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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네 콩티’ 와이너리 방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명품 와인

진행·김현진‘The WeeKEND 기자’ / 글·최영선(비노필 대표) || ■ 제품사진·이과용(플러그 스튜디오) ■ 사진제공·Rex ■ 와인협찬·신동와인(02-794-4531)

입력 2008.06.17 13:35:00

세계에서 제일 비싼 와인 중 하나인 로마네 콩티. 명품 와인 로마네 콩티를 생산하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현지 와이너리를 찾았다.
‘로마네 콩티’ 와이너리 방문기

1 2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와인의 제작 과정. 해마다 수확철이 되면 본 로마네 마을 언덕길 구릉지대에 자리잡은 밭에서 재배된 포도송이들을 일일이 손으로 따고 좋은 품질의 포도를 골라내는 작업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는 와이너리의 오너와 디렉터까지 참여한다. 3 부르고뉴의 명품 와인들이 생산되는 본 로마네 마을 입구 전경. 4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그랑 크뤼 와인인 로마네 콩티, 몽라셰, 에세조(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신동와인에서 판매.


‘로마네 콩티(Romane、e-Conti)’는 프랑스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명품 와인이다. 세계에서 제일 비싼 레드 와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포도밭의 면적은 1만8천㎡에 지나지 않는다. 매년 이 밭에서 생산되는 로마네 콩티 역시 약 5천5백병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는 40병 정도가 들어오며, 로마네 콩티 와이너리의 다른 와인들과 함께 12병들이 한 상자 단위로만 판매된다.
로마네 콩티는 ‘본 로마네(Vosne-Romane、e)’ 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Domaine de la Romane、e-Conti·DRC)’에서 생산된다. 그리고 이 마을 앞 광장은 와인 순례자들의 호기심 어린 발걸음들로 채워지곤 한다. 순례자들이 향하는 곳은 마을 뒤쪽에 있는 낮은 구릉지대의 포도밭, 그중에서도 로마네 콩티가 생산되는 밭임을 나타내는 십자가 앞이다.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었을까. 십자가 앞에는 ‘사진은 찍어도 좋지만 포도밭을 훼손하는 행동은 삼가 달라’고 적힌 표지가 있다.
그런데 막상 로마네 콩티가 생산되는 곳인 DRC의 위치는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본 로마네의 다른 유명 도멘(domaine·와인 생산자)들은 모두 크든 작든 문패를 걸어놨지만 이곳에는 문패조차 없기 때문이다. 마침내 찾은 DRC는 마을 뒤쪽 좁은 골목길 한 켠, 굳건히 닫힌 빨간색 철문 뒤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었다.

#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설레는 부르고뉴의 보물들
빨간색 대문의 초인종을 누르는 내 손끝이 살짝 떨렸다. 실제로 들어가 보기가 대통령 만나기보다 어렵다고 알려진 DRC를 방문하는 것이니 당연할 수밖에. DRC의 디렉터 장 샤를르 퀴블리에(Jean-Charles Cuvelier) 씨가 문을 열어줬다. 그의 안내를 받아 문 안으로 들어서서 안쪽을 살펴보니 겉에서 본 모습 그대로 소박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옆으로 조그마한 양조실이 보였다.
보르도의 와이너리들이 초현대식 양조실을 갖추고 있는 반면, 부르고뉴에서는 소규모의 전통적 설비를 사용하는 곳이 많다. DRC 역시 옛날부터 써왔던 장비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양조 책임자 또한 선조 대대로 DRC 양조를 맡아온 집안 출신이라고. 전통을 중시하는 부르고뉴, 그중에서도 가장 부르고뉴적인 와인이라고 꼽히는 로마네 콩티의 제조 비결이 바로 이것이었을까.
퀴블리에 씨가 가장 먼저 나를 이끈 곳은 포도밭이었다. 총 25만㎡가 된다는 포도밭에 도착해 언덕 중간쯤에 이르자, 그는 유명한 그랑 크뤼 밭들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이름을 말해주고 설명도 덧붙였다. 로마네 콩티, 로마네 생비방, 그랑 에세조, 리쉬부르….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벅찬 부르고뉴의 보물들. 그의 설명을 곁들여 다시 바라본 포도밭은 그 조촐한 첫인상과 달리 신비스러움으로 다가왔다.

‘로마네 콩티’ 와이너리 방문기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의 와인은 12병들이 한 상자 단위로 판매된다.(좌) 로마네 콩티는 1만8천 남짓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돌 매년 약 5천5백병만 생산된다.(우)


#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인 배럴 테이스팅
다시 도멘으로 돌아오니 DRC의 오너 오베르 드 빌렌느(Aubert de Villaine)와 그의 부인이 악수로 인사를 청했다. 이들 부부는 현재 남 부르고뉴 브즈롱(Bouzeron)에 작은 와이너리를 만들어 직접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부부만의 색채를 반영한 그들만의 와인을 따로 만드는 것이다.
그들의 안내로 찾은 곳은 숙성실. 발효를 마친 와인들이 오크통에 담겨져 서서히 숙성되고 있는 지하실이었다. 시멘트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방안에 이층으로 쌓인 오크통들이 빼곡히 채워진 셀러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과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들이 탄생되는 곳이란 말인가. 하지만 오크통에서 숙성 중인 와인을 맛보는 배럴 테이스팅을 시작하면서 나의 첫인상이 참으로 얄팍했음을 깨달았다. 리쉬부르, 라타슈, 에세조, 로마네 생비방, 그리고 그랑 에세조로 이어진 감동의 테이스팅은 마지막인 로마네 콩티에 이르러 정점에 다다랐다. 훌륭한 명화나 기막힌 경치 앞에서 어떤 말이 필요할까. 그저 호흡을 가다듬으며 조용히 바라보지 않을까. 내가 아주 멋진 와인을 접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입안에 퍼지는 와인의 화려함과 그 긴 여운을 감상할 뿐. 사실 로마네 콩티의 맛은 어떠한 미사여구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깊었다.
다음은 지하 저장고로 향했다. 1920년대 와인 병들도 눈에 띄고 전설적인 빈티지들도 여럿 보였다. 저장고 벽 곳곳에 피어 있는 거무스름한 곰팡이, 와인 병 표면을 켜켜이 덮고 있는 먼지들이 세월의 무게를 짐작케 하는 곳이었다. 저장고의 오른쪽으로 돌아, 가운데에 큼직한 나무테이블이 놓인 아담한 방으로 들어섰다. 퀴블리에 씨가 이번엔 숙성된 와인을 테이스팅하면 어떻겠느냐며 화이트 와인 한 병을 들고 왔다. 1997년산 몽라셰(Montrachet). 본의 남쪽 지역에서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의 제왕이자, 화이트 와인 애호가들에겐 꿈의 와인이기도 하다.
떨리는 마음으로 받아든 몽라셰는 10년 이상 숙성된 화이트 와인답게 그 색상이 묵직한 황금색이었다. 처음엔 닫힌 듯 조금씩 힘겹게 피던 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환하게 피어오르면서 견과류와 꽃향기를 풍겼다. 오래된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의 맛은 정말 오묘했다. 그 복잡하고 다양한 향이 오랫동안 입안에 남았다.
DRC 방문을 마치고 나오는 길. 등 뒤로 닫힌 빨간색 철문에선 부르고뉴의 자존심을 지키는 고고함이 여전히 느껴졌다. 하지만 오너의 수수함, 와이너리의 소박함을 경험하고 나니 들어갈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다시 떠올려 보니 수백 년 된 한옥을 쓸고 닦고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명문 종갓집을 방문한 기분이었다. 이곳에서 맛본 ‘장맛’ 역시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로마네 콩티에 관한 오해와 진실
‘로마네 콩티’ 와이너리 방문기

발효를 마친 와인들이 오크통에 담겨 숙성되는 지하 셀러. 단출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최고급 명품 와인들이 세월과 함께 익어가는 곳이다.


로마네 콩티(Romane、e-Conti) VS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Domaine de la Romane、e-Conti·DRC) 로마네 콩티와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를 혼용해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DRC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는 와인 생산자 이름이고, 로마네 콩티는 본 로마네 마을의 6개 그랑 크뤼 포도밭 가운데 하나인 동시에 DRC에서 생산하는 와인 이름이다.
로마네 콩티의 역사 로마네 콩티가 생산되는 포도밭은 13세기부터 17세기까지 베네딕트 교단 생 비방(Saint-Vivant) 수도원의 소유지였다. 1625년 수도원이 폐지된 이후 여러 소유주를 거쳐 1760년 루이 15세의 사촌 콩티 공이 비싼 값을 치른 뒤 사들였다. 그 이후 귀족들의 재산을 몰수했던 프랑스 혁명 때 정부에 귀속된 이곳은 1795년 처음으로 경매에 올랐고 수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1942년부터 현재까지 드 빌렌(De Vilaine) 가문과 르루와(Leroy) 가문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이 운영하는 법인체가 DRC다.
DRC가 생산하는 와인 DRC에서는 7개의 그랑 크뤼 와인이 생산된다. 대표주자인 로마네 콩티를 비롯해 라타슈(La Tache), 로마네 생비방(Romane Saint Vivant), 리쉬부르(Richebourg), 그랑 에세조(Grands Echezeaux), 에세조(Echezeaux) 등 본 로마네 마을의 6개 그랑 크뤼 포도밭 전체에서 와인을 생산한다. DRC의 리스트에는 이 6개의 레드 와인 외에 세계 최고의 화이트 와인 가운데 하나인 몽라셰(Montrachet)가 포함된다.

최영선씨는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후 10여 년간 금융계에 종사했다. 스페인의 와인 스쿨 ‘에스꾸엘라 에스파뇰라 데 까따(Escuela Espanola de Cata)’, 보르도 소믈리에 스쿨 ‘C.A.F.A’를 거쳐 프랑스 디종 고등상업학교(Ecole Suprieure de Commerce de Dijon)에서 와인 비즈니스를 공부했다. 최근에는 파리에 와인관련 전문 회사 ‘비노필(VinoFeel)’을 열고, 유럽의 와인을 아시아 지역에 소개하고 특별한 와인투어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프랑스와 아시아를 오가며 맹렬히 활동 중이다.

여성동아 2008년 6월 5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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