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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서 행복해요

시험관아기 시술로 얻은 딸 백일잔치 연 허수경

글·김유림 기자 / 사진·현일수 기자

입력 2008.05.23 16:53:00

2007년 마지막 날 딸 ‘별이’를 낳은 허수경이 얼마 전 아이의 백일잔치를 열었다. 세 번째 시험관아기 시술에 성공, 당당한 싱글 맘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아이 엄마로 다시 태어난 요즘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시험관아기 시술로 얻은 딸 백일잔치 연 허수경

시험관아기 시술로 얻은 딸 백일잔치 연 허수경

엄마에게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지난해 시험관아기 시술에 성공해 그토록 바라던 딸 ‘별이(태명)’를 얻은 허수경(41)은 요즘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다. ‘엄마’라는 호칭을 얻기 위해 오랜 세월 그가 흘린 눈물을 생각하면 지금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행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선물. 그는 별이가 태어난 지 백일이 지난 4월7일 서울 목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일가친척과 지인들을 초대해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별이의 모습을 공개했다.
2007년 12월31일, 우렁찬 울음으로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린 별이는 갈색 곱슬머리에 긴 손가락, 또렷한 이목구비까지 엄마를 똑 닮았다. 쌍꺼풀은 없지만 오뚝한 콧날과 도톰한 입술이 어릴 적 그와 매우 흡사하다고. 아이가 예쁘다는 칭찬에 그는 “우리 별이는 엉덩이도 예쁘다”며 싱글벙글 웃었다. 아이를 안은 폼 또한 초보 엄마답지 않게 능숙했는데 별이의 예쁜 모습을 자랑하고 싶은 듯 아이를 앞으로 안고 하객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인사를 건넸다. 엄마 의상에 맞춰 흰색 원피스를 입은 별이는 낯선 사람들이 많은데도 칭얼대지 않고 얌전하게 안겨 있다 한참 뒤 요람에서 잠까지 청했다.
“별이와 함께 지내는 요즘,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행복한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기적이란 생각이 들어요. 별이가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많이 궁금해하실 것 같고, 그동안 저희 모녀를 많이 아껴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의미로 식사 한번 대접하고 싶었어요(웃음). 아이가 생기니까 안 하던 것도 하게 되고 모든 걸 아이 위주로 생각하게 되네요. 아직 별이가 젖살이 다 안 빠져서 처음 보신 분들은 아들인지 딸인지 구분하기 힘드시겠지만(웃음), 앞으로 별이가 아름다운 숙녀로 자라는 모습을 끝까지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시험관아기 시술로 얻은 딸 백일잔치 연 허수경

별이 백일잔치에 김창렬과 김혜수가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좌) 별이의 백일 축하 케이크를 자르는 엄마 허수경과 할머니, 할아버지.(우)


“그동안 별이를 아껴주신 분들께 식사라도 한번 대접하고 싶었어요”
그는 이날도 방송인의 기질을 발휘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사회를 봤는데, 각 테이블을 가리키며 하객을 한 명씩 일일이 소개했다. 그중에는 그가 진행을 맡고 있는 SBS 라디오 ‘김승현·허수경의 라디오가 좋다’의 스태프들과 대학 동창생들, 일주일에 한 번 모여 성경공부하는 교회 지인들도 있었고, 연예인 하객으로는 가수 김창렬, 배우 김혜수가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등장한 김혜수는 별이를 보자마자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아이를 덥석 안았는데, 한참 아이에게 귓속말을 전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김혜수와 허수경은 연극배우 손숙을 양어머니로 모시며 친자매처럼 지내는 절친한 사이라고 한다.
“오래전부터 수경언니를 좋아하고 존경해왔어요. 어떤 시련이 와도 밝음을 잃지 않는 모습이 좋았고, 참 당당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 언니한테 이렇게 예쁜 별이가 생겨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오늘 별이를 처음 안으면서 큰 감동을 느꼈고, 아이가 분명히 사랑스럽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자랄 거라 믿어요.”

“어떤 실수도 하지 않는 완벽한 엄마 되고 싶어요”
손녀딸 백일잔치를 위해 제주도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그의 부모도 딸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후덕한 얼굴에서 인자함이 묻어나는 그의 아버지는 “이 자리에 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쁘다”며 소감을 말했다.
“‘실감이 안 난다’는 표현이 어떨 때 쓰이는 말인지 오늘 비로소 알겠습니다. 사실 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우리 가족은 오랫동안 ‘체념’을 가슴에 품고 살았어요. 이렇게 감동적인 순간이 찾아올 줄 꿈에도 몰랐기에 별이가 태어난 뒤로는 가슴이 꽉 차서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우리 별이가 이렇게 많은 축복을 받고 자라는 걸 보니 분명 복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웃음).”
이날 허수경은 선물이나 축의금을 일절 받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SBS 라디오 청취자 한 명에게 하객들과 함께 마음을 모아 도움의 손길을 주기로 했다. 얼마 전 라디오 방송국으로 날아온 편지 한 통에 가슴 아파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는 그는 그 청취자의 사연을 소개하며 함께 마음을 모아줄 걸 부탁했다.
“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던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로 네 살배기 딸을 키우신 분인데, 아이마저 희귀병을 앓고 있다는 사연이었어요. 그런데도 그분은 되레 저를 걱정하시며 격려해주시는 내용의 글을 쓰셨어요. 별이를 키우면서 힘든 일이 많겠지만 용기 잃지 말고 씩씩하게 잘 살라는 말씀이셨죠. 그분께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서 별이에게 들어온 선물을 대신 전달해드리기로 했어요.”
엄마의 마음은 엄마가 가장 잘 아는 것일까. 그는 별이가 태어난 뒤로 청취자들의 사연 하나하나가 마음에 그대로 와 닿는다고 한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의 사연을 들을 때면 ‘부모니까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아이가 생기자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들지만 그 정도의 부담감은 기꺼이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도 돼 있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즐겁게 받아들여야죠. 엄마 혼자 행상하면서 아이들을 대학에 보냈다는 사연도 이제는 이해가 돼요. 아마 저라도 그 상황이면 그렇게 할 것 같거든요. 아이를 가졌을 때부터 모성애는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할 거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시험관아기 시술로 얻은 딸 백일잔치 연 허수경

두 번의 이혼과 두 차례의 자궁외 임신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그는 더 이상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강한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 또 다짐한다고. 남편 없이 혼자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은 만큼 어떤 실수도 하지 않는 완벽한 엄마이고 싶은 게 솔직한 그의 심정이다.
“전 보통의 엄마들보다 더 강해야 해요. ‘싱글맘’이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웬만한 각오 없이는 안 되거든요. 하지만 앞으로 어떤 고난이 와도 아이와 함께라면 절대 흔들리지 않고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초 예정일보다 일주일 빠르긴 했지만 그는 노산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연분만에 성공했다. 더군다나 모유 수유도 그의 뜻대로 잘되고 있다. 모유를 먹이기 위해서는 엄마의 젖이 풍부해야 하고 아이도 젖을 잘 빨아야 하는데 두 모녀는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모유 수유를 성공적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별이는 아직 어려 새벽에 보챌 때가 많은데 그때도 젖만 물리면 금세 울음을 그치고 온화한 ‘천사의 모습’으로 돌아온다고.
3주간의 짧은 출산휴가를 마치고 라디오에 복귀한 그는 현재 친한 친구의 어머니에게 별이를 맡기고 있다. 친정어머니는 몸이 불편한데다가 아버지와 제주도 농장일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아이를 맡길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출산 후 경인방송 라디오 ‘허수경의 가요세상’도 맡으면서 두 배로 바빠졌지만 젖은 유축기를 사용해 미리 짜놓고, 방송을 마친 뒤에는 집으로 곧장 달려오는 모범 엄마다.
“방송은 제 삶의 터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두 번째 이혼 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부모님이 계신 제주도로 내려가려 했을 때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 분들이 바로 청취자와 방송 관계자들이었죠. 그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와 별이는 이 자리에 없을지도 몰라요. 어떤 일이 있어도 용기 잃지 말라며 격려해주신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그 힘든 시기를 잘 견뎌낼 수 있었고 이렇게 별이와도 마주할 수 있게 된 거죠.”
그에 대한 보답으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방송을 하는 것이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일이다. 또한 별이를 낳으면서 한국 사회에 ‘싱글맘’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진 그는 “내 아이만 잘 키우면 된다는 생각보다 부모 없이 자란 아이들, 가정불화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더 큰 목소리를 내겠다”고 다짐한다. 그래야만 별이도 이 땅에서 상처받지 않고 잘 자랄 수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솔직히 아빠의 부재보다 사회에서 받을 상처가 많이 걱정돼요. 만약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빠 없는 아이 손들어봐’라고 한다거나 별이 친구들이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넌 아빠 없이 너네 엄마가 혼자 널 낳았다며?’ 하고 물으면 과연 아이가 어떤 충격을 받을지…, 정말 생각하고 싶지도 않죠. 반대로 아이를 불쌍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도 아이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많은 분께서 유념해주시면 좋겠어요. 사실 우리 주위에 엄마, 아빠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매우 많아요. 세상을 살다 보면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잃을 수도 있고, 엄마 아빠가 다 있어도 돌봐줄 수 없는 상황의 아이들도 있잖아요. ‘불쌍하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자라면서 겪을 상처의 반이 줄어들 거라 생각해요.”

“아이와 목욕탕 같이 가고 함께 여행 다닐 생각하면 벌써부터 설레요”
임신에 성공한 날부터 육아일기를 쓰기 시작한 그는 백일이 될 때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이의 성장을 기록해왔다. 아이가 태어난 날에는 일기장 가득 ‘고맙다’는 말로 도배를 했는데, 이날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건강하게 태어나서 고맙고, 엄마로 날 선택해줘서 고마워. 건강하게 자라면 돼. 그것만으로도 네가 할 효도는 다 하는 거야” 하고 세상에 첫발을 디딘 아이와 행복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훗날 별이가 어른이 됐을 때는 그가 가슴으로 써내려간 일기장을 아이에게 선물로 줄 계획이라고. 그는 “처음 초음파 사진을 찍으러 가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설렘과 기쁨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기록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별이가 남자아이였어도 좋았겠지만 여자아이라서 더 기쁘다고 한다. 같은 여자로서 아이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줄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아이와 함께 목욕탕에 다니는 것 또한 그가 꿈꾸는 행복한 일상의 한 조각이다. 또한 그는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뒤에는 함께 여행도 많이 다니고 싶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 다니려면 지금부터라도 체력관리를 해야겠어요. 생전 안 먹던 보약도 아이 낳고는 제가 알아서 챙겨 먹고 있죠(웃음). 별이가 성인이 되면 제 나이가 예순이 넘는데 오랫동안 아이와 함께하려면 보통 엄마들보다 젊고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욕심도 들어요. 아이가 스무 살이 될 때까지 50개 도시를 여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그리스 산토리니, 인도, 티베트 등 아이의 몸과 마음을 키워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떠날 준비가 돼 있어요(웃음).”
별이를 통해 ‘상상 이상의 행복, 기적 같은 일상’을 누리고 있는 그가 평생 지금의 감동을 간직하며 미소 지을 수 있길 기원한다.

여성동아 2008년 5월 5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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