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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온 ‘타짜’ 장혁

글·김수정 기자 / 사진·김형우 지호영 기자

입력 2008.10.20 15:59:00

장혁이 도박사들의 세계를 그린 드라마 ‘타짜’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화투패를 바꾸는 타짜로 변신했다. 얼마 전 아들을 낳고 지각 결혼식을 올려 화제를 모은 그가 결혼 후 달라진 마음가짐과 초보아빠의 일상을 들려줬다.
결혼 후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온 ‘타짜’  장혁

“잡히지 않을 것이다. 죽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한 끗짜리 패로 세상을 쥐고 흔드는 타짜니까….”
조폭에게 쫓겨 육교를 오르던 타짜 ‘고니’는 길 건너편에도 자신을 쫓는 무리가 있다는 걸 알고 육교 아래로 뛰어내린다. 때마침 육교 아래를 지나는 트럭 짐칸에 떨어진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조폭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던진다.
9월 중순부터 방송되고 있는 SBS 새 월화드라마 ‘타짜’는 허영만 화백의 동명만화가 원작으로, 도박사들의 삶을 그린다. 지난해 조승우·김혜수·유해진 주연의 영화도 제작됐는데 장혁(32)은 이 드라마에서 당시 조승우가 연기했던 주인공 고니를 맡았다.
“고니는 도박사였던 아버지가 싫어 도박을 일부러 멀리하지만, 어려움에 처한 친구 영민(김민준)을 돕기 위해 할 수 없이 도박판에 뛰어들어요. ‘친구만 도운 뒤 손을 뗀다’고 다짐하지만, 천부적인 손재주를 타고난데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타짜의 삶에 빠져든 뒤라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죠. 그러던 중 위험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살인 누명을 쓴 채 감옥에 들어가고, 아버지가 죽고, 첫사랑을 잃으면서 점차 냉소적인 인물로 변해요.”
그는 고니를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어쩔 수 없이 나쁜 짓도 하지만 사람에 대한 신뢰를 항상 간직하고 산다는 것. 고니는 영민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걸 안 순간에도 영민을 찾아가 침착하게 “왜 그랬냐”고 물어볼 뿐이고, 갈수록 사악해지는 영민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그에게 영화의 고니와 비교되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냐고 묻자 “오히려 영화를 참고할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 영화와 다르게 표현하려면 그렇게 안 하면 되고, 그와 비슷한 느낌을 주고 싶으면 영화를 기본 바탕에 두면 된다”고 말했다.
그가 이렇듯 여유롭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된 데는 결혼과 아내의 출산 영향이 컸다고 한다. 올 초 드라마 ‘불한당’을 촬영하던 중 “아빠가 된다”고 깜짝 공개했던 그는 지난 2월 두 살 연상의 아내 김여진씨와의 사이에서 아들 재현이를 얻었고, 6월 결혼했다.
“아이를 낳고 뒤늦게 결혼한다는 게 조금 쑥스럽기도 했지만 그만큼 더 의미 깊었어요. 결혼은 인생에 있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생활했다면 지금은 아내와 아이, 나아가 주변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웠고, 그로 인해 ‘여유’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됐으니까요.”
결혼 후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온 ‘타짜’  장혁

장혁은 “빠듯한 촬영 스케줄로 아내,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결혼하고 아이 얻은 뒤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 갖게 돼
그는 “아이를 얻었을 때, 살면서 한 번도 느끼지 못한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 그 때문에 결혼을 망설이는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결혼과 출산을 권한다”고 말했다.
“서른두 살이면 가정을 이루는 데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적당한 나이잖아요. 올해가 데뷔 10년째인데, 배우로 생활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겪었고 그 때문에 힘든 적도 많았어요. 그런데 결혼을 한 지금은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갖게 됐고, 연기뿐 아니라 사람들을 대하는 데 있어서도 너그러워졌어요.”
그는 아직 신혼이지만 빠듯한 촬영 스케줄 때문에 집에 들어가는 날이 드물다며 아쉬워했다. 그 때문에 육아는 전적으로 아내가 도맡고 있다고. 그는 “집사람이…, 그러니까 저희 집에 있는 친구가요…” 하고 쑥스러워하면서도 아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지방 촬영이 많아 며칠씩 못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집에 갈 때마다 아이의 생활패턴이 달라져 있더라고요(웃음). 부쩍 자라 있는 걸 보면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와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해요.”
고니는 첫사랑 난숙(한예슬)과 ‘도박판의 꽃’이라 불리는 정마담(강성연)으로부터 동시에 사랑을 받는 인물. 아내가 질투하진 않냐고 묻자 그는 “오랫동안 무용수로 활동한 아내는 파트너와의 호흡을 누구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오히려 ‘쑥스러워하거나 어색해하지 말고 연기에 집중하라’고 조언을 해준다”고 대답했다.
드라마에서 현란한 손기술을 선보이고 있는 그는 실제 타짜를 찾아가 기술을 배웠다고 한다. 명절 때 가족과 함께 즐기는 정도의 실력이었는데 지금은 밑장빼기, 패 숨기기 등 화투와 카드를 이용한 기술을 두루 익혔다고.
“실력이 크게 는 것 같지는 않아요. 몇 년 연습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타짜가 되는 건 아니라고 하더군요. 도박에 빠져드는 감성이 따로 있다는데, 그게 부족한지 저는 아무리 연습해도 끌리지 않아요. 도박을 하는 사람의 얼굴을 ‘탈’이라고 부르는데, 대개 푸근하고 인자한 얼굴이 타짜의 탈이래요. 기술을 가르쳐준 타짜가 저는 타짜의 탈도 아니고 소질도 없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는 촬영 틈틈이 중국 무술 절권도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한다. 7년 동안 수련 했다는 그의 절권도 실력은 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정도로 수준급. 그는 “‘타짜’에서 종종 액션 연기를 선보이는데, 절권도를 하기 때문에 액션을 직접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쫓고 쫓기는 장면이 있다 보니 액션 연기를 많이 했는데, 이러다가 액션배우 이미지로 굳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절권도가 연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줘요. 몸을 단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신수련에도 좋거든요. 그래서 열심히 했는데 어느 순간 마니아가 돼 있더라고요(웃음). 화려한 액션과 손기술 연기뿐 아니라 원치 않았지만 숙명처럼 도박에 뛰어들어 점차 타짜로 성장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여성동아 2008년 10월 5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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