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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이주헌의 그림읽기

산들바람처럼 온화하게 전해지는 어머니의 사랑 속삭임

2009. 02. 10

산들바람처럼 온화하게 전해지는 어머니의 사랑 속삭임

산들바람이 불면 대지는 만물의 싹을 틔우고 이를 자라게 해 세상을 녹색의 낙원으로 만듭니다. 산들바람은 자연의 속삭임입니다. 그 속삭임이 생명을 키우지요. 어머니의 다정한 속삭임도 우리를 그렇게 자라게 합니다. 온화한 목소리를 통해 전해져오는 어머니의 사랑으로 우리의 마음은 편안해지고 영혼은 쑥쑥 자라납니다.
밀레의 ‘속삭임’은 그 아름다운 속삭임을 예쁘게 그린 그림입니다. 어머니와 아기가 서로를 쳐다보며 따뜻한 대화를 나누네요. 어머니의 옷차림으로 보아 그리 넉넉한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향한 뜨거운 사랑만큼은 세상 그 누구보다 넘쳐납니다.
아이는 지금 그 넉넉한 사랑을 마음껏 누리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사랑보다 아이에게 더 큰 축복은 없지요. 가난하지만 마음만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어머니와 아이는 서로 사랑을 속삭이며 행복을 즐기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왜 이처럼 속삭이기를 좋아할까요? 그들의 대화는 왜 이렇게 산들바람처럼 부드럽게 퍼져 나갈까요?
어머니의 산들바람 속삭임을 따라 우리의 가슴 속에 씨앗처럼 뿌려진 사랑은 우리가 평생 사용할 귀중한 생명의 에너지입니다. 이 에너지가 있어 우리는 거친 태풍을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울 수 있지요. 비바람 속에서도 어머니의 다정한 사랑의 속삭임은 들을 수 있습니다. 어른이 돼도 이 속삭임만큼 그리운 게 없고, 이 사랑만큼 그리운 게 없지요. 오늘도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사랑의 속삭임이 산들바람처럼 스칩니다.

한 가지 더~ 옛날부터 사람들은 자연이나 대지를 어머니처럼 생각했습니다. 어머니가 아이를 낳듯 자연과 대지는 갖가지 생물을 생겨나게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대지를 어머니 여신으로 섬기기도 했습니다. 가이아 여신이나 데메테르 여신이 그런 여신이지요.
밀레, 속삭임, 1840년대, 캔버스에 유채, 45.7×38.1cm, 런던 내셔널 갤러리


장 프랑수아 밀레(1814~75)
그는 농부의 아들입니다. 그래서 농촌을 사랑하고 농민을 즐겨 그렸습니다. 감동적인 밀레의 농민 그림은 ‘신과 성인이 등장하지 않는 종교화’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칼럼니스트. 신문기자와 미술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어린이들이 명화 감상을 하며 배우고 느낀 것을 스스로 그림으로 풀어볼 수 있게 격려하는 책을 집필 중이다. 한 일간지에 연재 중인 ‘이주헌의 알고 싶은 미술’ 칼럼을 엮은 단행본도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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