이 어머니는 5년 전 자궁암을 앓은 병력이 있다고 한다. 그가 이혼을 하던 해 암 선고를 받았는데, 다행히 초기에 발견돼 투병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고. 지금은 완치돼 일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만 받는다고 한다.
“이혼 서류에 도장 찍은 날, 갑자기 하혈을 하셨어요.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러신가 보다 했는데, 병원에 갔더니 난데없이 암이라고 하더라고요. 저 때문에 병이 생긴 것 같아 너무 죄송했죠. 그동안 어머니가 편치 않은 몸으로 아이를 돌보느라 고생이 많으셨을 거예요.”
하지만 그는 지금의 상황 때문에 재혼을 서두르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 결혼은 당사자들의 감정이 가장 중요한 만큼 신중하게 결정하고 싶다는 것. 현재 만나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자 그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주머니 속에서 반지 하나를 꺼내 보였다. 3년간 만나온 여자친구와 나눠 가진 커플링이었다. 인터뷰 전 사진촬영을 하는 동안 조심스러운 마음에 잠시 빼뒀다고 한다.
“힘들 때 가장 큰 힘이 돼준 친구예요. 그동안 악재가 많았는데, 그 친구 덕분에 지금까지 잘 버텨온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결혼계획은 없어요. 꽤 오랜 시간 좋은 감정으로 만나왔으니 적절한 시기에 좋은 결실이 있으리라 믿어요.”
두 사람은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자연스럽게 연인관계로 발전했다고 한다. 그는 “아직 여자친구의 부모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올리지 않아 조심스럽다”며 “여자친구의 어머니는 교제사실을 알지만 아버지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스타일의 여자친구는 그와 나이 차가 꽤 많이 나지만 그보다 어른스럽고 생각이 깊다고 한다.
“여자친구한테 신경을 많이 못 써줘서 미안해요. 체질적으로 깜짝 이벤트 등의 애정표현을 잘 못하거든요. 얼마 전 변우민씨가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 밝혔는데, 평소 저희들끼리는 ‘어린 여자친구 만나려면 서로 정보 공유를 잘해야 한다’면서 농담을 하곤 했어요(웃음). 조만간 커플끼리 함께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볼까 해요.”
아이도 여자친구를 ‘고모’라고 부르며 잘 따른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아이에게 “아빠가 고모랑 결혼하면 좋겠어?” 하고 물었더니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네” 하고 대답했다고. 그는 “아이에게 다정하게 잘 대해주는 여자친구가 고맙다”고 말했다.
20년 가까이 조연이란 타이틀을 안고 살아온 최준용은 중견 탤런트 임현식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연기 잘하는 조연’으로 남아 대중에게 따뜻한 웃음을 선사하고 싶다는 것. 그는 “올해를 ‘아내의 유혹’으로 바쁘게 시작했으니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여성동아 2009년 2월 5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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