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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빛나는 그녀

드라마 ‘행복합니다’에서 위선적인 재벌회장 부인 연기하는 이휘향

글·김명희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08. 03. 21

지난 2월 초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행복합니다’에서 겉과 속이 다른 대기업 회장 부인 역을 맡은 이휘향. 지난 2005년 남편과 사별한 후 좀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던 그가 드라마 안팎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드라마 ‘행복합니다’에서 위선적인 재벌회장 부인 연기하는 이휘향

표독스러운 계모(‘천국의 계단’), 자식에게 광적으로 집착하는 어머니(‘봄날’) 등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이휘향(48). 그가 또 한번 ‘범상치 않은’ 어머니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2월9일부터 방영되고 있는 SBS 드라마 ‘행복합니다’에서 자신의 뜻대로 자식들을 좌지우지하려는 대기업 회장 부인 이세영 역을 맡은 것. 그는 이세영에 대해 “굉장히 많은 것을 가졌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큰 욕심을 부리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세영은 겉으로는 고아들과 가난한 예술인을 후원하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지만 정작 자신의 자녀들은 정략결혼을 시키려는, 겉과 속이 다른 인물. 하지만 그의 뜻에 따라 조건을 보고 결혼한 아들은 불륜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딸들은 그의 계획과는 전혀 다른 사랑을 선택한다.
2005년 폐암으로 투병하던 남편과 사별한 후 홀로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는 그 역시 자식에 대한 욕심이 적지 않을 듯한데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81년 미스 MBC 선발대회에 출전, 2위로 입상하면서 연기자로 데뷔한 그는 자신이 살아온 길을 되짚어보면 부모의 뜻을 강요하는 게 자식에게 최선이 아님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저는 한번 하려고 마음먹은 일은 반드시 해내는 성격이었어요.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부모님이 말렸지만 결국은 제 의지대로 연기자가 됐고 지금도 그 선택에 후회가 없어요.”

“화려한 배역 통해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 줄 수 있어 행복해요”
그는 드라마 ‘수사반장’에 출연하던 신인 연기자 시절, 선배 탤런트의 소개로 남편 김두조씨를 만났다. 두 사람이 연애할 당시인 80년대 초반 김씨는 무일푼이나 다름없는 신세였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이휘향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어렵게 결혼했지만 부부간 사랑이 남달랐다고.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을 했지만 행복했어요. 제 아들 역시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해줄 생각이에요. 제가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이휘향은 그동안 드라마에서 주로 화려한 배역을 맡아왔다. 이 때문에 실제 사는 모습도 그러할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은 여느 주부처럼 평범한 주부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고.
“제가 억척스럽거나 가난한 역을 맡으면 언젠가는 반전을 통해 ‘부잣집 사모님’이 될 거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웃음). 화려한 배역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대리 만족을 줄 수 있어 기쁘지만 기회가 된다면 늙은 창녀, 대자연 속에서 평범하게 늙어가는 촌부같이 소박하고 진솔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MBC 일일드라마 ‘아현동 마님’에도 출연 중인 그는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한다. 때문에 스케줄 관리가 쉽지 않지만 운동하는 시간만큼은 꼭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저녁 6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해요. 요즘같이 추운 날에도 운동을 하면 땀이 나요.”
30년 가까이 연기를 해왔지만 아직도 연기가 무엇인지 정의 내리기 어렵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이휘향. 그는 연기든 삶이든, 그저 물같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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