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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반가운 얼굴

이상아 다시 시작하는 ‘제2의 연기인생’ & 가족 이야기

글 김유림 기자 | 사진 지호영 기자|| ■ 장소협찬 르 삐에 ■ 의상 및 소품 협찬 ANNE FONTAINE 아놀드바시니 에스콰이아

입력 2009.01.20 17:44:00

90년대를 주름잡던 ‘하이틴 스타’ 이상아가 돌아왔다. 과거에 비해 달라진 것이 있다면 조금 불어난 몸무게와 솔직한, 그래서 때로는 거침없는 입담뿐. 그동안 바를 운영하며 생활인으로 살아온 그는 연기복귀 후 ‘이제야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이상아  다시 시작하는 ‘제2의 연기인생’ & 가족 이야기


이상아(37)는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시작하자 “고생해서 몸이 많이 부었다. 최대한 날씬하게 찍어달라”는 주문을 했다. 그는 지난 12월 첫 방영된 SBS 드라마 ‘순결한 당신’에서 남편과 사별하고 유치원생 딸을 키우는 서유희 역을 맡았다. 뽀글뽀글한 파마머리와 촌스러운 옷차림은 유희의 ‘푼수’ 이미지를 잘 살리며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드라마 제작환경이 제가 한창 활동할 때와는 많이 달라서 새롭게 배워가고 있어요. 드라마 제작발표회에도 처음 참가했는데 레드카펫에 어울릴 만한 화려한 의상을 준비했다가 다른 연기자들의 차림새를 보고 얼른 수수한 스타일로 바꿔 입었죠(웃음).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낯설지만 본래 자리로 돌아온 것 같아 편안해요.”
그는 복귀를 결심하기까지 다소 고민을 했다고 한다. 주연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 쉽지 않았던 것. 그는 “이번 역할보다 좀 더 멋지고 비중 있는 캐릭터로 컴백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사실은 그동안 출연섭외가 들어올 때마다 고사했어요. 과거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면서도 포기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마냥 기다린다고 해서 배역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이번 드라마 제작진과 미팅을 하면서 불현듯 지금이 적절한 복귀 시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하고 밝은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고, 연기 면에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았거든요.”

“드라마 제작환경이 달라져 낯설기도 하지만 이제야 제자리로 돌아온 기분이에요”

그가 복귀를 결심하는 데는 가족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고 한다. 남편, 딸, 친정엄마 모두 그가 연기자로 돌아가기를 원했던 것. 아역배우 시절부터 그의 매니저 역할을 해준 친정어머니는 특히 더 그랬다고.
“섭외 들어오는 작품마다 싫다고 해서 엄마가 많이 속상해했어요. 더욱이 어릴 때 함께 활동하던 김혜수·김희애씨는 톱스타가 돼 있으니 TV를 볼 때마다 착잡한 기분이셨을 거예요. 하지만 누구보다 제가 속상해할 거 뻔하니까 집에서는 그런 얘기는 잘 안 하세요. 대신 PD·작가 등 제작진에게 잘하라는 소리를 많이 해요. 제가 성격상 ‘인사치레’를 못하는데, 그 때문에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시거든요. 예전에 추석날 드라마 촬영이 잡혀 있어서 엄마가 담당 PD 갖다주라며 음식을 싸주셨는데, 언제 줘야 할지를 몰라 머뭇거리다가 그냥 가지고 온 적도 있어요. 다시 연기를 하기로 결심한 이상, 이제부터라도 홍보에 신경을 많이 써야겠어요(웃음).”
중학생 시절 아역배우로 데뷔해 ‘아이돌 스타’로 각광받은 그는 “드라마 ‘마지막 승부’를 끝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첫 번째 이혼, 3년 뒤 같은 아픔을 한 번 더 겪으면서 공백기가 길어진 그는 시간이 흘러도 ‘이혼 꼬리표’가 떨어지지 않자 마음속으로 항상 ‘은퇴’를 준비했다고 한다.

이상아  다시 시작하는 ‘제2의 연기인생’ & 가족 이야기

“이혼으로 망가진 이미지를 회복시키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연출자가 출연 제의를 해왔는데 윗선에서 거부해 모멸감을 느낀 적도 있어요. ‘이렇게까지 해서 연기를 해야 하나’하는 회의가 들면서 ‘더 이상 애쓰지 말자’는 자포자기 상태가 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누구는 나보다 더 큰 물의를 빚고도 빨리 복귀하는데, 나만 왜 이런가’하는 원망도 했어요. 다시 활동하기로 마음먹기까지 쉽지 않았지만, 결국 제가 묶은 매듭은 평생을 다해서라도 저 스스로 풀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초등학교 3학년인 딸 서진이는 엄마가 TV에 나온다는 사실에 무척 들떠 있다고 한다. 첫 녹화 전날에는 “내가 시험 봐줄게” 하고는 대본을 보며 그에게 연기를 주문했다고. ‘최대한 촌스러운 모습으로 호들갑스럽게’라는 지문을 보고 다소 실망한 눈치였지만 그가 이내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보여주자 ‘까르르’ 웃으며 좋아했다고 한다.
“같은 반 친구들한테도 자랑을 했나봐요. 한 아이가 아침 드라마라 못 보겠다며 아쉬워하자 서진이가 바로 ‘방학이라 다 볼 수 있어’ 하고 알려줬대요. 그 얘기를 들으니 갑자기 ‘연기 잘 해야 되는데…’ 하는 부담감이 생겼어요(웃음).”
아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가 하이틴 스타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길을 가다가 누군가 그에게 알은척하면 “어떻게 엄마를 알아?”하면서 신기해했다고. 그러다 며칠 전 그가 한창 활동할 당시의 사진을 보여주자 태도가 달라졌다고 한다. 따로 떨어져 걷다가도 사람들이 알아보면 얼른 그에게 다가와 팔짱을 끼며 친한 척을 한다고. 필통·노트 등 학용품에도 자신의 이름 대신 ‘엄마 이상아’라고 써놓았다고 한다. 그는 “매니저처럼 홍보 잘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며 웃었다.
의상디자이너가 꿈인 아이는 옷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큰 곰돌이 인형에 자신의 옷을 입혀놓는가 하면 옷장에 있는 옷을 꺼내 방안을 쇼룸처럼 디스플레이해놓기도 한다고. 작아서 못 입게 된 옷은 가위로 오려 원단샘플을 만든 뒤 연습장에 붙여둔다고 한다.
아이에게 어떤 엄마인지 궁금한데, 그는 주저 없이 “빵점엄마”라고 말한다. 5년 전부터 서초동에서 바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때문에 아이에게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한다는 것. 촬영을 시작한 뒤로는 더 여유가 없어졌다고 한다. 그는 “친정엄마가 잘 봐주시지만 늘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털어놓았다. 둘째를 갖지 않은 이유도 서진이에게 모든 사랑을 쏟고 싶기 때문이라고.
“사실 지난 해 초 임신했다가 유산됐어요. 둘째를 가질 계획은 없었지만, 마음이 좋진 않더라고요. 남편에게도 아이가 하나 있어 결혼할 때부터 둘 사이에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약속했어요.”



“친아빠 존재 알고 난 후 한동안 갈등 겪다가 안정 되찾은 딸에게 더 많은 사랑 쏟을 거예요”

지난해 여름, 그는 아이에게 어쩔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안겨줬다고 한다. 친아빠의 존재를 처음으로 밝힌 것. 낳아준 아빠와 지금의 아빠가 다르다는 말에 아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더니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서럽게 우는 아이를 보면서 그의 마음도 찢어질 듯 아팠다고. 그 일이 있은 뒤 아이가 아빠를 멀리하자 남편도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고 한다.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기 때문에 사춘기에 접어들기 전 미리 얘기하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아이가 어릴 때는 몰랐는데 어느 정도 자라니까 주변에서 듣는 얘기도 많아지고, 인터넷으로 알게 되는 것도 많거든요. 다행히 아이가 금세 마음을 가라앉히고 아빠와 예전처럼 편하게 지내요. 그동안 아빠에게서 받은 사랑이 워낙 크기 때문일 거예요.”
2003년 결혼한 남편 윤기영씨(47)와는 사이좋은 오누이처럼 편안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그가 직선적인 성격인 반면, 남편은 자상하고 꼼꼼해 그를 ‘아이 돌보듯’ 잘 보살펴준다고 한다.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밤낮이 또 바뀌어 힘들어하자 그에게 안방을 내주고 자신은 거실로 나갔다고. 그는 “남편처럼 착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자랑했다.
“며칠 전에는 신발이 하나 배달돼 왔더라고요. 발목까지 올라오는 털부츠였는데 촬영장에서 따뜻하게 신으라고 남편이 인터넷으로 주문한 거였어요. 전 그것도 모르고 ‘나 비슷한 신발 있는데 왜 또 샀어’ 하고 면박을 줬지 뭐예요(웃음). 핫팩도 사겠다고 하는 걸 매니저가 다 챙겨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주말에는 가족여행을 자주 떠난다고 한다. 늦잠을 자려고 해도 남편의 성화에 못 이겨 가까운 근교로라도 떠난다고. 최근에는 경기도 양평에 있는 경치 좋은 펜션에 다녀왔다고 한다. 그는 “책임감 있게 묵묵히 가정을 이끌어가는 남편이 고맙다”고 말했다.
그에게 올해는 의미 있는 해가 될 것 같다고 한다. 연기자로서 새로운 발돋움을 시작한 만큼 결과에 대한 기대감도 크기 때문이다. 그는 “드라마 첫 촬영 날, 나를 와락 껴안아주며 반겨준 선배님들이 눈물 날 정도로 고마웠다”며 제2의 연기인생을 힘차게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여성동아 2009년 1월 5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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