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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명사가 말하는 ‘내 생애 최고의 요리’- 아홉 번째

장떡 부치고, 장아찌 담그고…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

기획·한여진 기자 / 사진·현일수 기자 || ■ 요리·선재(사찰음식연구원)

입력 2008.10.17 17:37:00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긴 어머니표 밥상은 어떤 음식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30여 년 전 출가하는 딸에게 차려준 어머니의 마지막 밥상이 아직도 그립다고 말하는 선재 스님 이야기.
장떡 부치고, 장아찌 담그고…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

경기도 양평 산기슭의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따라 한참 올라가면 마당 한가운데 탐스러운 밤송이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가 서 있는 집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선재 스님(53)이 머물고 있는 사찰음식연구원으로, 사찰 음식을 연구하고 불공을 드리는 쉼터 같은 곳이다. 사찰음식의 대가로 유명한 선재 스님이 건강에 좋은 사찰 음식을 널리 알리고자 지난 겨울에 지었다고 한다. 산비탈에 위치해 앞마당에 텃밭을 층층이 만들었는데, 이 텃밭에서 고추·호박·맨드라미·방아·피망·차조기 등의 식재료들을 직접 길러 요리에 사용하고 있다. 독일에서 사찰음식 강의를 마치고 며칠 전 돌아왔다는 그는 “건강에 좋은 사찰 음식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 등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며 “앞으로 사찰 음식을 알리는데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말했다.
선재 스님의 음식솜씨는 수랏간 궁녀였던 외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학창시절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그는 할머니가 만든 요리를 먹으면서 저절로 맛에 길들어졌다고. 어머니도 외할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아 남다른 음식솜씨를 자랑했는데, 특히 동치미와 장아찌는 지금 생각해도 입가에 침이 고일 정도로 맛깔스럽다고 한다.
8남매 중 아버지를 유난히 많이 닮은 저는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했어요. 어릴 적 체질이 약하고 위가 안 좋았던 저를 위해 어머니는 매일 따로 음식을 만들어주실 정도였지요. 노각이 제철인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에는 아침마다 텃밭에서 노각을 따다가 숟가락으로 박박 긁어 노각주스를 만들어주시곤 했는데, 훗날 알았지만 노각에는 비타민이 듬뿍 들어 있고 갈아 먹으면 부드러워 위에 좋다고 해요. 그렇게 끔직하게 여기던 딸이 비구니가 된다고 절로 들어갔을 때 어머니는 매일밤 눈물로 지새우셨어요. 절에서 출가 준비를 마치고 집에 내려가던 날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어머니는 딸이 비구니가 되기 전, 마지막으로 맛있는 밥을 차려주고 싶으셨나봐요. 며칠 전부터 풋콩을 따서 콩밥을 준비하고, 두부로 장아찌를 만들고, 방아잎을 따다가 장떡을 구워 정성껏 상을 차리신 뒤 제가 오기만 기다리셨다고 하네요. 그런데 집에 온 저를 아버지가 대문 밖에서 내치신 거예요. 어머니가 저를 보면 분명 우실 테고, 그럼 제 마음이 흔들릴까봐 그러셨다고 해요. ‘한번 정한 길이면 앞만 보고 가라’ 하시던 아버지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해요. 그날 어머니가 차리신 음식을 먹진 못했지만 얼마나 정성 들여 만드셨을지 짐작이 돼요.

장떡 부치고, 장아찌 담그고…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

추억 요리 하나-방아잎장떡
준·비·재·료 애호박 1개, 방아잎 20장, 풋고추 10개, 밀가루 2컵, 물 1컵, 고추장 4큰술, 식용유 약간
만·들·기
1 애호박은 곱게 채썰어 1cm 길이로 자른다.
2 방아잎은 송송 썰어 굵게 다지고, 풋고추는 반을 갈라 송송 썬다.
3 밀가루에 물을 넣어 되직하게 반죽한 후 고추장을 푼다.
4 ③에 애호박, 방아잎, 풋고추를 섞은 뒤 식용유를 두른 팬에 한 국자씩 떠 넣어 앞뒤로 노릇하게 부친다.

추억 요리 둘-무생채
준·비·재·료 무 ½개, 고춧가루·식초 2큰술씩, 설탕·간장·통깨 1큰술씩, 소금 ½큰술
만·들·기
1 무는 껍질째 곱게 채썬 뒤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린다.
2 ①에 식초, 설탕, 간장, 소금을 넣고 버무려 간을 맞춘 뒤 통깨를 손으로 비벼 넣고 고루 무친다.

추억 요리 셋- 두부장아찌

준·비·재·료 손두부 1모, 식용유 약간, 다시마(5×5cm) 2장, 물·간장 ½컵씩
만·들·기
1 손두부는 1cm 정도 두께로 썬다.
2 식용유를 두른 팬에 두부를 앞뒤로 노릇하게 지진다.
3 냄비에 다시마와 물을 넣고 한소끔 끓인 뒤 다시마를 건져내고 간장을 섞는다.
4 지진 두부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밀폐용기에 넣은 뒤 ③의 다시마물을 붓는다.

여성동아 2008년 10월 5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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