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새로운 도전

악녀로 돌아온 장서희 3년 만의 컴백 스토리

글·김수정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2008. 12. 22

‘인어아가씨’ 성공 이후 잇단 실패와 성형수술 논란 등으로 마음고생한 뒤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장서희. 그가 3년 간의 침묵을 깨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악녀로 돌아온 장서희 3년 만의 컴백 스토리

어깨선이 드러나는 분홍색 미니원피스로 멋을 낸 장서희(37)는 사진촬영을 위해 요염한 포즈를 취했다. 동글동글한 이목구비와 작은 체구, 사근사근한 목소리를 지녀 선한 이미지를 풍기던 그에게서 순간 ‘인어아가씨’의 표독스러운 여주인공 ‘아리영’의 모습이 비쳤다.
“6년이나 흘렀지만 아직도 ‘장서희’ 하면 ‘인어아가씨’를 떠올리는 분이 많아요. 그런 시선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오늘날의 저를 있게 한 작품이기 때문에 감사하고 소중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그는 “당분간은 ‘아리영’을 잊어달라”고 부탁했다. 11월 초부터 방영되고 있는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 ‘구은재’ 역을 맡아 극 초반에는 전형적인 현모양처로 살다가 불륜에 빠진 남편과 자신의 단짝친구로부터 배신당한 뒤 복수에 나서는 팜므파탈로 돌변하기 때문.
“친자매처럼 지낸 친구와 남편이 내연 관계인데다, 두 사람이 자신과 7년 만에 어렵게 가진 배 속 아이를 죽일 계획을 세운다니….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죠. 은재는 배우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캐릭터예요. 눈물 마를 날 없이 시어머니께 구박받는 모습이 처음엔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변신한 뒤 남편을 다시 유혹하는 설정에서는 꼭 1인 2역 같은 짜릿함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는 ‘아리영’과 캐릭터가 흡사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복수 연기를 선보일 테니 조금 더 지켜봐달라”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요즘 촬영장에 갈 때마다 설렌다고 한다. 얼마 전 출연진과 함께 강화도로 MT를 다녀온 그는 “동료배우 변우민·김서형과 촬영 틈틈이 수다를 떨고 촬영스태프와 어울리는 것도 큰 즐거움”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의 브라운관 복귀는 지난 2005년 MBC ‘사랑찬가’ 이후 3년 만이다.
“‘인어아가씨’를 촬영하는 동안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더니 드라마가 끝난 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됐어요. 그때 충분히 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죠. 인기가 사그라질까봐 불안했거든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쳤기 때문인지 그 후 출연한 작품에 집중하지 못했고 자신감도 떨어졌어요. 설상가상으로 교통사고까지 당했고요. 적절한 시기에 재충전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가장 후회스러워요.”

‘인어아가씨’ 후 계속된 실패로 우울증 앓아
‘아리영’처럼 이중적인 캐릭터 제의가 계속된 것도 스트레스였다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싶어 영화 ‘귀신이 산다’로 코믹연기에도 도전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한다.
“배우에게 특정한 이미지가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인데 그때는 왜 그걸 거부했는지 모르겠어요. 마음은 급한데 몸은 따라주질 않아 슬럼프를 겪었고, 결국 우울증을 앓았죠. 방송활동을 쉬면서 어머니와 함께 전국의 유명사찰에 가 3천배를 하면서 마음을 다스렸고, 시간이 날 때마다 태국·미국 등지로 가족여행을 떠났어요.”
그러던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중국에서 드라마 출연 제의가 들어온 것.
“중국에서 ‘인어아가씨’ ‘회전목마’ 등이 방영되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는데, 그걸 계기로 중국 TV프로그램 인기순위 5위 안에 들었던 사극 ‘경자풍운’에 캐스팅됐어요. 처음엔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아 힘들었는데 나중에는 오히려 집중해서 연기하다 보니 초심으로 돌아가게 돼 좋더라고요.”

악녀로 돌아온 장서희 3년 만의 컴백 스토리

그는 당분간 국내와 중국활동을 병행할 생각이라고 한다.
“연기를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언제 어디서든 역할이 주어진다면 책임감을 갖고 연기할 거예요.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편집실까지 따라 들어가 ‘이런 부분에서 좀 더 잘할걸’ 하고 꼼꼼하게 모니터링을 해요. 20여 년의 경력이 부끄럽지 않게 연륜이 묻어나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연기활동을 시작한 그는 90년 MBC 공채탤런트로 선발돼 오랫동안 단역·조연을 두루 거쳤다. “작은 역할부터 차근차근 밟아왔기 때문에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진리를 믿는다”는 그는 요행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복권을 절대 사지 않는다고 한다. 백마 탄 남자를 만나 성공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하면서 자존심 상한 일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한번은 대본 리딩을 마친 뒤 드라마 타이틀 촬영을 해야 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전화가 오지 않더라고요. 얼마 뒤 갑자기 다른 배우로 바뀌었다는 소식을 들었죠. 그런 일로 방송국 화장실에서 운 적도 많아요. 주변에 저와 비슷한 일로 마음고생하는 후배들이 많은데, 그들에게도 하루빨리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어요.”

“얼굴에 주름 늘수록 마음의 여유 또한 느는 것 같아요”
장서희의 요즘 관심사는 건강이다. 살이 잘 찌지 않는 편인 그는 “평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지만 틈틈이 사찰에서 절 수행을 하면서 몸을 움직인다”고 말했다. 또 사찰이 있는 산이라면 힘든 줄 모르고 오른다고.
“마음가짐보다 외모가 중요시되면 안 되지만, 몸매관리도 자기관리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배우라면 기본적으로 외모를 가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식성이 까다롭지 않아 무엇이든지 잘 먹지만 오랜만에 저를 본 사람들이 ‘어머, 장서희는 그동안 자기관리에 소홀히 했나봐’라고 말할까봐 쉴 때도 풀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물론 슬럼프를 겪는 동안에는 거울 보는 것조차 싫었죠. 그러나 요즘 거울을 보면 저 스스로도 편안해진 걸 느낄 수 있어요.”
그는 지난 2005년 SBS ‘한밤의 TV 연예’를 진행할 당시 성형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달라진 얼굴로 생방송 촬영에 임했는데 “성형수술을 받은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고, 그가 “감기 몸살로 얼굴이 부었다”고 해명했지만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이에 대해 그는 한 인터뷰에서 “주변에서 방송을 만류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한 주 쉬려고 했지만, 방송활동을 하면서 한 번도 지각하거나 펑크를 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픈 걸 참고 스튜디오에 들어섰다”면서 “피오나 공주라는 별명과 함께 악성 댓글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그 일로 더 이상 상처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어느 덧 30대 후반에 들어선 그에게 나이 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지 물었다. 그는 ‘하하하’ 소리내 웃으면서 드라마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촬영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교복을 입고 맥주를 마시는 장면을 찍었어요.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편이지만 실감나게 연기하고 싶어 진짜 술을 마셨죠. 감독님이 흑백으로 처리한다고 해서 노메이크업 상태로 촬영했는데 컬러로 나오더라고요.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교복 입은 것도 쑥스러운데 얼굴색까지 붉게 변해 정말 부끄러웠어요.”

악녀로 돌아온 장서희 3년 만의 컴백 스토리

그는 “나이를 먹을수록 주름이 늘어나지만 마음의 여유 또한 느는 것 같아 젊은 시절보다 지금이 더 좋다”고 말했다.
“어릴 때는 젊다는 것 자체가 매력이지만 나이가 들면 많은 경험을 하면서 다양한 깨달음을 얻게 되잖아요. 저도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좀 더 성숙해진 것 같아요. 더 이상 카메라 앞에서 예쁘게만 나오려고 애쓰지 않고요.”
“‘결혼한 뒤 은재를 맡는다면 또 다른 깊이가 느껴질 텐데’ 하고 아쉬워한 적이 있다”는 그는 “결혼하지 않았기 때문에 은재의 모든 부분을 이해할 순 없지만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부부간 갈등과 비극을 그린 영화·드라마를 틈틈이 본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결혼생활을 경험하고 있는데, 실제 이런 가정에서 살아간다면 정말 끔찍할 것 같아요. 극중 남편으로 출연하는 (변)우민오빠는 처음 대사 세 줄을 읽고 자신의 캐릭터가 밉고 싫어 대본을 덮어버렸대요(웃음). 은재를 연기하면서 ‘저런 남편 만나면 큰일나겠다’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남편이 바람둥이인 건 정이 넘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큰 소리 한번 못 지르고 사는 은재가 안쓰럽지만 복수의 화신으로 변해 남편을 괴롭히면 그땐 남편이 불쌍하게 여겨질 지도 모르겠어요.”
장서희는 가족을 각별하게 챙기기로 소문 나 있다. 부모와 함께 살면서도 하루에 몇 번씩 통화하며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털어놓는다고.
“세 딸 중 막내인데, 어릴 때부터 밖에서 친구들과 놀기보다는 가족과 어울리는 걸 좋아했어요. 하기 싫은 건 죽어도 안하는 고집스런 성격이지만, 부모님 속을 썩인 적은 없어요.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가족과 대화하다 보면 위안을 받고 금세 밝아지는 것 같아요.”



“부모님은 결혼이 늦다며 걱정하시지만 조급하게 결정하지 않을 거예요”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싶은 생각은 없을까. “한때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그는 “하지만 일을 시작하면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진다. 연기 이외의 일은 모두 귀찮다”고 대답했다.
“결혼할 나이가 한참 지났으니 주변에서 많이 걱정하시죠. 잠깐 결혼 얘기를 꺼냈던 엄마는 ‘드라마 들어갔으니 또 어떡할래?’ 하고 지레 포기하시더라고요(웃음). 아직 인연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이왕 늦은 결혼이니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할 거예요.”
“아직은 결혼보다 일이 우선”이라는 그는 “가뭄에 내리는 단비 같은 연기자라는 말을 듣는 게 목표”라며 파이팅을 외쳤다.


장서희는 “그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한 만큼 열심히 활동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