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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인터뷰

정우성, 전지현, 박신양 스타 만든 ‘연예계 미다스 손’ iHQ 대표 정훈탁

기획·김명희 기자/글·박선영‘한국일보 기자’ /사진·한국일보 제공,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8. 07. 18

정훈탁 iHQ 대표는 ‘연예계 미다스 손’이라고 불린다.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20대 초반 조용필의 로드매니저로 연예계에 입문한 뒤 박신양 김지호 전지현 등 숱한 연예인을 스타로 키워냈다. 그를 만나 성공 스토리와 4년 전 세간의 화제가 됐던 전지현과의 결혼설에 관한 솔직한 입장을 들었다.

정우성, 전지현, 박신양 스타 만든 ‘연예계 미다스 손’ iHQ 대표 정훈탁


신록이 우거진 창가에 커다란 아톰 인형과 장난감 로봇이 놓여 있다. 이곳은 서울 삼성동 iHQ 사장실. 누군가는‘한국 최고의 스타메이커’로 치켜세우고, 누군가는 스타 파워를 앞세워 횡포를 부리는‘연예폭군’이라고 힐난하는 정훈탁 iHQ 대표(41)가 일하는 곳이다. 가수 조용필의 로드매니저로 시작해 연예 매니지먼트사 싸이더스HQ와 영화제작사 아이필름, 드라마 외주제작사 캐슬인더스카이, 케이블방송 YTN미디어 등을 거느린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대표가 된 그와 얼굴을 마주했다. 그는 시종 웃는 인상이었다.

“사업가 아버지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사업 수완이 있었어요”
- 장난감 로봇을 좋아하나봐요.
“네. 아톰을 특히 좋아해요. 곁에 두고 있으면 든든해요. 절 지켜줄 것 같아서.”
- 대학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한 경우 연기나 연출을 하는 게 보통인데 어떻게 매니지먼트 사업을 시작하게 됐나요.
“학교 다닐 때 연극을 세 편 정도 했는데 지도 교수님께서 연기보다는 기획을 하는 게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발음도 안 좋고 연기가 별로 안 맞는 거 같다면서요. 저 스스로도 무대 위에 올라가면 겁만 나지 재미는 못 느꼈어요. 뒤에서 스태프로 일하는 게 훨씬 신나고…. 그러다 대학 2학년 때 선배가 운영하는 이벤트 회사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올림픽 때라 응원 이벤트 같은 게 많았거든요. 그렇게 적성을 찾아간 거 같아요.”
- 그럴 걸 왜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나요.
“학창시절에 많이 놀아서 성적이 안 좋았어요(웃음). 연극영화과는 주위 친구들이 ‘잘 노니까 맞지 않겠냐’ 해서 반신반의하고 지원했는데 붙었죠. 제가 아홉 형제 중 막내예요. 아버지는 반대하셨는데 형들은 재수하면 더 말썽부릴 테니까 밀어줬죠. 그런데 졸업까지 하게 됐어요.”
- 학창시절 소위 말하는‘날라리’였나요.
“네. 그런 편이었어요. 멋 부리는 거 좋아하고…(웃음). 구정초등학교, 영동중학교, 영동고등학교를 나왔는데, 공부 안 하는 친구들과 많이 어울렸어요. 대학에서도 학교생활은 거의 안 하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다가 과 선배한테‘학교를 왜 그렇게 엉망으로 다니냐’고 얻어맞은 적도 있죠.”
- 집안 형편이 유복했나봐요.
“아버지가 사업을 하셨는데 수완이 좋았어요. 재산도 꽤 많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자선사업에 다 쓰시고, 자식들한테는 결혼할 때 조금씩 보태주는 게 전부였죠. 저한테는 장난감이란 걸 사주신 적이 없어요. 장난감을 갖고 싶으면 전략을 세워야지 부모님을 졸라서 될 일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중학교 때 동대문시장에서 헌옷을 사다가 빨고 다려서 친구들한테 비싼 값에 팔았어요. 청소년들이 나이트클럽 가려면 대학교 학생증이 필요하잖아요. 그걸 가짜로 만들어서 팔기도 하고…(웃음). 생활력이 강했어요. 지금 제가 이렇게 된 건 아버지 영향인 것 같아요.”

정우성, 전지현, 박신양 스타 만든 ‘연예계 미다스 손’ iHQ 대표 정훈탁

김지호, 정우성, 박신양 등 정훈탁 대표가 발굴한 스타들.



- 어릴 때부터 이재에 밝고 사업 마인드가 있었다는 얘긴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요.
“어릴 때부터 빨리 사회에 나가고 싶었어요. 대학교 4학년 때 아버지께‘하고 싶은 일이 있으니 장가갈 때 줄 돈 3천만원을 미리 달라’고 했죠.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선뜻 그 돈을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서울 압구정동에 모델 에이전시를 열었는데 버는 족족 친구들과 놀고 쓰다가 1년 만에 망했어요. 졸업도 해야 되는데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우연히 가요계 일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음악을 전혀 모르거든요. 그런데 또래보다는 좀 전략적이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음악을 배우면서 그 비즈니스를 빨리 이해할까, 음악관계자를 많이 아는 사람이 누굴까 생각해봤더니 조용필씨가 떠올랐어요. 그래서 전화번호를 알아내 무작정 연락을 드렸더니 친형님이 받더군요. 그분께 ‘제가 연극영화과 나왔는데 매니저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더니,‘당신이 생각하는 매니지먼트와 실제는 다르니 공부나 계속하라’고 하시더군요. 그래도‘알고 싶다, 가끔 전화 드려도 되냐’ 했더니 ‘그러든지’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전화를 드려 안부도 묻고, 조용필씨가 TV에 나오면 꼼꼼히 모니터링 해드렸어요. 석 달쯤 지나자‘왜 자꾸 귀찮게 하냐’면서‘한번 와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조용필씨 매니저를 하게 됐죠.”



박신양의 진지함, 김지호의 중성적 매력, 장혁의 우직함… 스타들의 각양각색 첫인상
정 대표는 조용필을‘모시는’ 동안 한 번도 그에게서 시선을 뗀 적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20대 초반 막내 매니저로 시작한 그는 조용필의 신임을 얻어 서열 2위의 수행매니저 자리에 올랐지만 영화와 드라마 OST 제작이라는 상업적인 행로를 밟으면서 조용필과는 자연스럽게 결별했다. 정 대표는 음반사업이 망하면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독립했지만 이후 승승장구했다. 박신양 김지호 정우성 전지현 장혁 등을 잇달아 발굴해 스타로 키워낸 것.
- 그 당시만 해도 연예인 매니저가 선호할 만한 직업은 아니지 않았나요.
“저 스스로 뭘 잘하는지를 알았던 거 같아요. 하고 싶은 것과 할 줄 아는 걸 잘 구분짓고요. 그런데 이쪽 분야를 보니까 재미있으면서 오래 해도 지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생활수준이 어느 정도 되면 문화 수준도 자연스럽게 높아지잖아요. 외국의 경우를 보니까 우리나라도 그 정도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분명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되겠다 싶었죠. 그래서 조급해하지 않았어요. 밑바닥부터 올라갔죠.”
- 신인을 발굴해 스타로 키워내는 능력이 탁월한데 그들이 스타가 될 거라고 어떻게 알았나요.
“되리라고 누가 알아요. 나도 모르지(웃음). 정우성은 압구정동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친구였어요. 선배가 한번 보라고 해서 봤는데, 눈빛이 좋더라고요. 만화에 나오는 눈빛처럼 아픔도 있고 우수도 있고 선함도 있고…. 그런데 그 당시엔 다들 정우성은 안 된다고 했어요. 키가 커서, 모델이라면 모를까 배우 재목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거죠. 김지호는 아주 예쁜 얼굴은 아닌데 계속 보고 있으니까 중성적인 매력, 에너지, 풋풋함 이런 것들이 느껴졌어요. 그건 당시 탤런트들이 드라마에서 무수히 흉내내고 있던 이미지들이었죠. ‘아, 이 친구를 갖다놓으면 바로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사진작업을 해서 여기저기 보여줬는데 다 싫대요. 치아도 토끼 같고…(웃음). 장혁은 모자라다 싶을 정도로 착하고 우직해 보였고요. 만약 마지막에 최후의 몇 명만 배우로 남는다면 장혁이 그 가운데 들어갈 거라고 생각해요. 같은 과 친구인 박신양은 대학 때부터 봤기 때문에 그의 진지함을 잘 알죠. 그 친구 연기는 기존 배우들이 외모 가지고 하는 연기와는 달랐어요. 시간이 좀 걸리지만 분명 될 거라고 생각했죠. 될 거라는 믿음. 배우와 매니저와의 관계는 매니저가 배우한테 꽂혀서 미쳐야 돼요. 얼굴이 예쁘고 자질이 충분해도 한계가 있어요. 내가 그 사람을 위해서 혼을 팔아야 되는 거예요.”

정우성, 전지현, 박신양 스타 만든 ‘연예계 미다스 손’ iHQ 대표 정훈탁

정훈탁 대표가 발굴한 대표적인 스타 전지현. 한때 세간에 두 사람의 결혼설이 나돌았으나 정 대표는 이를 기사화 한 언론사를 고소, 재판에서 이겼다.



- 전지현씨는 처음 봤을 때 어땠나요.
“지현이는 고등학생 때 처음 알게 됐어요. 잡지에 나온 사진을 책상 위에 붙여놓고 계속 봤죠. 한 달쯤 보니까 매력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만나자고 연락을 했는데 엄마와 함께 나왔더라고요. 처음엔 고개 푹 숙이고 쭈뼛쭈뼛 하면서 말도 못했어요. 제가 질문을 하니까 ‘네?’ 하면서 올려다보는데 눈빛이 살아 있었어요. 굉장히 큰 힘이 느껴지더군요.‘이 친구는 잘못 키우면 악마 같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 당시 전지현씨는 예뻤나요.
“아주 아름다웠어요. 귀하게 생겼더라고요. 느낌이 희한하다, 참 괜찮다 했죠. 전지현의 매력은 빨리 백지가 된다는 거예요. 탁 치면 소년이 되기도 하고, 요염함, 청순함, 백치미가 나오기도 하죠. 그러다 쓱~ 지우면 모두 사라지기도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동작이 예뻐요. 얼굴 예쁜 사람은 많지만 동작이 예쁜 건 굉장히 드문 매력이죠. 동작이 예쁘면 질리지 않아요. 실제로 지현이는 도인 같은 친구예요. 자기가 자기 마음의 결을 아주 깨끗하게 잘 다스려요. 연기력이니 뭐니 여러 가지 말들이 많잖아요. 이런 좋지 않은 반응들에 연연하지 않아요.”
- 척박한 연예계 풍토에서도 정우성·전지현씨와는 10년 넘게 함께 일하고 있는데.
“언젠간 다 헤어질 거예요.‘키웠다’는 생각 때문에 (연기자가 떠나면) 배신이라고 느끼는 건데 사실은 같이 잘 살아온 거예요. 제가 그 친구들 덕을 더 많이 봤죠. 이 자리에 있는 것도 그 친구들 덕분이에요.”
- 어떤 매니저가 좋은 매니저인가요.
“스타들의 마음을 안정감 있고 풍요롭게 만드는 사람이죠. 일을 많이 가져다 주는 게 다가 아니에요. 스타와 매니저는 공존하는 거지, 혼자 가는 게 아니에요. 저는 매니저들한테 무조건 자기 배우 모니터링하라고 해요. 배우를 사랑하는 방법은 배우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거예요. 저는 어릴 때 제 배우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모니터를 들여다보다가 제작진한테 혼난 적도 많아요. 하지만 그게 자기 배우를 사랑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전지현과의 결혼설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 스캔들 때문에 여자친구와 결별한 경험 있어요”
정훈탁이라는 이름을 대한민국의 가장 유명한 매니저로 각인시킨 것은 그의 능력만이 아니다. 미혼인 그는 가장 유능한 스타메이커인 동시에 가장 화려한 스캔들메이커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04년 전지현과의 결혼설을 보도한 통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승소했다.
- 결혼설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닌데 그러니까 그렇죠.”
- 그럴 경우 보통은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넘어가잖아요.
“그때는 굉장히 민감한 시기였어요. 회사가 어렵고 전지현이 CF 재계약으로 압박을 받을 때였거든요. 이용당하는 느낌이어서 기분이 무척 안 좋았어요.”
- 유독 전지현씨하고 그런 소문이 많았어요.
“지현이가 어디 가서 얘기할 때 저를 참 좋은 사람이라고 하니까, 남들이 오해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현이와만 스캔들이 있던 건 아니고 다른 얘기들도 많았어요(웃음). 송혜교도 저희 회사에 들어왔을 때 저와 스캔들이 있었고 심지어‘전지현이 그것 때문에 마음이 상해서 회사를 나간다’는 소문까지 있었죠. 임수정이 왔을 때도 그렇고…. 사람들은 저희 배우들이 잘되면 모두 저와 사귀어서 그런 줄 아나봐요(웃음). 세상 모든 남자가 날 죽이고 싶겠다, 이런 생각까지 했죠(웃음). 사귀던 여자도 한번 그래서 헤어졌어요. 그런 거 잘 견딜 것 같더니 힘들어하더라고요.”
- 결혼은 왜 아직 안 했는지, 결혼 생각이 없는 건가요.
“아니에요. 소개 좀 시켜주세요. 요즘은 선을 볼까 어쩔까 싶어요. 걱정이 좀 되는 게 저 같은 경우는 나이 먹어서 바보 같은 짓도 많이 할 것 같은데 유식한 친구가 하나 옆에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 저는 역사 얘기 해주는 거 되게 좋아해요. 내가 모르는 거 얘기해주는 거. 많이 아는 친구가 좋아요.”
- 역사교사가 딱이겠는데요(웃음).
“좋아요, 저는(웃음). 이제는 진짜 결혼도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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