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사업 실패, 이혜영과의 이혼 등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후 대중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졌던 이상민(35)이 재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봄볕이 따갑던 지난 4월 중순, 서울 신사동 영화사 파랑새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얼굴이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청담동에서 작은 규모의 일식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얼마 전부터 속옷 수입 사업을 시작했으며 유오성 주연으로 5월 크랭크인하는 영화 ‘누가 나를 가르치랴’(가제)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올여름에는 룰라 컴백 음반까지 발표할 예정이라고.
“그때로 되돌아간다 해도 이혼은 피할 수 없었을 것”
그는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 보니 이렇게 얼굴이 그을렸는지도 몰랐다”며 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갔던 2005년에 비하면 그래도 지금은 많이 편안해진 상태라고. 음반 7백만 장 판매고를 올린 인기 그룹 룰라의 리더에서 사업가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데 이어 8년간 교제했던 이혜영과 결혼, 행복한 가정을 꾸렸던 이상민. 그는 2005년 9월, 사업 실패와 이혼이라는 고통스러운 짐을 동시에 짊어져야 했다. 당시 세간에는 사업 실패와 이혼 배경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소문이 나돌았지만 그는 그 어떤 변명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고통을 감내했다. 그때로 되돌아간다면, 그래도 이혼을 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사업 실패와 이혼이 연결된 부분이기 때문에 나로서는 달리 선택할 길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 인간으로서, 커다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할 말이 있겠어요. 당시 소문이나 언론에 보도된 내용 가운데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굳이 어떤 말을 덧붙이고 싶지 않았어요. 이혼이라는 결과가 빚어진 다음이었기 때문에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았을 테니까요. 잊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약이더군요.”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는 손놓고 이혼의 슬픔을 달랠 여유가 없었다. 자신이 직접 발로 뛰며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빨리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혼한 다음 날부터 채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어요. 채권자를 만나기 위해 부산에 가면서 운전대를 잡고 있는 제 모습에 화가 나더군요. 하지만 남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고…. 차 안에서 많이 울었어요. 그러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됐죠.‘내가 움직여야 나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람들도 살 수 있다’는 것을요. 그 덕분에 단단해지고 강해질 수 있었어요.”
그는 실패 이유에 대해 “연예인에서 사업가로 완전하게 변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반인이 사회 초년병 시절 밑바닥부터 시작하면서 터득하는 세상살이의 이치,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법 등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는 것.
“연예인이 사업을 하면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어요. 스타는 스스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매니저를 비롯한 여러 사람과의 협력을 통해서 탄생하는 건데 대부분은 그런 사실을 망각하죠. 항상 좋은 곳만 다니고 주변에서 다 챙겨주고….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앞에서 웃는 사람은 좋은 사람, 쓴소리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요. 그런데 막상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모든 비난의 화살은 본인에게 집중되죠. 사업을 할 때는 연예인 생활을 빨리 잊고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각오로 시작해야 했는데….”
한 차례 좌절을 맛본 그가 다시 사업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타고난 성격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일, 제가 그동안 못해본 일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요. 한우물만 파도 성공할까 말까 한 세상에 이것저것 해보겠다고 날뛰는 저 자신이 한심하게 여겨질 때도 있지만 제가 직접 경험해본 후‘이 길이 아니다’라는 걸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린다고 할까요. 그렇게 의욕이 앞서다 보니, 정확하게 일을 짚고 넘어가지 못해 나중에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거나 곤경에 처할 때도 있고, 복잡한 일에 휘말릴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돌아보면 저 자신에게 소중한 경험이 된 거 같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정리되면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명확한 판단이 생기더라고요.”
다른 이들에게 고통과 외로움 들키지 않으려다보니 혼자 술 마시는 버릇 생겨
그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오며 또 하나 깨달은 사실은 ‘사람이 재산’이라는 것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을 묵묵히 지지해준 동료, 선후배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맙다는 것. 때문에 그 역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당장 지갑에 만원밖에 없는데 누군가가 백만 원을 빌려달라고 부탁한다면 돈이 없어 괴로운 것보다 부탁을 들어주지 못해 미안해요(웃음). 사업을 시작하면서도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라는 생각은 없어요. 주변 사람들이 최소한 저로 인해 불행하지는 않았으면, 더 나아가 저로 인해 행복하면 좋겠다는 바람뿐이에요.”
이상민과 같은 시기 활동하던 박진영·양현석 등은 요즘도 승승장구하며 가요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 얼마 전에는 다시 뭉친 룰라가 컨츄리꼬꼬 콘서트에 게스트로 참여해 공연을 펼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요즘도 틈틈이 음악을 들으며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는 걸 보면 그 역시 음악에 대한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닌 듯했다. 이상민은 올해 7~8월 발매를 목표로 룰라 15주년 기념 앨범을 낼 계획이지만 그것이 음악인으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제가 선택한 길에 후회는 없어요. 15주년 기념 음반은 고영욱·김지현 등 원년 멤버들이 오랜만에 다시 모인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어요. 기념 앨범에서는 무엇인가를 새로 만들어내기보다 과거 룰라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는 분들이 ‘이건 룰라만이 할 수 있는 음악’‘룰라 스타일의 음악’이라고 여길 만한 음악을 담고 싶어요.”
이상민을 만나면서 비록 지난 3년 간 힘든 시간을 보내기는 했지만 시련을 잘 헤쳐나온 것,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일어선 것에 대해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타인에게 고통과 외로움을 들키지 않으려다보니 밤늦게 혼자 술을 마시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다시 가정을 꾸려 안정을 되찾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그는 망설임 끝에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아늑한 가정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게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40대 중반을 넘겨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저 스스로도 여유가 생긴 후에나 생각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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