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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기자의 키워드 토크

일과 사랑에 중독된 완벽주의자 최수종

글·김수정 기자 / 사진·이진환(엔진스튜디오)|| ■ 의상협찬·빈폴옴므 지크 케니스콜워치 엘르옴므 킨록투 코모도스퀘어 ■ 헤어·채이(나인애플) ■ 스타일리스트·송혜란 황선영

입력 2008.05.23 16:46:00

하루에도 수많은 배우가 탄생하고 지는 연예계에서 20여 년간 같은 자리를 지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수종은 청춘스타에서 중견배우로 변하기까지 한결같은 성실함과 투철한 프로정신으로 정상 궤도를 벗어나지 않았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그렇게 채운 것을 아낌없이 다시 나눠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를 만났다.
일과 사랑에 중독된 완벽주의자 최수종

최수종(46)은 장난꾸러기 아이처럼 짓궂은 표정을 짓다가도 연기인생을 말할 때는 이맛살에 고뇌를 담았다. ‘으흐흥’ 하는 특유의 웃음 속에는 20대 평범한 청년에서 배우가 되기까지의 시련과 고통도 숨어 있다고 했다.
지난 87년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연예계에 데뷔해 ‘질투’‘파일럿’ 등을 통해 청춘스타 반열에 오른 그는 중견배우로 변해가는 동안 정상의 자리를 놓친 적이 없고 한 번 받기도 어려운 연기대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다. 그러는 동안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를 얻어 모범적인 가정도 일궜다. 하지만 일과 가정, 이 모든 것이 만족스러울 것 같은 그는 여전히 “부족한 것을 채워야 한다”며 자신을 채찍질한다.

First keyword ; 도·전

“국어사전 들고 다니며 사극 촬영하던 그날처럼 공부를 다시 시작한 지금 무척 설레요”

“열흘 뒤 중간고사를 봐요. 오늘 새벽에도 공부를 하다가 ‘20여 년간 방송활동을 하면서 너무 많은 것을 잊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어요. 늦은 나이에 공부를 다시 하는 게 쉽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빈 부분을 채운다는 기분이 들어 설레요.”
데뷔 21년 차 베테랑 배우 최수종의 얼굴에 긴장과 설렘이 교차한다. 지난 3월 한국방송통신대학 영어영문학과 08학번 새내기가 된 최수종. 그가 ‘학생’이라는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말 ‘대조영’이 끝난 뒤 여러 가지 일로 바빴는데, 그 일 중 하나가 공부예요. 우리 학교는 출석하지 않고도 어디서나 공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봐주는 법이 없거든요. 꼬박꼬박 강의를 듣지 않으면 도통 따라갈 수가 없어요.”

걱정을 하다가도 이내 뭔가 재미있는 일을 발견한 사람처럼 그의 눈이 빛났다. 그의 입에서 학교, 계몽주의 사상, 컴퓨터 등 ‘연기’ 이외의 단어가 술술 나온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 그에게 만학도가 된 이유를 묻자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배움이라는 게 때가 있나요…. 어느 날 TV에서 싱가포르의 한 60대 사업가가 공부하는 모습을 봤어요. 가족의 병을 고치겠다며 한의학을 공부하는데 어찌나 열심히 하는지 나라에서 표창장을 줄 정도였죠. 그분의 열정을 부러워하다가 ‘나는 왜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남의 시선이 무슨 상관이냐’며 아내에게 제 결심을 털어놓았고, 아내는 ‘잘 생각했다. 배움은 끝이 없다’며 격려해줬어요.”
그는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20여 년간 쉬지 않고 연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이런 근성 때문이라고. 지난 87년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데뷔한 그가 배움의 중요성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금은 농익은 연기로 인정받고 있는 그도 한때는 설익은 연기로 질타를 받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스타덤에 오른 뒤 출연한 작품이 MBC ‘조선왕조 500년-한중록’이에요. 그 드라마에서 사도세자 역에 캐스팅됐는데, 사극을 처음 하는 터라 별다른 준비 없이 첫 대본연습에 참여했고 현대물처럼 대사를 읽었어요. 그런 제 모습에 촬영 스태프들이 어찌나 당황해하던지…(웃음). 그중 한 분이 드라마 ‘이산’의 이병훈 PD예요. 당시 저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지 못했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도 몰랐어요.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그날부터 무작정 한인수 선배님께 연기를 가르쳐달라고 졸랐죠.”
이후에도 그는 함께 출연하는 선배들의 집에 밤마다 녹음기를 들고 찾아갔고 선배들이 녹음해준 테이프를 들으며 따라 읽었다고 한다. 복식호흡을 몸에 익히기 위해 창을 배우고 국어사전을 찾아 대사 위에 장음과 단음을 일일이 체크했다고. 그때부터 국어사전을 들고 다니는 게 몸에 밴 그는 그 사극으로 두 번의 연기대상을 받았으면서도 국어사전을 여전히 가장 큰 보물로 여기고 있다.
“사극을 할 때마다 PD에게 다른 배우보다 하루 일찍 대본을 달라고 부탁하고, 받은 대본에 장·단음, 센 발음·약한 발음을 구분하는 문장기호를 표시해요. 아무리 촬영이 급해도 단 한 차례도 그냥 넘어간 적이 없어요. 만약 국어사전에 나와 있지 않으면 선배연기자에게 자문을 구해서라도 짚고 넘어가죠. 누가 요즘 그런 것까지 신경 쓰냐며 의아해하지만 연기를 할 때는 이런 작은 것도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되거든요.”
그가 유독 사극에 신경을 쓰는 건 지난 2000년 ‘태조 왕건’에 캐스팅됐을 때의 기억 때문이다. 그가 왕건 역에 캐스팅되자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최수종은 얼굴 생김새가 곱상하고 쌍꺼풀이 짙어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던 것. 그는 해보기도 전에 “안 어울린다”며 기회를 박탈하려는 사람들 앞에서 이를 악물었다고 한다. 억척스럽게 사극 톤과 발음을 연습했고, 부잣집 도련님의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7kg을 불렸다고.
“지금도 사극에 캐스팅되면 ‘최수종이라면!’ 하는 반응과 ‘과연 최수종이 할 수 있을까?’라는 반응이 동시에 나와요. 유약해보이는 이미지 때문인데, 이를 극복하고자 가능한 한 대역을 쓰지 않으려 노력하죠. 한번은 ‘대조영’에서 말을 타고 질주하면서 활 쏘는 장면이 있었는데, ‘낙마할 위험이 있다. 대역을 쓰자’는 무술감독의 만류를 뿌리치고 직접 했어요.”
‘대조영’의 김종선 PD는 이런 그를 “무서운 사람이다.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고 역할에 올인하는, 지나칠 정도로 자기를 몰아붙이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 때문인지 최수종은 청춘스타에서 중견배우로 자연스레 넘어왔다. 그는 이제 중후한 ‘아버지’ 연기를 할 차비를 조금씩 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평생 멜로드라마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하지만 청춘스타였던 때가 그립지는 않아요. 예전에 출연했던 ‘질투’ ‘파일럿’ 같은 트렌디 드라마를 보면 캐릭터가 분명 다른데도 대사하는 톤과 눈빛이 같아서인지 다 비슷비슷하게 보이거든요.”
하지만 그는 “주연배우의 아버지, 삼촌, 할아버지 역을 맡더라도 단순히 ‘배 나온 아저씨’ ‘이웃집 주인’ 등에 그치지 않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일정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담배를 피우지 않으며 피부노화를 방지하기 위해 술과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고.



일과 사랑에 중독된 완벽주의자 최수종

그는 또 지금까지 구축해온 선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악역에 도전할 준비도 하고 있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체면을 불사하고 ‘악역을 맡고 싶다’며 제작진에게 자신이 희망하는 배역이 담긴 DVD를 전달하기도 했다고.
“언젠가는 ‘이유 있는 악역’에 꼭 도전할 거예요. 전 국민이 ‘저런 나쁜 놈’이라고 손가락질할 만큼 지독하면서도 한편으로 연민이 느껴지는 캐릭터가 주어진다면 그 캐릭터에 맞춰 지금보다 더 악착같이 매달릴 자신이 있어요.”
“이미 정상에 머물러 있는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과연 배우에게 정상이라는 말이 있을까요. 간혹 사람들이 청춘스타로 사랑받던 때를 정상이라고 생각하냐, 중견배우로 변화한 지금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냐고 묻는데, 그때마다 저는 ‘정상은커녕 아직 반도 못 올라왔다’고 답합니다. 만약 여든이 넘어서도 활발하게 연기할 수 있다면 그때를 정상이라고 말할 거예요.”
데뷔 때부터 대중에게 주목받는 스타였고 지금껏 마음 놓고 쉰 적이 없을 정도로 달려왔지만 그는 “좋은 사람을 만났을 뿐”이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특히 드라마 ‘야망의 전설’에서 사형수를 연기하던 때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미스캐스팅’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당시 연출을 맡은 김영진 PD가 “눈매가 매서워 거친 역도 잘 어울릴 것”이라면서 그를 격려한 것.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김 PD가 그를 눈여겨본 건 연기가 아닌 배려심 때문이라고 한다. 늘 다른 배우보다 한 시간 일찍 나가 스태프들과 함께 촬영을 준비하고 온종일 모래사장에 파묻히는 등 고문 연기를 한 뒤에도 스태프를 도와 나무철책 같은 큰 규모의 무대소품을 들어 옮기는 모습에 반한 것이다. 그는 “모든 만남은 인연으로 생기고 그 인연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데서 맺어진다. 아내와 두 아이를 만난 것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두 번째 키워드로 ‘배려’를 꼽았다.

일과 사랑에 중독된 완벽주의자 최수종

Second keyword ; 배·려

“‘고맙다’ ‘사랑한다’ 수시로 말하는 건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기 때문이에요”

“아내를 만난 건 제 인생에서 가장 고마운 일이에요. 아내는 두 아이를 위해 자신의 일을 중단했을 만큼 배려 깊은 사람이죠. 지방촬영 때문에 장기간 떨어져 지내는 날이 많은데, 그때마다 혼자 두 아이를 돌보고 양가 가족을 챙기고 있을 아내를 생각하면 고맙고 미안해요. 아내를 위해 이벤트를 열고 수십 번씩 전화통화를 해 ‘사랑한다’ ‘고맙다’고 말하는 건 그런 아내를 위한 제 작은 배려예요.”
그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하희라의 별칭은 ‘우~예쁜 여인’. 두 사람은 여전히 신혼부부의 모습을 보이는데, 틈날 때마다 “당신이 있어 오늘 하루가 행복합니다. 사랑합니다” “당신은 최고의 배우입니다. 힘내세요, 파이팅”이라는 문자를 주고받는다.
그는 요즘 “‘대조영’으로 지난 2년여 동안 가정을 돌보지 못한 빚을 갚고 있다”고 했다. 지난 3월부터 뮤지컬 ‘굿바이걸’에 출연하는 하희라를 대신해 집안일을 하는 것. 그는 공연으로 지친 아내가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집에서 까치발을 들고 다니고 아침상을 준비한다고 한다. 그는 “허즈번드(husband·남편)는 하우스(house·집)와 밴드(band·묶다)의 합성어다. 즉 남편은 집에 있는 사람을 끈으로 엮어 보살피고 아우르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결혼 15년 차 부부인데, 지금까지 큰 소리 내지 않고 살 수 있는 건 대화를 자주 하기 때문이에요. 저희 부부도 사소하게 말다툼할 때가 있지만 그 자리에서 대화로 푸는 성격이라 오래 못 가죠. 또한 아무리 상대가 잘못해도 ‘왜 그랬어’ 하고 상대를 탓하지 않아요. 가능하면 서로에게 존댓말을 쓰는데, 그러면 무의식중에도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게 되더라고요.”

그의 바람은 민서(10)·윤서(9) 남매가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아이로 성장하는 것이다. ‘애처가’로 잘 알려진 그는 아이들에게도 ‘만점아빠’. 크리스마스에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입고 선물을 나눠주고 방학이 되면 아이들과 여행계획을 짠다. 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들의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답해주려고 노력하고, 아이들이 자신보다 부족한 환경에서 자란 친구, 자신보다 나은 환경에서 자란 친구 등 다양한 사람과 관계를 맺어 연예인의 ‘특별한’ 자녀가 아닌 평범한 자녀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한다.
“저희 부부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 주목받으며 살아야하는 게 마음에 걸려요. 예전에는 가족나들이를 가면 사람을 피해 제 등 뒤로 숨던 아이들이 공립학교에 입학하면서 그런 모습에서 많이 벗어났어요. 여느 아이들처럼 세 정거장 정도 걸어서 등교하고 방과 후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자연스레 경계심을 허문 거죠. 저는 아이들에게 공부보다 ‘사람답게 사는 법’을 먼저 가르쳐요. 어릴 때부터 어른들께 배꼽인사를 하게 했는데, 한번은 정수기를 고치러 온 기사에게 그렇게 인사를 했더니 나중에 정수기 회사 사장님이 감사 편지와 주방용품을 택배로 보내셨더라고요. 아이들에게 ‘너희의 작은 배려가 남에게 큰 기쁨이 된다’는 걸 알려준 것 같아 흐뭇했어요.”
그는 지난해 결혼기념일을 맞아 굿네이버스에 1억원을 기부해 화제를 모았는데, 이 역시 ‘배려’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결혼기념일이 가족의 파티였지만 이 행복을 여러 사람과 나누면 여러 사람의 파티가 된다”는 생각이 시발점이 돼 그는 몇 달 전 아내와 함께 캄보디아·네팔 등에서 의료봉사를 펼쳤고, 서해안의 태안반도에 가서는 기름띠 제거작업에도 참여했다.
“가난과 질병 등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데 보람을 느껴요. 저는 잠시뿐이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매 순간 쉬지 않고 열심히 봉사하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에 감동받았고요. 저 또한 앞으로 더 많은 사람과 나누며 살고 싶어요.”

Third keyword ; 눈·물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인생의 시련 극복하고 오늘의 행복 얻었어요”

그가 ‘배려’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은 자신 역시 견디기 힘든 시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대로 그는 불우한 청년 시절을 보냈다. 파라과이에서 사업을 하던 아버지가 부도로 엄청난 빚을 지자 그와 어머니는 라면과 수제비로 끼니를 때우고 막노동판 등을 전전하며 닥치는 대로 일했다.
“교회 장로님 도움으로 미국으로 떠났을 때 그저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러나 미국에서 머물던 집의 월세를 내지 못해 귀국하면서, 또 당시의 충격으로 하반신 마비가 온 어머니를 보면서 어린 마음에 ‘아버지가 우리에게 남겨준 건 빚뿐’이라며 아버지를 참 많이 원망했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제 태도가 너무나 부끄러워요.”
그의 눈에 눈물을 맺혔다. 그는 당시를 “먹고살기 위해 발버둥쳤기에 눈물조차도 사치였던 시절”이라고 회상한다.
“그러던 어느 날 버스터미널에서 잠을 잤어요. 의자에 누워 있는데 한 노숙자가 다가오더니 ‘학생, 이거 덮고 자면 훨씬 나아’ 하면서 자신이 덮던 신문지를 주더라고요. 참 따뜻했어요. 저만큼이나 어려운 분인데 남에게 베푸는 그분을 보며 ‘마음의 여유가 있구나. 나도 앞으로 베풀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고요. 그날부터 돈을 벌면 10분의 1을 떼어서 보육시설이나 교회에 기부했어요.”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며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는 “탤런트 해볼 생각이 없냐”는 학생 어머니의 제의를 받았고 그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사랑이 꽃피는 나무’에 출연했다. 그는 “당시 연기가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 일을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데뷔 후 많은 돈을 벌고 인기도 얻었지만 그는 여전히 ‘짠돌이’라고 한다. 한동안은 신발을 꿰매 신을 정도로 알뜰하게 살았다고. 하희라 역시 비싼 장신구는 사치라고 생각해 비즈공예를 직접 배워 액세서리를 만들고 지인들에게 선물한다고 한다.

일과 사랑에 중독된 완벽주의자 최수종

“봉사활동을 하며 많은 아이들을 만났는데, 그 아이들이 커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95년에 청주에 사는 심장판막증을 앓는 쌍둥이를 도와준 적이 있는데, 몇 해 전 청주에 행사가 있어 내려갔더니 그 아이들의 어머니께서 제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서 의대에 들어갔다고, 자신들처럼 아픈 아이들을 위해 공부하고 있다고…. 그 말이 고마워 어머니의 손을 붙들고 한참을 울던 기억이 나요.”
그는 이렇듯 눈물이 많다. 종종 연기자로서 영광을 누린 때가 필름처럼 지나가고, 힘들고 고생스러웠던 때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는 시간이 나면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대화하듯 말을 늘어놓는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연기대상을 받은 뒤 산소를 찾아가 감사 인사를 드렸다고.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살면서 과분할 정도로 많은 분의 덕을 봤는데 그에 비해 저는 무척 부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죄스럽고 고마운 마음이 자꾸 눈물로 표현돼요. 앞으로는 제 기쁨과 고통을 달래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기쁨과 고통을 달래기 위해 일하고 싶어요.”
그는 이제 연기를 잠시 접어두고 4월 말부터 SBS ‘더 스타쇼’의 진행자로 나선다. ‘더 스타쇼’는 여러 분야의 스타와 명사를 초대,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재미와 감동을 주는 토크쇼. “스타와 명사의 화려한 모습 이면의 진정성을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그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 걸음 더 정상에 가까이 오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여성동아 2008년 5월 5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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