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고심해서 고른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면 엄마는 딸을 모델로 세워 사진을 찍는다. 옥션·G마켓 등에서 ‘더다다’라는 이름으로 여성의류를 판매, 지난 1년 동안 20억원의 매출을 올린 박정현(47)·우정민(23) 모녀의 이야기다.
“항상 계절을 앞서서 상품을 소개하다 보니 요즘처럼 더운 날에도 가을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무척 힘들어요.”
이 모녀는 함께 사업을 하면서 의견충돌이 생기면 무섭게 싸우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수다를 떤다고 한다. 친구 같은 모녀지만 일할 때는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분한다는 두 사람은 애초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 인터넷 쇼핑몰을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동대문에서 10여 년 동안 여성 니트류를 판매하던 엄마 박씨가 2004년 딸을 자신의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킨 것이 계기가 됐다고. 박씨는 “딸을 곱게만 키운 것 같아 고생 좀 해보라는 뜻에서 가게에 나와 일을 하라고 했는데 힘들어하기는커녕 재미있어하면서 손님들에게 옷을 잘 파는 것을 보고는 감각도 있고 사업가로서 재능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던 차에 이듬해 좋은 매장이 나와서 딸에게 한번 해보라고 제안을 했어요. 정민이는 학교까지 휴학하고 직원 없이 혼자 가게를 꾸렸는데 처음 3~4개월 동안은 장사가 잘되는가 싶더니 날이 갈수록 매출이 뚝뚝 떨어졌어요. 결국 10개월 만에 가게 문을 닫았죠. 하지만 소득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손님들을 상대하면서 트렌드를 읽는 안목이 생겼거든요(웃음).”
박씨는 사업의 쓴맛을 본 딸에게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올 것을 권했다고 한다. 소극적으로 인생을 살아온 자신과는 달리 딸은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삶을 살기를 바랐기 때문인데 딸은 그런 엄마의 조언을 들은 체하지 않고 온종일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만 들여다보았다고.
“하도 답답해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더니 ‘인터넷 쇼핑몰을 해보고 싶어 연구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반대를 했어요. 당시 인터넷 쇼핑몰 붐이 일기 시작했지만 성공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제가 아무리 설득해도 정민이가 뜻을 굽히지 않더라고요. 그동안 수집한 소호샵(개인이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에 대한 정보를 보여주면서 가게를 정리하면서 남은 돈 5백만원을 투자하겠다는 거예요. 그 돈을 다 날리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거라면서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박씨는 딸의 비장한 태도에 마지못해 사업 시작을 허락했다고 한다. 당시 홈페이지 만드는 법을 몰랐던 정민씨는 컴퓨터와 카메라 다루는 법부터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쇼핑몰 오픈을 준비했다. 그러나 그것도 실패하고 말았다. 준비기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규모가 큰 소호샵만 봐와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높이가 높아져 있던 것이 문제였어요. 가을 옷 판매를 염두에 두고 쇼핑몰 오픈 준비를 시작했는데 정민이가 완벽하게 준비를 끝내고 막상 오픈을 하려고 보니 이미 가을이 끝나 있었거든요. 쇼핑몰에 올린 옷들은 하루아침에 재고 상품이 됐죠. 옷 한 벌 팔지 못하고 문을 닫고 말았어요.”
정민씨는 자본금을 고스란히 날렸지만 배운 것도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계절 변화에 순발력 있게 대처해야 하는 의류 쇼핑몰의 생리를 터득하고 도매시장의 거래처 사람들과의 인맥도 넓혔으며 샘플 옷을 보고 ‘이 옷이 팔리겠다, 안 팔리겠다’를 판단할 줄도 알게 됐다는 것. 또한 홈페이지를 예쁘게 꾸미는 노하우부터 포토샵 작업까지 할 줄 알게 됐다고 한다. 박씨도 딸의 일을 도와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새 전문가 못지않은 수준을 갖추게 됐다.
아무리 싸도 유행에 뒤지는 제품은 팔리지 않아
정민씨는 2006년 사업가의 꿈을 접고 복학했지만 인터넷 쇼핑몰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재고가 된 옷들을 처분하기 위해 옥션과 G마켓 등 오픈마켓(회사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에 다시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제가 인터넷 쇼핑몰을 처음 시작할 때 오픈마켓에 대한 정보를 몰라 소호샵을 했던 것인데 소호샵을 실패하고 보니 오픈마켓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겼거든요. 오픈마켓 쇼핑몰은 여성의류 한 벌당 7~8%의 수수료를 부과하지만 적은 수량의 옷으로도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준비기간이 짧고 또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어 홍보 면에서도 유리한 점이 있어요.”
그러나 오픈마켓이라고 해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재고 상품은 싸게 내놓아도 크게 인기가 없었던 것. 아무리 가격이 싸도 유행에 뒤지는 제품은 팔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이후로 마케팅 전략을 바꿔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귀엽고 섹시한 옷들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또 같은 가격이라도 품질이 좋은 옷을 선별해 쇼핑몰에 올리고 하루에 1개 주문이 들어와도 성의를 다해 옷을 다림질해서 배송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전략이 효과를 거둬 차츰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쇄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2006년 가을 셔츠 한 벌을 쇼핑몰에 올렸는데 다음 날 주문이 5장 들어오더니 그 다음 날은 20장, 그 다음다음 날엔 50장, 그 뒤부턴 한 시간 간격으로 몇 십 장씩 주문이 쏟아졌어요. 모니터를 보고 있는 제 눈이 의심스러울 정도였죠. 제품이 많이 나가니까 고객들로부터 전화 상담도 많이 오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어요. 2007년부터는 엄마도 동대문에서 운영하던 가게를 그만두고 저와 함께 일을 하게 됐죠.”
처음엔 소규모라 집에서 사업을 했지만 쇼핑몰 규모가 커지면서 사무실을 얻고 직원도 하나둘씩 채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더다다’의 직원 수는 8명. 하루에 들어오는 주문의 양도 1천5백 건 정도 된다고 한다.
단시일 내에 성공하겠다는 생각 버리고 멀리 내다보며 사업해야
“매출액이 높다고 해도 금전적으로 힘들 때가 많아요. 인터넷 쇼핑몰은 상품을 팔아도 바로 돈이 들어오지 않거든요. 소호샵은 카드회사에서 일주일 뒤 결제를 해주고 오픈마켓은 등급을 나눠 일주일에서 보름 뒤에 결제를 해줘요. 당장 돈은 없는데도 불구하고 주문이 많이 들어와서 도매시장에서 옷을 구입해 쇼핑몰에 올려야 할 때 난감하죠.”
오프라인으로 운영되는 가게에서는 고객을 직접 상대하기 때문에 트러블이 생기면 대화로 풀 수 있지만 온라인 쇼핑몰은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힘든 점이라고 한다. 정민씨는 “좋은 옷을 판매해도 고객 중 한 명이 악의적인 댓글을 인터넷에 올리면 잘 팔리던 옷도 인기가 뚝 떨어진다”면서 “그럴 때가 가장 답답하다”고 말했다.
“되도록이면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고객이 몇 번 입어본 옷을 반품해도 새 옷으로 바꿔주고 택배회사의 실수로 배송과정에서 옷이 분실돼도 배상해줘요. 오픈마켓의 쇼핑몰은 수수료 때문에 일반 가게에 비해 마진이 적지만 그럼에도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거의 마진 없이 파는 옷도 있어요. 또 여러 벌을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사은품을 주고 우수고객에게는 샘플 옷을 주기도 하죠.”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정민씨는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만 해도 유치원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었는데 지금은 사업가가 꿈”이라면서 “‘더다다’라는 이름으로 여성의류뿐만 아니라 화장품, 헤어용품 등 토털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엄마 박정현씨는 딸이 사업가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한다.
“인터넷 쇼핑몰은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지만 성공하기는 어려워요. 어느 날 갑자기 잘 팔리던 옷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안 나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1년에 20억원을 벌 수도 있지만 또 반대로 1년에 20억원을 손해볼 수도 있다는 얘기죠. 그만큼 한 치 앞을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멀리 내다보며 끝까지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하는 것이 중요해요.”
박정현·우정민 모녀가 콕 집어주었어요!
▼ 인터넷 쇼핑몰로 성공하는 법
처음부터 수익을 기대하지 말고 시간을 2~3년 투자하라 인터넷 쇼핑몰은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고객을 직접 만나지 못하고 인터넷을 통해서만 접하기 때문에 상품에 대한 반응을 예측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상품 주문이 많은 날도 있지만, 하루 1개 또는 몇 달에 1개를 팔 수도 있다. 때문에 2~3년 정도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어야 한다.
싼 가격으로 승부하려고 하지 말라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고객들은 가격은 저렴한 물건을 구입하면서도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상품과 품질을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저렴한 가격만으로는 경쟁력이 없으며 값이 싸면서 품질도 좋아야 한다. 또 여성의류의 경우에는 예뻐야 한다.
대중적인 안목을 키우라 인터넷 쇼핑몰은 특정한 타깃 없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감각적이고 개성 있는 옷보다는 대중적인 상품이 더 잘 팔리는 특성이 있다. 여성의류의 경우에도 잘 팔리는 옷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무난한’ 옷이 많다. 따라서 대중적인 안목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고객서비스를 개발하라 인터넷 쇼핑몰을 오픈하면 처음에는 사은품 등 과도하게 선물 공세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작은 서비스라도 오랫동안 지속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좋다. 고객은 선물 공세보다는 구입한 상품에 대해 만족하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A/S를 철저히 해주는 것에 더 감동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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