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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솔직한 그녀

결혼 1주년 맞은 심혜진 첫 프라이버시 인터뷰

글·김명희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 ■ 장소협찬·로얄토토 갤러리

2008. 05. 23

지난해 5월 아홉 살 연상의 사업가 한상구씨와 웨딩마치를 울린 후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심혜진. 그를 만나 신혼 이야기와 연기에 대한 욕심을 들었다.

결혼 1주년 맞은 심혜진 첫 프라이버시 인터뷰

“결혼 후 사람들이 제게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하는 걸 보면 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에요(웃음).”
지난해 5월 아홉 살 연상의 사업가 한상구씨와 결혼한 심혜진(41). 꼭 1년 만에 다시 만난 그의 얼굴에는‘행복하다’고 쓰여 있었다. 결혼 당시 세간에는 대지 3천 평 규모에 청평호가 한눈에 바라보이고 보트 선착장까지 갖춘 신혼집이 화제가 됐지만 그가 느끼는 행복이 물질적인 부분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기댈 수 있을 만큼 넉넉한 가슴을 지닌 반쪽을 만난 데서 오는 편안함, 거울을 보듯 자신과 똑 닮은 사람과 살면서 얻은 삶의 지혜가 그를 한결 부드럽고 여유롭게 만든 듯했다.

“집 규모는 크지만 가끔 부부싸움도 하고 이웃과 나누며 사는 모습은 여느 집과 같아요”
▼ 지난해 이 무렵 결혼 소식을 듣고 경기도 가평 신혼집을 찾았을 때 주변 경관이 무척 아름다웠는데 요즘은 어떤가요.
“꽃도 피고 잔디도 파릇파릇 돋았는데 저희 집은 공사 중이라 어수선해요. 건물을 하나 더 짓는 중이거든요.”
▼ 서울에서 차로 1시간이 넘는 거리인데 오가기 힘들지 않나요.
“서울에서 친구들이 갑자기 얼굴 보자고 전화할 때 금방 나가지 못하는 걸 빼고는 특별히 힘든 건 없어요. 공기가 좋아 자고 일어나면 개운하고, 오고 가면서 자동차 안에서 대본 외우고 스케줄 정리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어 오히려 좋은 점이 많죠. 약속이 있으면 서두르게 돼 일찍 도착할 수 있는 점도 좋고요.”

▼ 살림하는 주부로서 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나요.
결혼 1주년 맞은 심혜진 첫 프라이버시 인터뷰

“주변에 대형 마트, 백화점은 없지만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가평시장에 가면 필요한 건 다 있어요. 채소·과일·고기 같은 것들은 거의 그곳에서 장을 보죠. 양식을 만들 때 쓰는 특이한 소스 같은 경우는 재래시장에 없는 것도 있는데 그럴 땐 드라이브를 겸해서 강원도 춘천에 있는 백화점에 가기도 하고요.”
▼ 음식은 잘 만드는 편인가요.
“요리를 배운 적은 없지만 비빔국수·스파게티 등 남편이 좋아하는 건 다 할 줄 알아요. 다만 맛이 있고 없고는 남편이 판단할 몫이죠. 제가 생각하기엔 많이 어설픈데 지금까지 별 불평은 없어요(웃음).”
▼ 결혼 당시 대저택을 연상케 하는 신혼집이 화제가 됐는데 어떻게 사나요.
“그런 큰 집에 살아도 세끼 밥 먹고 사는 건 다 똑같아요(웃음). 사실 신혼집이나 결혼생활을 공개하면 사람들이 거리감을 갖게 될 것 같아 조심스러웠어요. 그런데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고 또 굳이 꼭꼭 숨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아 공개를 하게 됐죠.”
▼ 교제 5년 만에 결혼을 했는데, 왜 그렇게 오래 연애를 했나요.
“처음 만나서 6개월쯤 사귀다 보니‘아, 이 사람이면 결혼해도 좋겠다’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리고 사귄 지 딱 5년 됐을 때 남편이 청혼을 했고요. 그동안 연애만 한 게 아니라 각자 일을 했기 때문에 그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죠.”
▼ 남편은 어떤 분인가요. 자랑을 한다면.
“가끔은 무서울 만큼 냉정한 부분도 있지만 재미있고 똑똑한 사람이에요. 사람들과 주고받고 나눌 때는 제가 보기에도 참 멋있어요(웃음).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을 피곤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한다는 거고요. 제가 일을 하는데 혼자 식사 해결을 못한다거나 하면 얼마나 신경 쓰이겠어요. 그런데 남편은 몸에 좋은 건 본인이 먼저 알아서 챙겨 먹고 제가 함께해야 할 일이 있으면 미리 스케줄 조정하고 예약해 일에 차질이 없게 배려해주죠. 제가 일을 하고 있을 때는 방해될까봐 전화도 안 해요.”
▼ 가끔 부부싸움도 하나요.
“다툼이 안되는 게 항상 남편이 저보다 0.0001초 빨리 화를 내요(웃음). 내가‘악’ 소리를 내야 하는데 저쪽에서 먼저 ‘악’ 소리를 내니 기가 막히죠. 화가 나면 감추지 못하고 화를 내는데 그 속도가 저보다 조금 빨라 제가 미처 화를 낼 틈이 없어요. 저도 성격이 급한데 남편을 보면 ‘나도 화가 나면 저런 모습이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돼 참게 돼요.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한 기분이랄까(웃음).”
▼ 그럼 부부싸움 뒤 화해는 어떻게 하나요.
“당장 말이 넘어와도 참다가 하루 이틀 지난 후 ‘지난 이야기 꺼내서 미안한데 이건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말하고 서운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죠.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 바로 터뜨리면 서로 상처를 받는데 그런 불필요한 감정에 소모할 에너지도 없고, 또 그 정도는 조절할 수 있는 나이기도 하고요.”

“아이는 자연스럽게 생기면 좋겠어요”
결혼 1주년 맞은 심혜진 첫 프라이버시 인터뷰

심혜진은 결혼 후 더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영화 ‘국경의 남쪽’으로 대종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고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의류 쇼핑몰 사업도 시작했다.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수미와 공동 주연한 영화 ‘흑심모녀’도 5월 개봉한다. 그는 이 영화에서 동생 같은 스무 살 딸과 치매에 걸린 엄마까지 홀로 모시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씩씩한 아줌마 박남희 역을 맡았다. 이처럼 그가 부지런히 움직일 수 있었던 데는 그의 일을 존중해주는 남편의 배려가 큰 힘이 됐다고 한다.
▼ 주부로서 자신을 평가한다면요.
“웬만한 집안일은 남편이 다 해요. 남편이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집 안을 예쁘게 꾸미고 가꾸기를 좋아하는데 괜히 제가 나서서 그 기쁨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웃음). 제가 하겠다고 덤비면 남편이 짜증내요(웃음). 또 각자 자기 취향을 고집하다 보면 밸런스가 깨지게 되고요. 전 그냥 우리 남편이 해놓은 걸 함께 감상하고 즐겨주기만 하면 돼요.”
▼ 두 사람 모두 적지 않은 나이인데 자녀 계획이 궁금해요.
“갖고 싶긴 하지만 두렵기도 하고…. 아이를 꼭 가져야겠다, 또는 갖지 않겠다는 계획은 없고 다만 자연스럽게 생기면 좋겠어요.”
▼ 언제 결혼을 잘했다고 생각하나요. 결혼을 후회하기도 하나요.
“남편에게 서운한 일이 있을 때 ‘뭐야, 결혼 괜히 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건 아주 가끔이고 평소엔 별 생각 없어요. 그러고 보면 대부분의 시간은 만족하며 사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정말 결혼을 잘했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눈 감는 순간쯤 알 수 있지 않을까요.”
▼ 결혼 후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 같은데.
“요즘 결혼한다고 직장에 사표 내는 여자가 어디 있나요(웃음). 결혼했다고 게을러졌다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요. 물론 이젠 혼자가 아니라 가족이 생겼으니까, 예전처럼 다른 건 팽개쳐두고 일에만 신경 쓰면 안 되지만 제게 주어진 일들은 계속해나갈 생각이에요. 남편도 평생 사업을 한 사람이다 보니 ‘당신은 집안일하는 것보다 하던 일 계속하는 게 훨씬 생산적이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벌어라’라고 말해주고요(웃음). 제가 그렇게 번 돈을 어떻게 쓰는 것이 지혜로운지 조언만 해줄 뿐이죠.”
▼ 영화 ‘흑심모녀’의 박남희 역시 드라마 ‘돌아와요 순애씨’의 순애씨처럼 억척스러운 면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젊은 나이에 가장이 되고 자기 나이에 비해 큰 딸을 두고 있으니, 어떻게 살아왔을지 짐작이 되는 인물이죠. 외롭고 힘들었을 거예요. 감히 상상을 못할 뿐이지, 사랑에 대한 열망도 있을 것이고요. 경제적으로 어렵든, 그렇지 않든 사랑받고 싶은 여성의 본능은 다 같지 않겠어요.”
▼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다시 한 번 돌이켜보게 하는 영화 같은데요.
“무심함에 대해 많이 반성했어요. 알뜰하게 챙기며 살고 싶지만 생활하다 보면 그게 쉽지 않거든요. 영화에서처럼 가족 중 누군가 치매에 걸리거나 아프게 된다면 어떨까.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부족하거나 모자란다고 해서 떼어낼 수 없는 존재가 바로 가족이에요. 그렇다면 건재함에 감사하며 더욱 잘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 인터넷 의류 쇼핑몰 사업은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요.
“몸매에 자신 없는 30~40대 여성들의 고민을 덜어주자는 취지로 언니와 함께 시작했는데 재미있고 때로는 보람도 있어요. 저도 코디네이터들이 가져오는 옷 가운데 안 맞는 게 많아 속상할 때가 있거든요. 옷 사이즈에 제 몸을 맞추는 게 때로는 불쾌하기도 하고…. 어떻게 여성들이 한결같이 55 사이즈를 유지할 수 있겠어요. 뚱뚱하면 뚱뚱한 대로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 그럼 심혜진씨는 몸매에 대한 고민이 없나요.
“남편을 만난 후 2~3년까지는 수영·웨이트 트레이닝 등 운동을 하면서 몸매를 잘 유지했는데 어느 날 그게 무너졌어요(웃음). 남편은 그런 걸로 스트레스 안 주려고 항상 ‘당신 날씬해. 걱정 안 해도 돼’라고 말해줬는데 급기야 얼마 전에는 ‘좀 찌긴 쪘네’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말하는 남편이 얄미우면서도 몸매에 대한 긴장감이 생기더군요. 고민이 없을 수야 없지만 그 때문에 위축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아요.”

“더 이상 주연만 맡을 수 없게 됐을 때 슬럼프 겪었지만 덕분에 더 멀리 볼 수 있게 됐어요”
결혼 1주년 맞은 심혜진 첫 프라이버시 인터뷰

재수 시절 우연히 CF를 찍은 게 화제가 돼 연기와 인연을 맺은 그는 스스로 선택한 일이 아니었기에 데뷔 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 때 얼떨떨하기만 했다고 한다. 자신이 등장하는 한두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하루 종일 촬영장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게 재미없어 연기자 생활을 접을까도 생각했던 그의 마음을 바꾼 것은 90년 문성근·박중훈과 함께 출연한 영화 ‘그들도 우리처럼’이라고 한다. 시커먼 강물이 흐르는 강원도 사북 탄광촌에서 촬영을 하며 “사는 게 장난이 아니듯 연기도 장난이 아님”을 알게 됐고 그러면서 연기를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수많은 주연과 조연을 넘나들며 손짓 하나, 표정 하나에도 배우가 살아온 길이 드러난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위해 거짓 없이 반듯하게 살고 싶다고 한다.
▼ 데뷔 초 상큼한 이미지로 사랑받았고 영화 ‘결혼 이야기’에서는 ‘미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는데, 실제로도 그렇게 거침없는 성격인가요.
“우연히 연기자의 길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준비된 배우’들보다 겁이 없었던 것 같아요.‘이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라는 자신감도 있었고요. 그리고 영화에서 보이는 당당함은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서 비롯된 바가 커요. 여성들이 무엇인가를 표출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무르익었을 때 마침 제가 나타났던 거죠.”
▼ 그동안 별다른 굴곡 없이 정상을 유지해온 것 같은데 실제는 어떤가요.
“2000년대 접어들면서 한 차례 슬럼프를 겪었어요. 여자 연기자들이 세대교체가 되면서 제가 내려올 차례가 됐는데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게 쉽지 않더라고요. 다행히 마침 그때 남편을 만나 여행도 하고 운동도 하고 여러 분야의 사람을 만나 다른 형태의 삶을 보고 배우면서 저 자신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그동안 매니저들에게만 맡겨놨던 계획이란 걸 비로소 저 스스로 세우기 시작했죠.”
▼ 연기를 통해 추구하는 바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연기가 무엇인지 처음부터 알고 시작한 게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계획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어요. 다만 지금 드는 생각은 조직이나 사회에는 상식이라는 게 존재하는데 캐릭터 역시 그 상식선에서 들고 낢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거예요. 그래야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완성되죠. 그러고 보면 드라마는 상식의 전파를 통해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순기능도 있어요. 끊임없이 인과응보의 메시지를 전달하니까요(웃음).”
▼ 앞으로 연기자로서의 욕심이 있다면.
“특별한 욕심은 없어요. 40대인 제가 미니시리즈 주인공을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 것에 욕심내기 시작하면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아요(웃음). 남들은 한 가지 생각을 할 때 캐릭터 연구를 위해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면서 배우는 게 많았어요. 그래서 감사하고, 연기라는 건 배우의 삶이 투영되는 것인 만큼 정직하게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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