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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 인터뷰

이미숙 이혼 1년 만에 첫 인터뷰

글·이유나‘스포츠동아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MBC 제공

2008. 10. 21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서 억척스러운 엄마 연기로 호평받는 이미숙. 하지만 연기를 떠나 현실에서의 그는 자식들에게 “자기 인생은 스스로 개척하라”고 주문하는 쿨한 엄마라고 한다. 그가 처음으로 밝힌 이혼 속사정, 두 남매 이야기.

이미숙 이혼 1년 만에 첫 인터뷰

MBC ‘에덴의 동쪽’에서 60년대 불우한 시대 환경에 맞서 자식을 지켜내려는 강인한 엄마 양춘희 역을 맡아 드라마 초반 인기를 주도하고 있는 이미숙(48). 하지만 그는 처음 드라마 출연 제의를 받고 한참을 고민했다고 한다.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표현해야 하는 춘희 역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았기 때문.
극중 이미숙은 남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수 앞에서 남편의 사망 보상금을 불태우는 강단 있는 모습을 보인다. 그 장면에서 이미숙은 멱살을 잡히고 따귀 맞는 장면을 NG 없이 한번에 연기했다.
“연기를 두 번, 세 번 하다보면 계산된 모습이 나오기 때문에 웬만하면 한번에 끝내려고 해요. 얻어맞는 장면을 찍을 때는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어요. 그동안 촬영장에서 항상 공주 대접을 받아서인지 목발로 차이고, 땅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제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더라고요(웃음).”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 법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운동을 꾸준히 해온 덕분에 컨디션에는 별 무리가 없다고 한다. “길바닥 인생(?)인 배우에게 체력은 필수”라고 말하는 그는 “몸매를 예쁘게 가꾸려고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를 할 체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도 요가와 필라테스, 웨이트트레이닝, 골프 등 다양한 운동을 했다고.
“제 가장 큰 장점은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본다는 거예요. 대본 연습을 할 때도 읽고 또 읽어 완전히 제 것으로 만들려 하죠. 운동을 할 때도 끝까지 파고들어서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야 직성이 풀려요(웃음).”

20년 동안 일과 집안일 병행하며 가족에게 가졌던 죄책감에서 벗어나고자 이혼 선택
극중 남편을 잃고 혼자 몸으로 두 아들을 키우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춘희의 모습은 실제 그의 어머니와 비슷하다고 한다. 홀어머니 밑에서 언니와 함께 자란 그는 “어린 시절에는 빨리 성공해서 어머니 은혜에 보답해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어머니가 서른두 살 젊은 나이에 혼자 되셨어요. 아버지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재혼을 하지 않으셨죠. 홀로 자식을 키운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어머니의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을 거예요.”
딸이 연기자란 사실을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하는 어머니는 지금껏 그가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를 빠짐없이 봤다고 한다. 이번 드라마를 보면서는 딸이 고생한다는 생각에 마음 아파한다고. 세련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허름한 몸빼바지에 화장도 안한 얼굴로 TV에 나오는 그를 보면서 몇 번이나 “이번 드라마는 하지 말걸 그랬다”며 속상해했다고 한다.
현재 스물한 살, 열일곱 살 남매를 둔 그는 드라마에서처럼 자식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희생하는 그런 엄마는 못된다고 한다. 그는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자기 인생은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을 주입시켰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만큼 제 자신도 사랑해요. 연기자로서, 여자로서의 행복을 찾는 게 잘못된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냉정하게 말하면 엄마의 자질은 매우 부족하죠. 뒤돌아보면 아이 낳고 키우는 일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이미숙 이혼 1년 만에 첫 인터뷰

그가 지난해 20년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이유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동안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며 끊임없이 ‘죄책감’을 느꼈다는 그는 둘 다 취할 수 없다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었어요. 더 이상 자식과 남편에 대한 죄책감에 휩싸이고 싶지 않았죠. 흔히 사람들은 일과 가정,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길 바라지만 제 경우는 그렇지 못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그가 엄마의 자리까지 포기한 건 아니다. 그는 아이들과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낸다고 한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언제나 당당하고 강한 사람’이라고. 그는 “아이들이 다 커서 말이 잘 통한다. 부모 자식 관계를 떠나 인간 대 인간으로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엄마가 능력이 있으니 아이들이 어떻게든 내 앞에서 잘 보여야하지 않겠냐”며 농담을 했다.
그는 아이들이 연기자가 되겠다고 하면 적극 밀어줄 생각이라고 한다. 연기의 매력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두 아이 중 누구라도 연기자가 되겠다고 하면 그 꿈을 펼치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하지만 정작 두 아이는 아직까지 연예계에 뜻이 없는 것 같다고 한다. 그는 “두 아이 모두 개성 있고 샤프하게 생겼다”며 은근슬쩍 자랑도 늘어놓았다.
이미숙은 데뷔해 어느덧 30년의 세월이 흐른 게 믿기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앞으로 30년은 더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는 그는 “예순의 나이가 됐을 때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을만한 ‘찐한(?)’ 사랑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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