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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Art&Culture

뮤지컬 파이란

글·김동희 기자|| ■ 자료제공·(주)모아엔터테인먼트

2008. 10. 06

뮤지컬 파이란

중국 현지 오디션에서 뽑힌 파이란 역의 중국인 배우 은유찬은 서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오른쪽)


중국·동남아시아 여성을 위장결혼 등의 방법으로 입국시켜 유흥가에 팔아넘기는 폭력조직의 말단 조직원 강재. 좋은 여자 만나 배 한 척 사서 고향에 돌아가는 게 꿈이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조직에서 운영하는 서울 변두리 오락실에 빌붙어 살던 그에게 어느 날 아내의 시신을 찾아가라는 통보가 온다. 돈 1백만원 받고 위장결혼해줬던 여성이 목포 유흥가에서 세상을 떠난 것. 목포로 가는 KTX 안에서 그는 자신의 서류상 아내의 이름이 파이란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파이란이 자신에게 쓴 편지도 읽게 된다. ‘강재씨는 친절합니다. 강재씨가 제일 친절합니다. 나와 결혼해주었으니까요. 고맙습니다. 셰셰’로 끝나는 편지는 강재의 귓가를 맴돌며 그가 살면서 잃어버린 소중한 무엇인가를 일깨운다.
일본 작가 아사다 지로의 단편 소설 ‘러브레터’가 송해성 감독의 영화 ‘파이란’을 거쳐 뮤지컬 ‘파이란’으로 돌아왔다. 유흥가에서 일하다 병을 얻은 여주인공의 이야기는 원작의 틀을 따랐고, 허풍스럽고 비굴한 삼류 건달이지만 마음 깊은 곳에 순수한 정을 지닌 강재 캐릭터는 영화에서 가져왔다. ‘2008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최고스타상을 받은 서범석은 외로운 한 여자가 대가없이 주고 간 사랑을 통해 뒤늦게 자신을 돌아보고 절규하는 뒷골목 사내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수차례의 베이징 현지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파이란 역의 중국인 배우 은유찬은 가냘프고 해맑은 모습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중국어로 부르는 그의 노래는 자막의 도움 없이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발휘한다. 파이란이 살던 곳을 찾아온 강재를 보고 강재는 못 알아들을 중국어로 울부짖는 파이란의 유흥가 동료 역을 맡은 중국 배우 주남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연출가 김규종과 음악감독 이현섭은 원작의 우수 어린 서정을 살리면서도 뒷골목 인생들의 허세와 치기를 유쾌한 곡에 담아 즐거움을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안무가 홍세정의 군무 안무와 7인조 라이브 밴드의 연주도 극에 생동감을 더한다.
공연기간 ~11월2일 화~금요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4시·8시, 일요일 오후 3시·6시,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서울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1관 입장료 4만원 문의 02-744-0300 www.moapl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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