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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그녀의 열정

둘째 출산 후 1년 만에 방송 복귀한 채시라

글·김유림 기자 / 사진·성종윤‘프리랜서’,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입력 2008.11.19 11:13:00

연기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서 맡은 바 역할을 똑 부러지게 해내는 탤런트 채시라. 지난해 둘째를 낳은 그는 젖먹이 아들을 위해 촬영장에까지 유축기를 가지고 다니는 열성 엄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액션연기에 도전하는 그의 하루를 따라가봤다.
둘째 출산 후 1년 만에 방송 복귀한 채시라

지난해 둘째 아들을 출산한 뒤 육아에만 전념해오던 채시라(40)가 2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다. 11월 말 방영되는 KBS 대하사극 ‘천추태후’에서 강감찬과 함께 거란과 맞서 싸우는 여걸, 황보수(훗날 천추태후) 역을 맡은 것. 과거 사극 ‘왕과 비’와 ‘해신’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긴 그는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도 남다르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극이 남성중심적인데 반해 이번 작품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진취적인 여성으로 꼽히는 천추태후의 일생을 그리기 때문.
지난 10월 중순, 경남 합천 촬영장에서 만난 그는 짙게 그린 눈썹, 야인처럼 풀어헤친 긴 머리가 천추태후의 카리스마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해신’에서 ‘자미부인’을 연기할 때는 눈꼬리를 위로 올린 메이크업과 화려한 머리모양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된 액션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데뷔 후 처음 액션연기에 도전하는 거라 기대도 되고, 무엇보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이런 좋은 기회가 와 기뻐요(웃음). 갑옷을 입고 투구까지 쓰고 나면 왠지 남자가 된 것 같고, 성격도 호전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촬영 때 그가 입는 갑옷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처음 사용한 소재로 만들어졌는데 기존 갑옷에 비해 가벼워 입고 활동하기가 한결 편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남자 갑옷의 경우 무게가 20~30kg, 여자 갑옷은 10kg 정도 나간다고. 촬영 초반 갑옷 무게 때문에 어깨가 아파 고생을 많이 했다는 그는 요즘에는 의상을 갈아입기 전 어깨에 두툼한 패드를 대고, 촬영 중간 쉬는 시간에는 갑옷을 벗은 채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데뷔 후 처음 도전하는 액션연기, 갑옷 입고 칼 휘두르는 기분 색달라
채시라는 이번 작품을 위해 지난 5월부터 액션연기를 준비해왔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정두홍 액션스쿨에 다니며 강도 높은 무술연기를 익히고 말 타는 법을 배우면서 만반의 준비를 한 것. 하지만 지난 7월 말에서 떨어져 엉덩이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해 안타까움을 샀다.
둘째 출산 후 1년 만에 방송 복귀한 채시라

“말을 타고 장애물 넘는 연습을 하다가 잠깐 긴장을 늦춘 사이 사고가 났어요. 말이 장애물을 넘는 순간 몸을 세웠어야 했는데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졌거든요. 처음에는 단순한 사고인 줄 알고 잠깐 쉬었다가 다시 말을 탔는데 연습을 다 끝내고 난 뒤 아무래도 이상해서 병원을 찾았죠. 다친 부위가 엉덩이뼈라 깁스도 하지 못하고 불편했지만 두 달 동안 집에서 쉬면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웃음).”
2006년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를 끝으로 활동을 중단한 뒤 둘째를 임신했던 그는 적어도 올해까지는 육아에 전념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욕심 또한 버릴 수 없었기에 복귀시점을 앞당겼다고. 그의 남편 김태욱 역시 “당신은 스케일이 큰 작품에 어울린다”며 그의 복귀를 부추겼다고 한다. 초등학교 1학년생인 큰딸 채니도 엄마가 TV에 나온다는 사실을 은근히 반가워하는 눈치라고.
“집에 아이들을 두고 나오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촬영장에 오면 아이들 걱정은 안 하려고 해요. 연기에 집중하지 못하면 이도저도 아니니까요. 대신 촬영이 끝나면 바로 집에 전화를 걸어요. 큰아이는 엄마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느 정도 알기 때문에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것에 크게 상심하지 않아요.”

연기와 육아 중 하나 선택해야 한다면 육아 택할 것
그는 둘째를 갖고 나서 채니가 동생을 질투하면 어쩌나 걱정됐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둘째가 태어나자 기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채니가 어린 동생을 살뜰하게 잘 돌보기 때문이다. 기저귀도 갈아주고 이유식도 잘 먹인다는 것. 11월 첫돌을 맞는 둘째는 지금껏 크게 아픈 적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으며 그 나이 또래 아기들이 보이는 귀여운 행동으로 가족들에게 큰 웃음을 주고 있다고 한다.
“요즘 한창 물건을 잡고 걷기 시작했어요. 행동 하나하나가 사랑스럽고 귀여워요. 엄마들 눈에는 다들 자기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똑똑해 보인다고 하잖아요. 저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웃음). 남자아이여서 그런지 채니 키울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에요. 활동량도 많고 무엇보다 잘 먹고 잘 웃어서 예뻐요.”
결혼 초에는 “아들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남편은 정작 그가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딸이어도 좋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주변 얘기를 들어보니 아이들 성별이 같으면 더 좋다고 하더라는 것. 그럼에도 남편은 아들이 태어나자 오래도록 간직해온 소망을 이룬 듯 뿌듯해했다고 한다.

둘째 출산 후 1년 만에 방송 복귀한 채시라

촬영에 들어가기 넉달 전부터 승마와 무술을 익힌 채시라. 중간에 한 번 낙마해 엉덩이뼈에 금이 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남편은 갓난아이를 참 좋아해요. 조그만 아이가 꼬물대는 게 예쁜가봐요. 요즘은 사업 때문에 출장도 자주 가는데, 하루도 아이를 못 보면 보고 싶다고 안달이에요.”
채시라는 촬영에 돌입한 요즘도 여전히 모유수유를 고집하고 있다. 특별히 기한을 둔 건 아니지만 1년 이상 모유를 먹이고 싶다는 것. 그는 촬영장에도 유축기를 가지고 다니는데, 모유를 짠 뒤 바로 아이스박스에 보관해둔다고 한다. 집에 들어가지 못할 때는 숙소 냉동실에 모유를 보관했다가 촬영이 끝나면 가져간다고.
“제가 고지식한 면이 있어서 한번 해야지 하고 마음먹은 건 끝장을 보려고 해요. 첫째 때도 지금처럼 1년 넘게 모유만 먹여서 키웠어요.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는 건 불가능하지만 모유수유는 조금만 신경 쓰면 되는 일이라 그다지 힘들다는 생각은 안 해요.”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25년 가까이 톱스타의 길을 걸어온 그는 엄마의 역할도 잘 해내고 있다. “육아가 적성에 잘 맞다”고 말하는 그는 “만약 일과 육아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고 하면 육아를 고르겠다”며 웃었다.
“결혼 전에는 제가 아이 키우고 살림하는 걸 좋아하는지 미처 몰랐어요. 때로는 힘들지만 제 손으로 뭔가를 이뤄내고, 그걸로 인해 가족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연기를 통해 얻는 성취감과는 또 다른 감정이죠. 이번 드라마 시작하면서 주위 분들에게 ‘오랜만’이라는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정작 저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아이들 키우면서 정신없이 지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 같아요(웃음).”
그는 요즘도 시간이 날 때면 이유식을 직접 만든다고 한다. 한 가지만 먹이면 아이가 금방 질려 하기 때문에 보통 두 가지를 만들어놓고 끼니 때마다 번갈아 먹인다고. 그는 “이유식은 재료도 잘게 썰어야 하고 조리방법도 까다롭지만 아이가 입을 오물거리며 먹는 모습을 보면 ‘다음엔 또 어떤 걸 해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둘째 출산 후 1년 만에 방송 복귀한 채시라

채시라는 서로의 부모에게 잘하는 것이 부부가 화목하게 지내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아직은 공부보다 놀기 좋아하는 큰딸, 스스로 공부습관 익힐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어요”
그는 올해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교육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나친 사교육은 오히려 아이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저학년 때까지는 영어학원을 제외한 다른 학원에 보내지 않을 생각이라고.
“아이가 또래에 비해 키가 커서 초등학교 3학년쯤으로 보여요. 그래서인지 엄마인 저도 가끔 아이를 과대평가해요. 이제는 스스로 알아서 할 나이가 됐다고 생각하는 거죠. 남편은 그런 제게 ‘재촉하지 마라. 채니는 당신하곤 다르다’면서 주의을 주곤 해요(웃음). 최근에는 아이한테 책가방 챙기는 문제 때문에 잔소리를 한 적이 있는데, 다른 엄마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아이 스스로 가방을 챙기려면 1년은 족히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공부습관도 마찬가지고요. 아직은 아이가 숙제하는 것보다 노는 걸 좋아해서 ‘숙제 먼저 하고 놀아야 한다’고 자주 타일러요.”
아이를 엄하게 키우기보다 사랑으로 감싸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으려 많이 애쓴다고 한다. 아이가 잘못하면 몇 번 반복해서 말로 타이르고, 그럼에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을 때는 따끔하게 야단을 친다고. 그러면 아이도 ‘이번에는 엄마가 정말 화가 났구나’ 하고 깨닫는 눈치라고 한다.
이처럼 그가 아이교육에 있어 남다른 ‘참을성’을 발휘할 수 있는 데는 독서의 힘이 크다. 평소 교육관련 서적을 끼고 살다시피 한다는 그는 “책을 보면 현명한 엄마의 조건이 무엇인지 다 나와 있다. 얼마만큼 실천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의 역할 또한 잘해내고 있다. 얼마 전 남편 김태욱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웨딩사업을 시작하고 4년 정도 집에 돈을 한 푼도 가져다주지 못했는데, 아내는 바가지를 긁기는커녕 ‘분명히 잘될 거야’ 하고 격려해줬다”며 그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채시라는 “내가 남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려주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당장 성과가 없더라도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고 차분히 기다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남편이 모든 걸 걸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는 꼭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겼죠. 또 남편이나 저나 집안에서 맏이여서 책임감과 배려심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 같아요. 그런 성격 덕분에 서로 많이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것 같고요.”
서로의 부모에게 잘하는 것 역시 부부가 화목하게 지내는 비결이라고 한다. 특히 김태욱은 예고 없이 깜짝 이벤트를 자주 벌여 그에게 소소한 감동을 안겨준다고. 얼마 전에는 장인에게 전화를 걸어 “아버지, 소주 한잔 하시죠” 하고는 술자리에 나오게 한 뒤 처가 식구들을 한 명씩 불러내 결국 가족모임 자리로 만든 적이 있다고 한다.
“남편은 계획적인 것보다 ‘불쑥’ 하는 걸 좋아해요. 치밀한 걸 좋아하는 저와는 반대되는 성격이지만 그 덕분에 깜짝 놀라는 재미가 있죠(웃음). 남편이 친정식구들에게 잘 하는 걸 보면 저도 시어른들께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되도록 자주 전화 드리려고 하는데, 요즘처럼 촬영장에 나와 있는 시간이 많을 때는 문자메시지로 안부를 여쭙기도 해요. 얼마 전에는 아버님이 촬영하느라 고생한다며 보약을 한재 지어주셔서 감사히 잘 먹었어요(웃음).”
앞으로 80부작 대하사극의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하는 채시라. “‘마라톤’ 출발선상에 서 있는 기분”이라는 그는 “무사히 끝까지 완주한 뒤, 두 아이가 기다리고 있는 가정으로 돌아가 또다시 육아에 전념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여성동아 2008년 11월 5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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