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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외출

학력 위조 파문 후 1년 만에 활동 재개한 윤석화

글·김유림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08.08.22 14:16:00

지난해 ‘거짓 학력’을 고백하고 홍콩으로 떠난 윤석화가 최근 활동을 재개했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극장 정미소의 창작 뮤지컬 <사춘기>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것. 그동안 홍콩에서
두 아이, 남편과 함께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았다는 그를 만나 학력 위조 파문 이후의 심경과 그간의 생활을 들었다.
학력 위조 파문 후 1년 만에  활동 재개한 윤석화

연극배우 윤석화(52)는 지난해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문화예술계 유명인사들의 학력 위조 실태가 잇달아 밝혀지는 가운데 그 또한 거짓말을 했음을 고백한 것. 팬들에게 눈물로 사죄한 뒤 남편과 두 아이가 있는 홍콩으로 떠난 그는 지난 1년 동안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냈다고 한다.
여름 햇살이 따갑던 7월 중순, 서울 대학로 극장 정미소에서 만난 그는 자신이 예술감독을 맡은 창작 뮤지컬 제작발표회를 앞두고 다소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는 이 작품에 참여하면서 무대를 떠나있는 동안 느꼈던 공허함을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2006년 배우인생 30년을 기념하는 작품 를 끝으로 1년간의 안식년을 선언했으나 지난해 불미스런 사건으로 인해 1년 더 휴식기를 가졌다. 그동안 자숙의 의미로 무대와 관객을 떠나 있던 그는 지금 어떤 심경일까.
“매 맞을 때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당연히 맞아야 했던 매고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자초한 일인 만큼 고개 숙여 사죄할 수밖에요. 한편으로는 오랜 숙제를 풀게 돼 감사해요. 제 삶에 있어서 씻고 싶었던 상처, 하지만 용기가 없어서 말하지 못했던 상처를 이제야 털어놓을 수 있었으니까요.”

“아이들이 어릴 때 부끄러운 지난날의 과오 고백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그는 무엇보다 두 아이가 어릴 때 자신의 과오를 고백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더 늦기 전에,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을 시점에 부끄러운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이 감사하다고. 그는 지난 2003년 공개적으로 아들 수민이(5)를 입양한 데 이어 지난해 3월에는 생후 2개월 된 딸 수화(2)를 입양했다. 아이들은 주로 아빠가 있는 홍콩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그는 한국과 홍콩을 오가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다. 현재는 수민이 유치원 방학을 맞아 수화까지 세 식구가 서울 집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홍콩에서는 아주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내요. 아침에 일어나면 수민이 챙겨서 유치원 보내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슈퍼마켓에 가서 쇼핑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수영장에도 다녀오고요. 몇몇 외국인 친구들과 일주일에 한 번 모임도 갖죠. 오랫동안 일을 해서인지 아이들 돌보고, 남편 뒷바라지하는 일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것만큼 가치 있는 일이 또 있나 싶어요.”
그는 아침마다 수민이가 가져다주는 커피를 마시며 잠에서 깬다고 한다. 아침잠이 많아 항상 수민이보다 늦게 일어나는 그가 아이에게 모닝콜을 부탁한 것. 그는 아이에게 엄마도 부족한 점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덕분에 그는 매일 “딜리버리~”를 외치며 커피를 가져다주는 아이 때문에 행복한 아침을 맞는다.
“아이들 키우는 기쁨이 크기에 힘든 일도 잘 견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면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겠지만 그건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짧은 시간 함께 있더라도 온몸으로 아이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죠. 아이가 엄마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게끔 양질의 사랑을 전하고 싶어요.”
그는 2년 동안 무대를 떠나 있으면서 작품에 대해 더 많은 구상을 했다고 한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공연을 감상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무대와 연기는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고. 그는 “한번 일을 시작하면 오로지 앞만 보고 밀어붙이는 성격이라 다시 관객과 만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관객들이 그리워 눈물로 지새운 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그분들이 제게 주셨던 사랑은 죽는 날까지 잊을 수 없고, 죽어서도 잊지 않을 거예요. 그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무대 위에서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늦어도 내년 봄쯤엔 좋은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재 세 가지 작품 중에서 고르려고 하는데 어떤 것이 되든 관객과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그가 대표로 있는 극장 정미소는 지난 3월부터 ‘창작 지원 프로젝트’를 실시중이다. 첫 번째 작품은 지난 4월 막을 내렸고 두 번째 작품인 뮤지컬 는 8월15일부터 무대에 오른다. 그는 “후배양성의 일환으로 창작지원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는데 무대 경험이 전혀 없는 신인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열정으로 똘똘 뭉친 후배들을 보면서 제가 작은 길이라도 돼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연기자의 길이 얼마나 좁고 척박한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저를 통해 작은 돌파구라도 마련할 수 있길 바라면서요. 그러다 보면 저 역시 그 길 위에서 빛나는 보석을 발견하리라 믿어요. 이제 저는 지는 해예요. 저보다 아름답고 빛나는 별과 달이 많이 탄생하길 바랍니다.”

여성동아 2008년 8월 5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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