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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세 살배기 아들 있다’ 깜짝 고백한 염경환

글·김유림 기자 / 사진·샤프 스튜디오 제공

입력 2008.04.23 18:56:00

4년 전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염경환이 얼마 전 방송에 출연해 깜짝 소식을 전했다. 오는 10월 결혼식을 올릴 아내와 세 살배기 아들이 있다고 털어놓은 것. 월세방에서 힘겹게 살던 시절 아내를 만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그에게 가족이야기를 들었다.
‘아내와 세 살배기 아들 있다’ 깜짝 고백한 염경환

지난 2004년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방송활동을 중단했던 염경환(38). 첫 결혼에 실패한 뒤 혼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그가 얼마 전 올가을 결혼할 예정이며 이미 아내, 세 살 된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지난 3월 중순 서울 청담동 웨딩스튜디오에서 만난 염경환·서현정(31) 부부는 아들 은율이와 함께 가족사진 겸 웨딩사진을 찍고 있었다. 은율이는 웨딩드레스 차림의 엄마, 턱시도를 입은 아빠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게 좋은지 맨발로 스튜디오를 뛰어다니며 마냥 즐거워했다.
염경환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기에 오랫동안 아내와 아들의 존재 사실을 숨겨야 했다.
“우리 아들이 복덩이예요. 은율이가 태어난 뒤 소속사와의 문제도 해결됐고 일도 잘 풀리거든요. 앞으로도 아이한테 당당한 아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예요.”

“우리 부부 생명을 구해준 아들은 그야말로 복덩이예요”
또한 은율이는 부부에게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 방송활동을 하지 못할 때 이민을 결심한 그는 아내에게 해외여행을 시켜줄 생각으로 2005년 12월24일 태국 피피섬 리조트로 향하는 비행기 티켓을 어렵게 구했는데 떠나기 하루 전날 아내의 임신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장거리 비행이 태아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아 여행을 취소했는데, 다음 날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태국에 쓰나미가 와서 두 사람이 머물 예정이었던 리조트 투숙객이 모두 사망한 것. 염경환은 “아이가 우리를 살린 거나 마찬가지다”라며 아이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두 사람은 2003년 염경환이 소속사와 갈등이 시작돼 혼자 야간업소 DJ로 활동할 무렵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염경환은 첫눈에 서씨의 참하고 여자다운 면이 무척 끌렸는데, 당시 서씨는 염경환에 대한 첫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다고 한다.

‘아내와 세 살배기 아들 있다’ 깜짝 고백한 염경환

“아는 동생이 남편을 만나보라고 했을 때 깜짝 놀랐어요. 이혼했다는 사실을 몰라 ‘유부남을 소개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고 언짢아했죠. 그제야 남편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이혼남을 만난다는 게 마음에 썩 내키지 않았어요. 하지만 남편이 진심으로 제게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었죠.”
그러던 중 서씨가 아이를 가지면서 두 사람은 양가 상견례를 하고 정식으로 부부가 됐다. 서씨의 집에서는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해주며 흔쾌히 그를 사위로 맞아주었다고 한다. 그가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던 만큼 아이도 처가에서 맡아 키워줬다고. 지금까지도 서씨와 아이는 충북 청주에 있는 처가에, 그는 경기도 김포에 살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염경환이 청주로 내려가 아내와 아이를 만나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율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외할머니라고.
“이제는 장모님이 안 계시면 큰일나요. 아이가 잠시도 외할머니와 떨어져 있으려 하지 않거든요. 다행히 5월쯤에는 온 식구가 함께 모여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경기도 일산에 집을 마련해 장인, 장모님 모시고 함께 살 계획이거든요. 저희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동생과 함께 미국에 계시기 때문에 장인, 장모님을 친부모님이라 생각하고 아들노릇 해드리고 싶어요.”
염경환은 자신이 가장 힘든 시기에 옆에서 힘이 돼준 아내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그는 서울 가양동 단칸방에서 월세로 살던 시절, 임신한 아내에게 먹고 싶은 음식 하나 실컷 사주지 못한 게 아직도 마음에 많이 걸린다고 한다. 특히 ‘딸기사건’은 지금도 두 사람에게 가슴 아픈 추억으로 남아 있다.
“야간업소에서 일하고 있는데 아내가 딸기를 먹고 싶다고 전화를 했어요. 새벽 3시가 다 돼 일을 마쳤는데 마침 과일 파는 트럭 하나가 있더라고요. 딸기가 한 바구니에 1만2천원, 8천원, 6천원이었는데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제일 싼 걸로 사왔죠. 그런데 제가 욕실에서 씻고 나왔더니 아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딸기를 먹고 있는 거예요. 깜짝 놀라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이거 딸기쨈 만드는 딸기야’ 하더군요. 알고 봤더니 딸기가 개수는 많아도 알이 작고 속의 것은 다 짓물렀더라고요. 제가 그만 먹으라고 말해도 꾸역꾸역 먹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더 안쓰러워 밖으로 나와 펑펑 울었죠.”
남편의 얘기를 들으며 살짝 눈시울이 붉어진 서씨는 “남편이 그 사건 이후로 딴 건 몰라도 과일만큼은 좋은 걸로 사온다”며 멋쩍은 듯 미소를 지었다.
그가 미국 이민을 준비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더 이상 방송활동이 힘들 거라 판단한 그는 아내와 함께 어머니와 동생이 있는 미국으로 떠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동생이 일식집 매니저를 하고 있어 그도 일식 조리학원에 다니며 요리를 배울 생각이었다고. 가게를 열면 실내에 붙여두려고 방송국 PD에게 그동안 인터뷰하면서 만난 연예인들과 찍은 사진을 출력해달라고 부탁까지 해놓았다고.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뒤 아무리 힘들어도 다시 한 번 이 땅에서 열심히 살아보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는 더 이상 ‘연예인’의 틀 안에만 자신을 가두지 않고 ‘생활인’이 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체면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새벽까지 야간업소에서 일하는 것은 물론, 지인의 소개로 ‘맞춤양복’ 영업사원으로도 뛰었다. 평상시 양복을 입고 활동해야 하는 사람들의 사무실로 찾아가 양복 주문을 받고, 치수 재는 일을 했던 것. 그는 “처음에는 사람들 앞에서 홍보하는 게 창피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모든 가장이 그렇겠지만 아이를 생각하면 못할 일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슬럼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일반인이 되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하지만 가족을 위해 하루 종일 열심히 풀빵을 뒤집는 가장의 손길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그때 깨달았죠.”

“아내와 아들의 존재 밝히고 나니 숙제를 해결한 듯 홀가분해요”
‘아내와 세 살배기 아들 있다’ 깜짝 고백한 염경환

그는 소속사와의 갈등을 마무리 지은 뒤 다시 방송 일을 시작했다. 현재 불교방송 라디오 ‘염경환 이희구의 활력충전 2시 4시’ DJ를 맡고 있으며 간간이 오락 프로그램 패널로 활동하고 있는 것. 또한 봄 개편을 앞두고 방송국과 출연 관련 이야기가 오가는 중이라고 한다.
“라디오를 하니까 좋은 점이 많아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을 하니까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고, 덕망 있는 스님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인생을 배우거든요. 얼마 전에는 여승 한 분이 제 가슴을 울리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제 얼굴에 항상 그늘이 보인다면서 ‘세상에 불만이 많아 보이는데 마음을 바꾸면 이미 세상은 바뀌어 있다’고 하시더군요. 세상과 맞서 싸워야 할 때도 있지만 마음을 바꾸는 게 훨씬 이득일 때도 있다면서요. 그 말씀을 듣는 순간 그동안 얼마나 못나게 굴었는지 반성하게 됐죠.”
다시 방송활동을 시작하면서 경제적인 여유도 생겼다고 한다. 또한 홈쇼핑 채널에서 탈모증 치료기 모델로 활동하면서는 집을 월세에서 전세로 옮겨가기도 했다. 그는 “탈모 때문에 걱정하던 때가 있었는데, 탈모로 돈까지 벌게 됐으니 인생 ‘새옹지마’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며 웃었다.
형편이 나아지자 그가 가장 먼저 챙긴 이는 바로 청주에 있는 장인 장모다. 그동안 아내를 고생시킨 게 미안해 보답의 뜻으로 처가 식구들에게 잘하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아버님한테는 36개월 할부로 자동차를, 어머님한테는 12개월 할부로 대형 냉장고를 사드렸어요. 미리 말씀을 드리면 받지 않겠다고 하실 것 같아서 차를 몰고 처갓집으로 가서 아버님께 ‘동네 한 바퀴 몰아보세요’ 한 뒤 ‘이 차는 저보다 아버님께 더 잘 어울리네요’ 하고 뒤돌아서 왔죠. 냉장고는 어머니가 부담스러워하셔서 오락 프로그램에 나갔다가 1등해서 부상으로 받은 거라고 둘러댔어요(웃음).”
오랫동안 아내와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살아온 그는 자존심 때문에 절친한 친구들에게조차 자신의 상황을 터놓고 얘기하지 못했다고 한다. 중학교 동창인 지상렬, 김구라도 그의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얼마 전 술자리에서 처음 그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어느 날 구라가 전화를 해서는 ‘상렬이가 술 마시다가 너 보고 싶다면서 운다’고 하는 거예요. 왜 우냐고 물었더니 진지하게 ‘아무래도 상렬이가 간암인 것 같애’ 하더라고요.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더니 결국 올 것이 왔나 싶었죠. 늦게 일을 끝내고 두 친구를 만나러 가면서 얼마나 눈물이 났는지 몰라요. 고생 다 끝내고 이제야 자리를 잡았는데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니 너무 불쌍하더라고요. 상렬이를 만나서도 ‘간이식 받으면 된다. 내 간이라도 떼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를 해줬어요. 그러면서 ‘사실은 난 마누라도 있고 아이도 있다’며 그동안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을 다 쏟아냈죠. 그 일을 계기로 상렬이와 함께 방송에까지 출연하게 됐고요. 그런데 간암은 사실이 아니었더라고요. 당시 제가 너무 진지하게 얘기하니까 그 자리에서 ‘나 간암 아니야’ 하고 말하지 못하겠더래요(웃음).”
이제는 누구에게나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 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게 된 그는 “오랫동안 미뤄둔 숙제를 다 해결한 듯 홀가분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는 아들과 함께 목욕탕도 가고, 놀이공원도 가는 등 평범한 가족의 행복을 누리고 싶다고. 그는 “여기에서 더 욕심내면 안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앞으로 작은 것에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여성동아 2008년 4월 5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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