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 양산을 쓴 여인, 1886, 캔버스에 유채, 131×88cm, 파리 오르세 미술관
흰 옷을 입은 여인이 언덕에 서 있습니다. 양산을 쓴 모습을 보니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나봅니다. 야외의 신선한 공기와 여인의 풋풋한 이미지가 한데 어우러져 싱그러운 느낌을 전해줍니다. 모든 것이 맑고 투명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하지만 아무리 자세히 봐도 여인의 얼굴조차 제대로 알아볼 수 없습니다. 예쁜 얼굴이 틀림없을 것 같은데 화가가 붓을 거칠게 놀려 도무지 생김새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듭니다. 모네는 늘 이렇게 그렸습니다.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보다는 빛과 공기의 흐름 등 주변 분위기를 살리는 데 더 관심을 뒀지요.
그런데 오히려 이런 그림이 대상을 더 아름답게 느끼도록 만듭니다. 그림 속의 여인은 모네의 아내 카미유입니다. 소년은 아들 장이지요. 모네가 무명의 화가로 고생할 때 묵묵히 뒷바라지해준 아내는 이처럼 모델도 서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모네를 도왔습니다.
그런 아내가 얼마나 고마웠을까요? 그래서 이렇게 우러러봐야 할 조각상처럼 언덕 위에 서 있는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카미유는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납니다. 모네는 깊은 슬픔에 잠겼지요. 사랑하는 아내를 결코 잊을 수 없던 모네는 나중에 자신의 의붓딸을 모델로 세워 이 그림과 매우 유사한 그림을 몇 점 더 그립니다. 아내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그렇게 해서라도 자꾸 표현하고 싶었던 거지요. 부부 사이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그림입니다.
※ 한 가지 더~ 인상파는 19세기에 가장 중요한 미술운동의 하나입니다. 인상파 화가들은 무엇보다 빛의 다양한 표정을 생생히 포착하는 데 관심이 많았습니다. 모네는 그 가운데서도 가장 열심히 빛을 표현한 화가지요. 인상파라는 이름도 모네가 1872년에 그린 항구 풍경 그림 ‘인상’에서 따온 것입니다.
※ 클로드 모네(1840~1926) 프랑스 출신으로 인상파를 주도한 화가입니다. 밝은 화면과 화사한 색채로 아름다운 풍경화를 많이 그렸습니다. 좋아하는 주제는 연작 형태로 여러 점 그렸는데, 3백여 점이나 그린 ‘수련’ 연작과 ‘노적가리’ 연작, ‘루앙 대성당’ 연작이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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