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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Star's Cafe | 솔직한 남자

반듯함 속에 감춰진 엉뚱함, 배우 김석훈의 매력

글 정혜연 기자 | 사진 성종윤‘프리랜서’, 마이네임이즈 제공

입력 2009.01.19 16:33:00

남자 나이 서른일곱. 아직 노총각이라면 허전함을 느낄 법한 나이다. 김석훈이 바로 그렇다. 몇 년째 공개 구혼을 하고 있지만 인연을 못 만났다는 그는 드라마 ‘천추태후’에 출연하는 동안 여자를 유혹하는 기술을 배워볼까 한다며 웃었다.
반듯함 속에 감춰진 엉뚱함, 배우 김석훈의 매력

반듯한 외모와 달리 장난기가 많은 김석훈은 촬영장에서 분위기 메이커로 통한다.


드라마 ‘천추태후’ 촬영지인 충북 단양 산골마을로 접어들자 찬바람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촬영의상 안으로도 몇 겹을 껴입고, 그 위에 또 두툼한 점퍼를 걸친 채 난롯불을 쬐던 김석훈(37)은 “이만한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1년 전에는 이보다 더한 추위에서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을 촬영했어요. 함께 출연했던 이정재씨는 몸에 핫팩을 주렁주렁 달고 살았죠. 전 다행히 혹한기 야외촬영에 단련된 터라 너끈히 견뎠어요. 앞으로 겨울 내내 야외촬영을 해야 하는데 이 정도도 못 견디면 안 되죠(웃음).”

이제는 김석훈이라는 이름에 책임감 느껴
김석훈 하면 드라마 ‘한강수타령’ ‘행복한 여자’ 등에서 보여준 착한 남자 이미지가 떠오른다. 연기 변신을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망가지거나 악한 역으로 출연했던 작품은 흥행에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 ‘천추태후’에서 맡은 역은 신라 부흥을 위해 고려 왕족인 천추태후(채시라)에게 접근했다가 사랑에 빠져 번민하는 김치양. 그는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계속 주연을 맡았는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비중이 낮다는 걸 알고 묘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애쓰는 김치양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였어요. 나이가 들면서 역할의 비중보다는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먼저 보게 되더군요.”
그는 선배인 채시라와 함께 연기하게 돼 든든하다고 한다. 곁에 있던 채시라는 “학부형과의 로맨스?”라며 농담을 했다. 그는 얼마 전 KBS 오락 프로그램 ‘해피투게더’에 출연해 “학부형과 멜로 연기를 하는 게 부담스럽다. 채시라 선배의 딸이 보면 어떡하나 걱정된다”고 말했다.
“방송이 나간 후로 계속 그 얘기를 하세요(웃음). 방송에선 웃자고 한 소리일 뿐이고, 실제로는 선배와 함께 연기하는 게 영광이죠. 서로 호흡도 잘 맞고요. 액션 연기를 할 때는 한 번에 OK사인이 떨어질 정도예요. 채시라 선배뿐 아니라 최재성·이덕화 선배로부터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연륜이 풍부한 연기자들이 많이 출연하는 바람에 졸지에 막내가 됐지만 김석훈도 올해로 데뷔 11년째를 맞은 중견 연기자다. 그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홍길동’으로 데뷔했을 당시, 도와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그때 드라마·영화가 어떤 것인지 배웠죠. 시간이 꽤 흐른 지금은 ‘이름값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약간의 부담감을 안고 있어요.”
촬영 전 늘 완벽하게 준비를 끝내고 들어가야 마음이 놓인다는 그는 이번 드라마를 위해 역사 공부도 했다고 한다. 고려시대 자료가 많지 않아 김치양이라는 인물을 분석하기 힘들었지만 PD와 함께 어떤 성격의 인물로 그릴 것인지 상의하며 공을 들였다고.
“악인인 동시에 선인인 김치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과 고증을 참고하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보기로 했죠. 강하면서도 슬픔을 내재한, 그런 복잡한 감정을 굴곡 있게 드러내고 싶어요.”
반듯함 속에 감춰진 엉뚱함, 배우 김석훈의 매력

‘천추태후’는 스케일이 큰 만큼 촬영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첫 회 촬영에만 한 달 반이 걸렸을 정도. 촬영시간이 길어지는 건 연기자들에게도 고역이다. 그럴수록 촬영장의 분위기를 띄우는 동료의 존재가 절실하다. 김석훈은 이정재·윤정희·김옥빈 등 그동안 같은 작품에 출연했던 많은 배우들이 인정하는 ‘분위기 메이커’. 하지만 그는 ‘천추태후’ 촬영장에서는 자신보다 더 입담 좋은 이덕화에게 밀려났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덕화 선배가 워낙 성격이 좋아 항상 촬영장 분위기를 주도하시죠. 카메라가 꺼져도 연기를 한다고 해서 저한테는 ‘연극인’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셨어요(웃음).”

자연을 사랑하고 등산 좋아하는 여자와 전원에서 조용히 사는 게 꿈
그는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등산을 한다. 자연 속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
“지금도 도심의 아파트가 싫어 서울 근교 전원주택에서 살고 있죠. 가끔 친구들을 모두 불러모아 바비큐 파티를 하는데 고기 굽는 냄새, 자연의 향기가 어우러져 천국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데뷔 초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했지만 요즘은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고 대중목욕탕에도 다니며 버스나 지하철로 이동을 하기도 한다고. 스스로를 연예인이라는 굴레 속에 가두고 싶지 않아서라고 한다.
“그동안 굴곡이 많았어요. 출연했던 영화 중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거의 없거든요(웃음). 데뷔 당시 인기를 얻기는 했지만 어느 순간 실패도 경험하면서 여러 가지를 배웠죠. 연기자는 선택을 당하는 입장이잖아요. 제게도 언젠가는 함께 일하자는 사람들이 사라지는 순간이 올 거예요. 그때가 되면 미련 없이 일을 그만두려고요. 제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욕심 갖지 않는 게 좋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요즘 그의 가장 큰 고민은 결혼이 자꾸 늦춰지는 것이다. 가끔 그의 집에 들르는 부모는 아들 혼자 사는 모습을 몹시 안쓰러워한다고.
“속상하신지 ‘다른 자식들은 결혼해서 아이 낳고 잘만 사는데 너는 왜 그러냐’며 ‘한심하다’고까지 하셨어요(웃음). 일하다 보니 이렇게 된 거지 저 절대로 독신주의자 아니에요. 몇 해 전부터 언론을 통해 결혼하고 싶다고 농담조로 공개구혼까지 했는데 아직 인연을 못 만났어요. 전국을 돌아다니며 매일같이 밤샘 촬영을 하는데 어떻게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하겠어요?”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집으로 혼자 들어가 불을 켜는 게 가장 싫다는 그는 하루빨리 반려자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곁에서 듣고 있던 PD도 “이번 드라마에서 여자를 유혹하는 기술을 배워 만나길 바란다”며 덕담을 건넸다.
“그럴까요?(웃음) 나이 들어 은퇴하면 예쁜 아내와 자연을 벗 삼아 살고 싶어요. 손잡고 산에 오르고, 요리도 해먹고….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그때쯤에는 파지나 고철을 수집해 재활용 사업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웃음).”

여성동아 2009년 1월 5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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