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아내와 귀여운 두 딸을 둔 잘나가는 펀드매니저. 하지만 그는 끝없는 욕망을 채우려 젊고 섹시한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 MBC 주말드라마 ‘달콤한 인생’에서 ‘불륜남’ 하동원 역을 맡은 정보석(46)은 비록 주부 시청자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지만 촬영장에서는 “예쁜 아내(오연수)와 섹시한 애인(박시연) 사이를 오가는” 누구보다 행복한 남자라며 자랑한다. 한술 더 떠 그는 “남자라면 누구나 바람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있지 않나. 이번에 연기를 통해 그런 감정을 제대로 표출할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하다”며 다소 위험한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한 가지 안타까운 건 동원이 애인한테 지나치게 매달린다는 거예요. 좀 전까지 집에서 아내와 대본 연습을 했는데, 아내한테도 제가 ‘이놈 정말 구질구질하지 않냐’ 하고 한탄을 했어요.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어요. ‘네가 원할 때만 만나고 너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전부 다 이해해준다. 사생활도 침입하지 않겠다’고요. 같은 남자가 봐도 답답한데 주부 시청자들이 보면 얼마나 화가 나겠어요(웃음).”
그는 지금껏 한눈 한번 팔지 않고 모범적인 남편으로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물론 여느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예쁜 여자가 지나가면 자신도 모르게 눈이 가고, 마음이 설렐 때도 있지만 그럴 경우 오히려 아내한테 “오늘 정말 예쁜 여자를 봤는데 연애 한번 해보고 싶더라”며 농담을 한다고 한다.
지난 89년 대학 후배인 기민정씨와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그는 가정불화와 여자문제로 고민하는 친구들을 보면 많이 안타깝다고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깨가 처지고 벼랑 끝에 내몰린 듯한 모습을 보면 가여운 마음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친한 친구들의 사례를 몇 가지 들면서 중년 남성들이 바람에 ‘솔깃’하는 이유에 대한 ‘변명’을 들려주었다.
“저는 연예인 친구보다 일반인 친구가 더 많은데,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나이 들수록 마음이 헛헛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데로 눈이 돌아간다고 해요. 직장에서는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고 집에서는 아내가 다른 집 남편들과 비교하면서 바가지를 긁고, 아이들은 머리 굵어지면서 대화 상대도 돼주지 않으니 외로울 수밖에요. 물론 바람피우는 게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남자라는 족속이 자존심만 강하고 미련해서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해요. 그러니 아내 분들이 어깨 축 처진 남편한테 먼저 말을 걸고 손을 내밀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일반 직장인들과 달리 직업적 스트레스도 적고, 물질적으로도 많은 것을 누린 그가 일반 중년 남성들의 고충을 다 이해할까 싶은데, 그 역시 결혼 7년 차에 접어들 무렵 “죽을 만큼 힘든 시기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연기경력이 10년 정도 됐을 때, ‘계속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고.
“여자 연기자 못지않게 남자 연기자도 나이 먹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해요.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미혼남 역할을 하기에도 어색하고, 그렇다고 유부남 역할을 하기에도 애매한 시점이 오거든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운이 좋아 꾸준히 연기를 하긴 했지만 ‘언제까지 시청자들이 나를 원할까. 이번 작품 잘못되면 다음 작품까지 영향을 미칠 텐데…. 더 이상 발전이 없고 정체한 것 같다’는 고민들로 많이 괴로웠죠. 그런데 이런 제 마음을 아내가 몰라주니까 정말 서운하더라고요. 결국은 아내한테 ‘내가 지금 어떻게 연기하는지 안 보여? 얼마나 힘든지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 하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죠(웃음).”
“아이들한테 쏟는 관심을 나에게도 달라고 아내한테 끊임없이 요구했어요”
당시 그는 부부라면, 사랑하는 사이라면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의 고통을 헤아려줘야 한다고 믿었기에 아내에게 서운한 마음이 컸다고 한다. 하지만 그 무렵 아내 역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남자들이 밖에서 힘든 것처럼 아내들도 똑같이 힘들어하더라고요. 아이들은 커가고 집안일에 치여 살면서 점점 자신을 잃어버리거든요. 그러면서 남편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려 하는데, 남편은 남편대로 바쁘다고 제대로 대화를 나눌 수도 없으니 서로 쌓이는 게 많아지는 거죠.”
다행히 그는 아이들한테 쏠려 있는 아내의 관심을 자신에게로 돌려놓으면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내가 힘들어하는 이유가 아이들 교육에 지나치게 관심을 갖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그는 아내에게 “아이들 교육에 쏟는 열정을 나한테 좀 쏟아달라”고 부탁했다고.
“아내 앞에서 끊임없이 아이들을 질투했어요. 저보다 아이들한테 잘해주면 ‘당신은 날 보고 시집온 사람인데 왜 내가 1순위가 아니냐’고 투정을 부리고, 아이들한테도 ‘엄마는 아빠 아내지 너희들 아내가 아니다. 너희도 장가가서 와이프한테 해달라 그래’ 하고 엄포도 놓고요(웃음). 얼마 전에도 둘째아이 학원 보내는 걸 두고 아내와 실랑이를 했는데, 결국 이번 중간고사 성적 나오는 거 봐서 일정 점수에 미치지 못하면 학원을 끊기로 아내와 합의를 했어요.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아볼 시간도 주지 않고 무조건 공부만 하라고 하는 건 아이 인생에도 득될 게 없다고 생각해요.”
그는 운동을 싫어하는 아내에게 선물 공세까지 해가면서 같이 골프를 할 정도로 애처가 중의 애처가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그는 아내 옷도 직접 골라준다고 한다. 그는 “내가 생각해도 자상한 남편 축에 드는 것 같다”며 웃었다.
“예전에는 아내가 저와 아이들한테 집착하지 않도록 자기 일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요즘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아내가 고마워요. 밤늦게 집으로 친구들을 끌고 와도 싫은 티 한번 안 내고 푸짐하게 안주까지 만들어서 술상을 내와요. 그러면 괜스레 친구들 앞에서 우쭐한 기분이 들죠(웃음). 그런 고마운 마음이 다시 아내한테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아요.”
친구처럼 자상한 아빠인 정보석은 두 아들이 방학만 하면 만화책을 한 아름 빌려와 아이들과 함께 누워서 만화를 본다고 한다.
부부가 화목해야 아이들도 바르게 자란다고 믿는 그는 현재 대입 수험생인 큰아들, 고등학교 1학년인 둘째 아들과 친구처럼 지낸다고 한다. 방학만 하면 만화책을 한 아름 빌려와 3일 정도 아이들과 빈둥대면서 만화를 보는 것으로 부자간의 정을 더욱 쌓는다고. 그는 “함께 누워 만화를 보고 낄낄대면서 한 학기 동안 서로에게 쌓였던 감정을 말끔히 털어낸다”고 말한다. 올해로 10년째 대학 강단에 서고 있는 것 역시 그가 ‘젊은 아빠’로 살 수 있는 비결 중 하나. 현재 그는 수원여대 연기영상학과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연기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돼요. 해마다 풋풋한 새내기들과 공부하면서 젊은 세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거든요. 아이들을 보면서 끊임없이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게으름을 피우고 싶다가도 학생들을 생각하면 다시 마음을 추스르게 돼요.”
“10년째 학생들 가르치면서 삶의 새로운 활력 얻어요”
그는 학과가 처음 개설될 때부터 출강했기에 학교와 학생들에 대한 애착이 각별하다고 한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엄하기로 유명한데 이는 처음부터 같은 과 교수들과 의논해 그가 악역을 맡기로 했기 때문이다.
“과 특성상 교수와 학생이 매우 친밀한 관계여야 하는데 그렇다고 마냥 풀어줄 수 없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학교에 나가는 제가 엄해지기로 했어요. 다른 교수님들은 아이들과 자주 마주쳐야 하기 때문에 어색한 분위기가 조성되면 곤란하잖아요. 대신 제가 학교에 나타나면 교수님들이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들을 다 일러바쳐요(웃음). 그러면 제가 수업시간에 들어가서 잔소리를 늘어놓죠.”
극중 세련된 펀드매니저로 변신하기 위해 지난해 겨울부터 피부관리를 받아왔다는 그는 평소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마흔 중반의 나이에도 뱃살 하나 없이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데, 담배는 일절 손에 대지 않으며 술자리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갖는다고 한다. 또한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주말에는 연예인 야구단 ‘조마조마’ 회원들과 함께 야구를 하는 게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두산베어스 광팬이기도 한 그는 구단 소속선수인 손시현과 이종욱의 이름을 따 ‘시종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그들이 안타나 도루에 성공할 경우 회비를 적립, 좋은 일에 쓰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두산베어스 김민호 코치 소개로 손시현 선수를 만났어요.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아보여 후원을 시작했는데, 손 선수가 군대를 가면서 이종욱 선수를 소개받았죠. 그래서 지금은 이종욱 선수가 안타나 도루를 칠 때마다 회원들끼리 5천원을 적립해 그 돈을 연말에 좋은 곳에 쓰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유소년 야구단 선수 중에서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한 어린 친구들 10명을 선발해 장학금을 줬고, 올해는 장애아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데 사용하려고요.”
지난해 종영한 사극 ‘대조영’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달리 소탈하면서도 재치 있는 말솜씨로 푸근한 인상을 심어준 정보석. 웬만한 일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그에게서 진정한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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