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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명문대 합격생의 공부 노하우 1

미국 스탠퍼드대 합격한 김지선

중학교 때 영어·수학 실력 쌓고, 고등학교 때는 과외활동에 집중~

기획·송화선 기자 / 글·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지호영 기자

2008. 05. 14

오는 9월 미국 스탠퍼드대에 입학하는 김지선양의 꿈은 생명공학을 전공한 뒤 의학 연구자가 되는 것이다. 고등학교 재학시절부터 옻나무와 씨름하며 과학 논문을 쓰고 학생 해외의료봉사에 참가하는 등 이미 꿈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디딘 그를 만났다.

미국 스탠퍼드대 합격한 김지선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 바이오 엔지니어링(생명공학) 전공에 합격한 김지선양(19)의 장래희망은 구체적이다. 여느 고교생처럼 “훌륭한 과학자가 되겠다”고 하는 대신 그는 “첨단 뇌의학을 연구해 지금까지 의학이 해결하지 못한 불치병 치료에 이바지하는 과학자가 되겠다”고 말한다. 지선양이 이처럼 명확한 꿈을 세울 수 있었던 건 민족사관고 재학시절 다양한 과학 분야를 접하며 자신의 진로를 정했기 때문. 일찍부터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그는 고등학교 3년 내내 방학 때마다 대학 실험실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여러 분야를 고루 연구했다고 한다.
“고려대 화학공학과 연구실에서 한 단백질 연구, 전남대 생물공학과 연구실에서 한 천연 구강청정제 개발, 세종대 생명공학과 연구실에서 한 옻으로 만든 종이 개발 등이 기억에 남아요. 미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입시준비를 하면서 과학실험까지 계속하는 게 힘들었지만, 제가 연구한 결과를 모아 논문을 쓸 때면 뿌듯한 보람을 느꼈죠.”
또래들이 대학 입시준비를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지난해, 지선양은 고3이면서도 다양한 과외활동으로 더 분주했다. 6월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전국 화학탐구프런티어페스티벌에 참가해 직접 개발한 ‘오래 둬도 좀이 먹지 않는 옻으로 만든 종이’로 장려상을 받은 뒤 7월 초 우즈베키스탄으로 학생 해외의료봉사를 다녀왔고, 7월 말엔 여독을 다 풀기도 전에 체코에서 열린 국제청년리더십대회에 한국대표 자격으로 참가한 것. 세계 50개국에서 1백여 명의 학생이 모인 리더십대회에 고교생으로 참가한 사람은 그와 말레이시아에서 온 학생 등 단 두 명뿐이었다고 한다.
“체코에서 돌아온 뒤엔 8월 초 인도에서 열린 국제학생과학전람회(ISSF)에 참가하기 위해 다시 짐을 쌌죠. 그곳에서는 3학년 1학기 내내 매달렸던 천연 구강청정제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어요. 천연성분으로 구강청정제를 만들면 좋은 균은 남겨두고 나쁜 균만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다는 내용이었죠.”
지난해 여름을 회고하면서 “두 달 사이에 세 나라를 오가는 게 얼마나 피곤했는지 나중엔 얼굴에 바이러스성 수포가 돋을 정도였다”고 말한 그는 “그래도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내 진로에 대해 확신을 갖고 대학 입시를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교 영자신문사 기자 활동, 꾸준한 단어 암기로 영어 실력 쌓아
보통 학생들은 대학 입시만 준비하기에도 바쁜 고3 시절에 지선양이 이처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건 일찍부터 영어와 수학 실력을 확실히 다져뒀기 때문. 세종대 전자공학과 교수인 아버지가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현지에서 초등학교 1·2학년을 다니며 영어를 익힌 지선양은 귀국 후에도 영어를 잊지 않았다고 한다. 따로 학원에 다니지는 않았지만, 원서를 읽고 영자신문사의 기자로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했기 때문. 그는 고등학교 시절 3년 내내 학내 영자신문인 ‘민족헤럴드’의 기자 생활을 했고, ‘영타임즈’라는 청소년 대상 영자신문 기자로도 활동했다고 한다. 지선양은 “학교 수업을 충실히 듣고, 단어를 꾸준히 외운 것도 SAT를 준비할 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합격한 김지선

수학은 영어보다 더 자신 있는 분야였다고 한다. 중학교 시절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서울시 수학경시대회 등에서 상을 받았을 만큼 수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것. 지선양은 “수학이 재미있어 일주일에 56시간 동안 수학문제만 푼 적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 때 슬럼프가 찾아와 갑자기 수학이 너무 지겹게 느껴졌다고. 당시 과학고 진학을 염두에 두고 수학학원을 다니녔는데 그때를 계기로 학원을 그만뒀다고 한다.
“부모님께 ‘수학이 지겹다’고 말씀드리니 ‘그럼 당장 그만두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한 7개월 정도 학교 끝나면 바로 집에 와 그냥 놀았죠(웃음). 그러다 문득 다시 수학경시대회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혼자 공부를 시작했는데, 4개월 만에 대회에 나가 상을 받았어요. 제가 수학이 싫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계속 학원에 다니라고 강요하셨으면 오히려 그런 성과를 못 올렸을 것 같아요. 저를 믿고 기다려주신 부모님 덕분에 다시 수학을 좋아하게 된 거죠.”
이렇게 쌓인 수학 실력은 고교시절 그에게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이미 고교 수학 내용을 다 이해한 상태였기 때문에 친구들이 수학공부에 매달리는 동안 다른 분야에 관심을 쏟을 수 있었던 것.
영어·수학·과학에 강한 지선양을 힘들게 한 건 역사·사회 과목이었다고 한다.
“그 과목을 두 학기 동안 들었는데 성적도 잘 안 나왔어요. 두 번째 학기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계산해보니 그 시험에서 만점을 맞아야만 A학점을 받을 수 있더라고요. ‘이번에 한번 해보자’고 결심하고 책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되풀이해서 읽었죠. 그렇게 해서 결국 100점을 맞고 나니 수학·과학 과목에서 1등했을 때보다 훨씬 더 기뻤어요(웃음).”
지선양의 SAT 점수는 2400점 만점에 2350점. 미국 대학입학시험은 SAT와 ACT 두 가지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치르면 되는데 지선양은 ACT 시험에도 응시했다고 한다. 그리고 영어·수학·읽기·쓰기·과학 등 5개 영역에서 36점 만점을 받았다.
과학 분야에서 뚜렷한 실적을 갖고 있고, 학업 성적도 우수한 그는 고교시절 학내 오케스트라에서 가야금을 연주하고, 소프트볼팀 2루수로 활동하며, 3년 내내 한 달에 한 번씩 장애아동 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등 과외활동도 충실히 했다. 2학년과 3학년 여름방학 때는 각각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으로 학생의료봉사활동을 다녀오기도 했다.
스탠퍼드대는 입학 전형과정에서 총 13개의 길고 짧은 에세이를 요구했는데, 지선양은 과학을 사랑하고 적극적이며 진취적인 자신의 모습을 보이는 데 주력해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한다.
스탠퍼드대 합격 뒤 한 해에 10명만 선발하는 삼성 장학금 수혜자로도 뽑혀 대학 학자금 전액을 지원받게 된 그는 “어린 시절 친한 친구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부터 불치병 치료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의학의 한계로 남아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과학자로서 인생을 걸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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