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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이주헌의 그림읽기

금붕어

자유분방하고 강렬한 색채가 주는 즐거움

입력 2009.01.09 11:36:00

금붕어

마티스, 금붕어, 1912, 유화, 140×98cm, 러시아 푸슈킨 미술관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산다면 정말 좋겠지요. 하지만 그 대신 다른 것을 다 포기하라면 어떨까요? 마티스는 좋다, 다 포기하겠다고 말한 사람입니다.
“아무런 걱정도 간섭도 없이 그림만 그릴 수 있다면 독방에서 수도자로 살아가도 좋다.”
마티스의 아버지는 곡물과 도료를 파는 가게를 운영했습니다. 장사를 하며 돈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체험한 아버지는 마티스가 법률가가 돼 안정된 삶을 살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마티스는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고 미술학교에 입학했지요. 그때 예술가가 되려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던진 충고는 “너 그러다 굶어 죽는다”였습니다.
평생 가난하게 살아도 자신이 원하는 걸 하고 싶었던 마티스는 주위의 걱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행복하게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렇게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그림을 그리다 보니 그의 그림에는 남과 다른 그만의 특징이 잘 살아났지요.
그런데 그게 문제가 됐습니다. 전통적인 스타일과는 너무 다른, 어찌 보면 파괴적일 정도로 자유분방해 보이는 그의 그림을 당시의 미술애호가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림이 팔리지 않으니 생활이 어려웠지요.
그래도 마티스는 속으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니 좋아!” 하고 생각했습니다. ‘금붕어’는 그렇게 자신이 느낀 대로, 좋아하는 대로 색을 구사해 그린 그림입니다. 어항에 금붕어가 담겨 있고, 그 아래 테이블이, 주위에 식물들이 보이네요. 어린아이가 그린 듯 형태를 단순하게 표현한 뒤 신선한 색채를 마음껏 칠했습니다.
이처럼 자유로운 색채의 구사가 얼핏 초보적으로 보이나 볼수록 강렬한 쾌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이 색채들이 빛과 그림자의 법칙이나 복잡한 기교로부터 해방돼 순수한 에너지를 발산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표현은 나중에 야수파로 알려지면서 마티스를 당대의 선구자로 만듭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굽히지 않고 꾸준히 한 결과, 이렇듯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한 가지 더~ 색채를 잘 구사하는 화가를 색채화가라고 부릅니다. 서양에서는 예부터 형태를 중시해 화가들이 색채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낭만주의 이후 들라크루아가 색채를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보나르, 마티스 같은 뛰어난 색채화가들이 나오게 됩니다.
▼ 마티스(1869-1954)
색채의 힘을 중시한 야수파의 지도자 앙리 마티스는 지중해와 모로코 등지를 여행하면서 이 지역의 원색적인 색채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보색을 활용해 선명하고 청결한 느낌의 색채를 구사했지요. 1941년 암 수술을 받게 됐을 때 의사에게 “작품을 마무리할 수 있게 3~4년만 더 살게 해달라”고 애원할 정도로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습니다.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칼럼니스트. 신문기자와 미술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어린이들이
명화 감상을 하며 배우고 느낀 것을 스스로 그림으로 풀어볼 수 있게 격려하는 책을 집필 중이다. 한겨레신문에 연재 중인 ‘이주헌의 알고 싶은 미술’ 칼럼을 엮은 단행본도 발간할 예정이다.

여성동아 2009년 1월 5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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