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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여자들’에 관한 에세이 펴낸 패션 칼럼니스트 심우찬

글·김명희 기자 / 사진·시공사 제공

입력 2008.09.17 14:32:00

김희선·송혜교 등 톱스타들의 사진집을 기획해 화제를 모았던 패션 칼럼니스트 심우찬씨가 최근 청담동 여자들에 관한 관찰기를 펴냈다. 그는 패션에 있어서 변방에 지나지 않던 우리나라를 패션 선진국으로 변모시켰다는 점에서 청담동 여자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에 머물며 프랑스 여자들에 관한 새로운 책을 준비 중이라는 그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청담동 여자들’에 관한 에세이 펴낸 패션 칼럼니스트 심우찬

지난 2004년 파리 여성들과 그들의 패션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파리 여자, 서울 여자’라는 책을 펴낸 이후 ‘여자보다 여자를 더 잘 아는 남자’라는 별명을 얻은 심우찬씨. 한국외대 프랑스어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에스모드에서 수학한 후 도쿄·파리 등에서 디자인 관련 일을 한 그는 현재 패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보그’ ‘바자’ ‘엘르’ 등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청담동 여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한 ‘청담동 여자들’이라는 에세이를 펴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는 청담동 여자들을 보는 상반된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그들에 대한 객관적인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출신학교·남편 직장 등으로 네트워크 구성하는 사모님,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는 귀족녀…
책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청담동 여자들을 라이프스타일에 따라‘청담동 사모님’ ‘청담동 귀족녀’‘페라가모 헤어밴드걸’ ‘연예인과 프로펠러’ ‘관찰자’등 5가지 부류로 나눈 부분. 이 가운데 청담동 사모님은 강남구 도곡동이나 삼성동 고급 아파트에 사는 이들로, 출신 학교·남편 직장 등 여러 루트를 통해 네트워크를 구성한다고 한다. 자녀교육·재테크·골프·미술품 수집 등에 관심이 있으며 패션에는 그다지 민감하지 않지만 핸드백만큼은 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 등 최고급 명품을 선호한다. 해외생활 경험이 있는 청담동 귀족녀는 유행이나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며 그 때문에 패션업계로부터 주목의 대상이 된다. 페라가모 헤어밴드걸은 결혼을 통해 상류층에 편입하려는 여성을 뜻한다고 한다.
▼ 요즘 서점가에서 ‘청담동 여자들’이 상당히 인기다. 대한민국 여성 가운데 소수에 불과한 청담동 여성들의 이야기가 이처럼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들의 선택받은 상징성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처음엔 청담동 스타일에 관한 칙릿(젊은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그린 문학)을 구상했는데 책을 쓰면서 한국 사람들이 청담동 여자들을 이중적인 잣대로 보고 있음을 알게 됐다. 이는 부를 바라보는 이율배반적인 시각 때문이기도 한데,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전업 작가가 아닌 나로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소재였기에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 한국사회에서 청담동은 부의 상징이다. 특정 지명을 거론함으로써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할 가능성도 있다.
“계층 간 대립은 주로 서로의 계층을 인정하지 않거나 상대방 계층의 벽을 허물려는 데서 생긴다. 지금 당장이라도 요술 빗자루가 있어서 청담동 여자가 될 수 있다면 거부할 사람은 없을 듯한데 청담동 여자들은 끊임없이 그들의 화려할 수밖에 없는 소비 취향에만 초점을 맞춘 사람들로부터 무차별적인 돌팔매를 맞는다. 그리고 상위 1%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속내 깊은 곳에서 그들을 부러워한다. 자본주의의 미덕은 열심히 일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스스로도 부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부자는 넘쳐나는데 존경받는 부자가 없다. 실제로는 부를 이루기 위해 남들보다 더 허리띠를 졸라매고 치열하게 산 사람들일 텐데 투기나 상속 또는 횡재를 한 사람들로밖에 치부되지 않는다. 선진국의 소시민은 대부분 부자를 자신과는 상관없는 별개의 세계를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 물론 그 원인은 부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 대표적인 청담동 문화인 명품 선호는 한편으로는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명품 선호에 대한 생각과 바람직한 소비 패턴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청담동 여자들’에 관한 에세이 펴낸 패션 칼럼니스트 심우찬

“모든 부자가 다 패셔너블한 것은 아니다. 비싼 가방과 옷을 걸쳐도 자신의 개성과 어우러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돈 많은 부자에 지나지 않을 뿐, 스타일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열심히 유행을 파악하고 그것과 자신의 개성을 접목하는 노력이 바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법이다. 파리의 우리 동네 빵집에서 자주 마주치는 ‘내가 만난 세상에서 가장 패셔너블한 인물’ 제인 버킨(에르메스 버킨백의 모티프가 된 프랑스 가수)도 5천원도 안 돼 보이는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일 때가 있다. 그러나 눈부시게 아름답다. 자신의 삶이 그대로 투영되는 차림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옷 가격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또 멋진 패션 스타일을 연출하기 위해선 복잡한 디자이너 이름이나 외국어로 된 트렌드가 필요 없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즉 거울을 자주 봐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을 정확히 알면 나만의 개성을 금세 찾아낼 수 있다. 청담동 여자들의 세련된 스타일은 무엇보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자기애’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진정한 명품이란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자신의 삶이 녹아 있는 스타일이다. 이것은 돈으로 누구나 아무 때나 살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 청담동 여자들의 모습이 한국 여성들이 지향해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 하는가.
“내가 좋아하는 청담동 여자들은 집단적인 이기심에 똘똘 뭉쳐 자기들만의 문화를 만드는 사모님이나 조신해보이는 헤어밴드를 두르고 남자 하나 잘 만나 인생 역전을 하고 싶어하는 여자들이 아니라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무엇보다 소중한 자신을 사랑하는 청담 귀족녀다. 그들이 차지하고 있는 ‘문화적 얼리어답터’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는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

한국 여성들에게 “당신은 소중하다”고 말하고 싶어
심우찬씨에 따르면 한국 여성은 대부분 명품 가방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에 반해 정작 패션의 중심부인 파리 여성 가운데는 평생 명품 가방을 구경하지 못하는 여성도 많다고 한다. 그는 합리적인 패션 소비 패턴에 대해 “명품을 걸쳤느냐 여부가 패션의 척도가 아니다. 자신의 개성을 잘 파악해 남들이 흉내 내지 못하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현재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이탈리아 등은 세계 패션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데 그곳과 비교해 한국의 패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파리의 여자들은 천성적으로 패셔너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타고난다. 이는 길거리에 예술품이 널려 있는 파리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또 하루에도 수차례 옷을 바꿔 입어야 하는 변덕스런 날씨, 패션을 사치가 아닌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또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한 덕분에 ‘프렌치 쉬크(프랑스의 자연스러운 감성이 묻어나는 세련된 멋)’의 태동을 가져왔다. 하지만 청담동 여자들은 순전히 후천적인 노력만으로 대한민국 스타일의 대표가 되더니 이제는 아시아의 대표가 됐다. 불과 10여 년 만에 대한민국 여자들은 패션의 변방국에서 아시아를 리드하는 패션 선진국이 됐다. 아시아에서만큼은 한국적인 것이 미의 기준이 된다. 패션에 있어서만큼은 청담동과 파리의 몽테뉴가, 뉴욕의 매디슨 애브뉴, 도쿄의 오모테 산도와의 시차가 사라진 지 오래다. 물론 그 중심에 청담동 여자들이 있다.”
▼ 프랑스에도 한국의 ‘청담동 문화’ 같은 것이 존재 하는가. 그곳 사람들이 상류층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한가.
“대부분의 프랑스 여자는 평생, 한국에서는 그 흔한 루이뷔통이나 샤넬 백을 듣거나 보지도 못하고 산다. 그리고 인구의 몇 퍼센트도 안 되는 부자의 삶을 부러워하지도 않으며 자신과는 상관없는 별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그 시간과 열정으로 당장 자신의 삶이 풍요해질 책 한 권을 읽거나 육아에 신경 쓴다. 진정한 삶의 윤택함은 물질적인 것이 아님을 일깨워주는 사회 분위기 덕분이다.”
▼ 프랑스 또는 유럽 여성들과 비교해 한국 여성의 장점 또는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5만원권 지폐에 등장할 대한민국 최고의 여성상으로 신사임당을 선택하는‘대한민국 아저씨들’에게 심한 절망을 느꼈다. 여성의 사법고시 합격률이 30%, 행정고시 합격률이 40%, 심지어 초등학교에서는 여교사 비율이 80%를 넘어 남교사 할당제를 실시해야 하는 디지털 초광속 시대인데 아직도 남존여비의 아날로그 시대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 아저씨들은 대책이 없다. 이런 사회에서 체념하고 절망했을 우리의 어머니와 누이, 여동생이 강하고 드센 여자가 돼가는 건 너무나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별 볼일 없이 허풍과 목소리만 큰 아저씨들을 상대해야 하는 대한민국 여성의 최대 강점은 바로 뛰어난 학습력과 거침없는 실행력이다.”
▼ 한국에는 언제쯤 다시 돌아올 계획인가. 돌아와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 쓰고 있는 책이 완성되는 대로 서울에 갈 것이다. 그때는 ‘파리 여자, 서울 여자’ ‘청담동 여자들’ ‘프랑스의 여자들’ 3편을 마무리하는 출판 기념회도 가질 것이고 내 글에 공감해준 독자들과도 만날 것이다.”

심우찬이 말하는 스타들
“신이 내린 완벽한 미모의 김희선, 인간적으로 매력적인 송혜교…”

심우찬씨는 세계적인 포토그래퍼·스타일리스트들과 김희선·송혜교 등 톱스타의 화보집을 기획, 주목받았으며 지난해에는 셀린느와 함께 ‘송혜교 백’을 기획해 발매와 동시에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에게서 함께 작업한 스타들에 대한 촌평을 들었다.



‘청담동 여자들’에 관한 에세이 펴낸 패션 칼럼니스트 심우찬
김희선 미모만을 이야기하자면 그야말로 신이 내린 아름다움이다. 당분간 이런 완벽한 미모의 여배우가 출현하기는 힘들 것 같다. 또 칸과 파리에서 그녀의 스타성이 글로벌한 것임을 또렷이 지켜봤다. 하지만 김희선의 최대 매력은 화끈한 의리와 열정일 것이다. 배우로서 자신이 지닌 끼의 절반도 보여주지 못한 점이 안타깝지만 평소 본인의 꿈이었던 주부로, 아내로, 또 어머니로도 완벽할 그의 행보를 지켜보는 게 흥미롭다.

‘청담동 여자들’에 관한 에세이 펴낸 패션 칼럼니스트 심우찬
장진영 사람들은 에어컨 CF만큼이나 쿨할 것으로만 기대하지만 실제 장진영은 적어도 자신의 일에서만큼은 놀랄 만한 열정과 오기를 지닌 배우다. 그래서 나는 그가 한국 여배우로서는 드물게 나이를 먹으면서 더욱 빛이 나는, 세월을 초월하는 최고의 연기파 여배우로 거듭날 것으로 확신한다.


‘청담동 여자들’에 관한 에세이 펴낸 패션 칼럼니스트 심우찬
송혜교 너무 친해서 객관적으로 코멘트하기 힘들다. 단 여배우가 아닌 한 인간으로 만나고 싶은 캐릭터란 점은 분명하다. 아마 그가 스타라는 옷을 벗었을 때, 배우를 그만둘 때 더욱 친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청담동 여자들’에 관한 에세이 펴낸 패션 칼럼니스트 심우찬
장미희 어느 분야든 30년 이상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다는 것은 분명 존경받을 만한 일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편견마저도 연기로 승화시킬 만큼의 저력을 지녔다. 젊음과 미모만으로 여배우를 평가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에서 과연 지금의 어느 여배우가 30년 뒤에도 최고의 여배우로 군림할 수 있을까. 그의 절대 쉽지 않았을 배우로서의 삶에 경의를 보낸다. 패션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에 어울리게 스타일리시한 모습의 심우찬씨.


여성동아 2008년 9월 5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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