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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②

고통 속에서도 유머 잊지 않은 죽음과 불

입력 2008.10.02 13:09:00

고통 속에서도 유머 잊지 않은 죽음과 불

클레, 죽음과 불, 1940, 캔버스에 유채, 47×45cm, 파울 클레 재단


예술은 놀이가 발달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림을 잘 그리거나 악기를 멋지게 연주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만히 따져보면 그 뿌리는 놀이입니다. 놀며 흥겹게 소리를 내던 것이 음악으로 발달했고, 진흙을 빚고 형상을 그려넣던 것이 미술로 발달했습니다.
그림에 이렇게 놀이의 성격이 있다 보니 때로는 심각한 주제를 그릴 때도 놀이의 정신을 담을 때가 있습니다. 클레의 ‘죽음과 불’도 그런 그림 가운데 하나입니다.
클레는 굵은 붓으로 화면 한가운데 사람의 얼굴을 그렸습니다. 그러고는 눈과 입을 그려넣었습니다. 두껍고 단순한 선으로 그려진 얼굴은 죽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입은 알파벳 T자를 옆으로 눕힌 모양이고, 눈과 코는 알파벳 o와 d를 함께 세워놓은 모양입니다. 독일어로 ‘Tod’, 곧 죽음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무렵 클레는 건강이 많이 나빠져 자신의 죽음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는 피부병을 앓아 피부가 딱딱했고 숨을 쉬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클레의 병은 히틀러라는 사람 때문입니다. 독일의 총통이 돼 2차대전을 일으킨 히틀러는 일찍부터 클레와 같은 유태인 예술가를 탄압했습니다.
퇴폐 미술가로 낙인찍힌 클레는 1백 점이 넘는 작품을 빼앗겼고,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해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그렇지만 예술가로서 놀이정신과 유머만은 잊지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으스스한 죽음을 주제로 한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이 재미난 낙서처럼 보이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한 가지 더~ 히틀러는 많은 훌륭한 화가들을 핍박했습니다. 반 고흐·피카소·클레 등 진취적이고 현대적인 미술을 시도한 화가들을 미친 사람 혹은 바보들이라고 비난하며 작가와 미술관으로부터 그림을 빼앗아 1937년 퇴폐미술전이라는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칼럼니스트. 신문기자와 미술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매주 화요일 EBS 미술 프로그램 ‘TV 갤러리’에 출연해 명화의 감상 포인트와 미술사적 배경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최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풍속화에 대해 소개한 ‘정겨운 풍속화는 무엇을 말해줄까’를 펴냈으며 현재는 ‘창의력과 미술’에 관한 책을 준비 중이다.

여성동아 2008년 10월 5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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