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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유인경의 Happy Talk

무엇보다 소중한 ‘나’를 위하여

입력 2008.11.07 16:13:00

무엇보다 소중한 ‘나’를 위하여

박향숙, 친구, 72.7×90.9cm, 캔버스에 오일과 파스텔, 2007


난 최진실씨의 팬이 아니었다. 20년 전 데뷔해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을 때도, 조성민과의 이혼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을 때도 그저 무덤덤했다.
그런데 그의 자살 소식을 들은 후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왜 최진실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올 초 아이들의 성을 자신의 성으로 바꿀 만큼 남매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고, 어머니·남동생과도 각별한 사이고, 남부럽지 않은 재산도 있고, ‘최진실 사단’으로 불리는 친구들이 가득하고, 곧 새로운 드라마에 출연할 예정이고, 마흔 살이라곤 하지만 보통 아줌마들에 비해선 무척 젊고 예쁜데 말이다. 안재환씨와 관련된 사채설 루머로 고통을 겪었다지만 더 많은 역경에도 꿋꿋하게 버티며 오뚝이처럼 일어선 그가 아니었던가.

시대를 풍미한 배우 죽음 계기로 삶의 모습 돌아보게 돼
왜 그토록 친구가 많은데 죽기 직전에 메이크업을 도와주는 이에게만 문자를 남겨 아이들을 부탁했는지, 왜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로 화려하게 재기를 하고도 스태프들과의 마지막 술자리에서 “나 아직 (스타로서) 괜찮냐”고 수십 번이나 물었는지 궁금하기만 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 말로 의문이 풀렸다.
그의 자살사건이 보도된 며칠 후 최진실씨와 친하던 지인을 만났는데 너무 울어서 퉁퉁 부은 얼굴이었다.
“진실이가 최근 술을 마시면 밤에도 수시로 전화해서 울기도 하고 섭섭하다고 하소연했어요. 언젠가는 새벽까지 악성 댓글을 다 읽고 난 뒤 거의 기절한 적도 있다고 해요. 그래서 제발 그런 것에 신경 쓰지 말라고 하면 ‘네가 내 맘을 아냐?’며 또 울고…. 그래서 얼마 전부터 늦은 시간에 진실이에게서 전화 오면 안 받았어요. 분명히 습관처럼 속상하다, 외롭다고 넋두리를 할 테니까요. 그 전화를 받아서 다독거려줘야 했는데…. 그게 너무 미안해서 견디기 힘들어요.”
방송사 분장실에서 근무하는 분은 최진실씨와의 마지막 만남을 이렇게 기억했다.
“얼마 전 녹화장에서 진실이를 봤어요. 신인 시절 드라마에 출연할 때부터 머리를 손봐줘서 정이 들었는데 여전히 반갑게 인사를 하더라고요. ‘진실아, 넌 늙지도 않니? 아직도 예쁘다’고 했더니 아주 좋아하더군요. 몇 번이고 ‘언니, 정말 나 아직 괜찮아? 나 예뻐?’라고 물어보고 즐거워했는데….”
명품 패션브랜드에서 일하는 한 여성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CF 한 편에 수억원을 받는 스타라 해도 시상식이나 촬영할 때 입는 옷들은 협찬을 받죠. 하지만 몇몇 연예인은 할인을 받아서라도 옷을 구입하거나 백을 몇 개씩 사기도 해요. ㄱ씨의 경우엔 똑같은 디자인의 원피스를 색깔별로 사간 적이 있고 억대가 넘는 시계도 척척 사더군요. ㅇ씨는 남들이 자기와 같은 옷을 입는 게 싫다면서 드라마에서 입을 옷도 이탈리아나 프랑스에 가서 구입하기도 하죠. 그런데 최진실씨는 명품브랜드 의상을 구입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어요. 정말 알뜰한 사람이었죠.”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가난을 이겨냈고, 생존경쟁이 치열해 정글 같은 연예계에서 스타 자리에 올랐으며,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많은 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지만 정작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자신에 대한 사랑은 제대로 할 줄 몰랐던 것 같다.
난 최진실씨처럼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스타도,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도 아니지만 그의 안타까운 자살을 통해 앞으로 내 삶의 방향을 정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겠다는 것이다. 남들의 시선에 신경 쓰는 시간에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악성 댓글을 보는 대신 친구들이 보낸 정겨운 편지나 메일을 다시 읽어보며 힘을 얻고 아름다운 책과 영화를 보며 마음을 정화시키겠다. 지난해 나 역시 방송에서 한 말이 오해를 받아 인터넷 검색 1순위에 등극한(?) 적도 있지만 비난의 댓글을 읽지 않았다. 그걸 읽고 일일이 변명을 한다고 수긍할 이들도 아니고 내 정신건강이 더욱 중요했기 때문이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충만한 삶 만들기
외로움과도 잘 사귀겠다. 황동규 시인은 외로운 시간에 익숙해지는 것을 ‘홀로움’이라고 표현했다. 홀로 있는 시간에 남과 단절된 막막한 외로움을 느끼는 대신 충만하게 보내는 법을 익혀야겠다. 친구들과 만나 웃고 떠들고 공감하는 순간도 행복하지만 혼자서도 자신과 잘 놀아주는 훈련이 필요하다.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취미생활을 하거나, 그저 가만히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을 위로해줘야 한다. 1백 명의 사람이 날 욕하고 비웃어도 내가 날 사랑하면 그들과 맞설 용기가 나지 않을까.
자식이나 남편보다 나를 우선순위에 두겠다. 전에는 마트에 장을 보러 가도 내가 먹고 싶은 것보다는 딸아이 먹을 것이나 남편의 취향에 맞는 찬거리를 사고, 아이는 신상품을 사주고 난 할인행사 때 싸구려를 사 입으며 스스로 헌신적인 엄마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리고는 때때로 “돈 벌어서 가족들에게 다 쓴다”는 피해의식을 느끼기도 했다. 물론 평소 자신을 위해 돈을 쓰지 않은 건 아니지만 앞으로 더욱 나에게 투자할 생각이고 스스로에게 수시로 선물을 할 생각이다. 나를 가장 아끼고 대접하고 소중히 가꿀 사람은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최진실씨로 인해 난 인생 후반전을 앞두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 덕분에 화장품이며 가을옷을 사느라 지출이 늘었지만 전처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나 자신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최진실씨의 명복을 빈다.








※ 유인경씨는…
경향신문사에서 선임 기자로 일하며 인터뷰 섹션을 맡아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직장 여성에 관한 책을 준비 중인데 성공이나 행복을 위한 가이드북이 아니라 웃으며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는 실수담이나 실패담을 담을 예정이다. 그의 홈페이지 (www.soodasooda.com)에 가면 그가 쓴 칼럼과 기사를 읽을 수 있다.

여성동아 2008년 11월 5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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