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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독으로 30주 만에 미숙아 출산한 엄마 이경숙 ‘감동 육아일기’

기획·김유림 기자 / 정리·이승민‘자유기고가’ /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08.01.23 10:08:00

임신·출산·육아 관련 포털사이트 ‘아가사랑(www.aga-love.org 인구보건복지협회)’이 개최한 임신육아일기 공모전에서 2005년 서른아홉 살에 늦둥이를 가져 임신중독으로 30주 만에 미숙아를 출산한 이경숙씨(42)가 대상을 차지했다. 인큐베이터 안에서 가냘픈 생명을 이어가는 딸을 지켜보며 눈물로 써내려간 그의 임신육아일기를 소개한다.
2005년 3월26일 나이 서른아홉에 별 하나를 가슴에 품다
임신중독으로 30주 만에 미숙아 출산한 엄마 이경숙 ‘감동 육아일기’

큰아들 동균이를 낳고 10년. 이제 임신은 내게서 멀어진 일이라 여기며 살았는데 임신테스트기에 선명한 줄이 나타났다. 믿어지지 않는다. 평소 잔병치레가 많고 혈압이 좋지 않은 나였다. 다시 아이를 낳아 키울 자신도 없다. 그런데 임신이라니. 동균아빠도 기쁨보다는 걱정과 어리둥절함이 더 큰 것 같다. 이제 시작해서 잘 해낼 수 있을까.
동균이에게 조심스럽게 동생 얘기를 꺼내니 아이는 동생 생기는 것이 싫다고 한다. 녀석의 말로는 “엄마가 너무 늙어서”라고 하는데 진짜 이유는 동생이 귀찮아서인 것 같다. 동균이의 거부 반응에 슬금슬금 걱정이 밀려온다.
동균아빠와 산부인과를 찾았다. 내 나이 서른아홉 살. 내년이면 불혹의 나이다. 무엇보다 부실한 몸으로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낳고 싶다. 동균이에게 동생을, 동균아빠에게는 그렇게 열망하던 딸을 안겨주고 싶다.
초음파로 아기집을 확인하고 아기의 심장 뛰는 모습과 소리를 들었다. 덩달아 내 가슴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회사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저 나와 아기만 생각하기로 했다. 이기적인 엄마의 욕심이 시작된 것이다.

2005년 6월6일 임신 17주, 왕자님인가? 공주님인가?
이 녀석은 비싼 과일만 찾는다. 제철이 아니어서 수박을 거금 2만원을 주고 샀는데, 아직 열매도 맺지 않은 복숭아와 자두도 먹고 싶다. 동균이 때는 스테이크를 먹고 싶었는데 말이다. 딸을 임신하면 과일이 당긴다는 이야기에 딸이 아닐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하지만 그 희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노산이라 1차 기형아 테스트를 건너뛰고 곧바로 양수검사를 했다. 50만원의 비용이 부담스러웠지만 열 달 내내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고 싶지는 않았다. 배에 긴 주사바늘을 꽂아 양수를 뽑아내는 과정이 힘들었다. 두 시간쯤 지난 뒤 동균아빠와 같이 진료실에 들어갔다. 동균아빠가 초음파를 보고 있는 의사에게 물었다.
“저, 이번에 꼭 딸이어야 하는데요. 아들인가요? 딸인가요? 딸이죠?”
동균아빠의 간절한 소망이 목소리에 잔뜩 담겨 있었다. 하지만 알쏭달쏭한 의사의 말에 동균아빠의 어깨가 축 처졌다.

임신중독으로 30주 만에 미숙아 출산한 엄마 이경숙 ‘감동 육아일기’

미숙아로 태어나 백일사진도 생후 6개월이 됐을 때 찍을 수 있었다고 한다.


“딸이 좋으세요? 왜 딸이 좋을까? 난 아들이 좋은데.”
그러고는 초음파 화면의 밝은 점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이 밝은 부분이 성기인데요. 아들인 경우 밝게 나오지만 가끔 딸인데도 밝게 보일 수 있어요.”
의사의 말에 아들임을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동균아빠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가야. 그래도 괜찮아. 아들이면 형에게 의지할 수 있어서 좋고, 형이나 너나 외롭지 않을 거야. 그나저나 벌써 딸 없는 팔자타령을 하는 네 아빠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

2005년 9월3일 임신중독증으로 분만실 중환자실 입원
체중계에 발을 딛기가 두려웠다. 일주일 동안 물도 거의 안 마시고, 밥도 절제해서 먹었는데 몸무게가 하루 1kg 넘게 늘기 시작했다. 충격적이고 무서웠다. 다니던 산부인과에서는 임신중독증 증세가 심하다고 큰 병원에 입원할 것을 권했다. 토요일, 집 정리를 하고 가방을 들고 의정부 성모병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TV도 못 보게 하고, 걸어 다니지도 못하게 한다. 책도 못 읽고, 대낮에도 빛을 차단시키는 짙은 보라색 커튼을 치고 수술용 주사바늘이 달린 링거를 꽂은 채 어두컴컴한 병실에 누워 있어야 했다. 심장초음파를 검사하러 가는데 간호사가 휠체어에 태워 데리고 간다. 두 다리 멀쩡한 사람이 이게 웬 수선인가 싶다.
그나저나 병원비 많이 나올 텐데. 동균이도 봐줘야 하는데. 걱정거리들이 산더미처럼 밀려온다. 입원한 지 하루도 안 지났는데 벌써 집에 가고 싶어진다.

2005년 9월6일 임신 30주 1일 만에 아기를 낳다
병원 분만실에 입원한 지 4일째,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몸이 무겁고 웃음도 잃었다. 주치의가 회진을 하면서 내게 또다시 참고 견딜 것을 주문했다. 오늘이 임신 30주하고 1일. 최소 34주까지는 견뎌야 아기의 폐가 제 기능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 나오면 아기가 힘들다고 한다. 나는 의사에게 당연히 참아보겠다고 했다. 갑자기 수술을 하게 될 수도 있어 이틀 전부터 금식을 하고 있었다. 주치의가 퇴근을 하며 저녁을 조금 먹으라고 한다.
동균아빠가 죽을 사와서 조금 먹었으나 이내 토해버렸다. 혈압이 오르기 시작하고 간호사들의 발길이 급해졌다. 저녁에 엄마가 다녀가셨다. 의식이 왔다 갔다 하고, 조금 전에 먹은 죽을 토해서 온몸에 뒤집어쓴 딸의 몰골을 보고 마음 여린 엄마의 얼굴이 굳어졌다. 동균아빠에게 “의사가 더 견뎌보자고 했으니 엄마 모시고 집에 가라”고 했다. 깊어가는 저녁 어둠처럼 의식이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혈압과 체온을 체크하는 간호사들의 발길이 20분마다 이어졌지만, 다급하게 외치는 그들의 소리를 나는 의식하지 못했다. 결국 산모와 태아의 생명이 위험할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밤 11시에 동균아빠가 응급수술 소식을 듣고 달려오고, 난 금식도 제대로 못했지만 수술실로 들어갔다. 마취 전인데도 의식이 몽롱했다. 옷이 벗겨지고 유독 차갑게 느껴지는 소독약이 뿌려지고, 입에 마스크가 씌워졌다. 주치의의 목소리를 확인하고 사력을 다해 말을 건넸다. “살려주세요. 교수님, 우리 아기 살려주세요.” 그의 대답을 확인하지도 못하고 나는 뿌연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9월6일 23시40분. 임신 30주 1일 만에 1.26kg으로 우리 아기가 태어났다. 동균아빠가 그렇게 바라던 딸이었다.



2005년 9월8일 신생아 중환자실 3일째, 생과 사를 오가는 아기
임신중독으로 30주 만에 미숙아 출산한 엄마 이경숙 ‘감동 육아일기’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 안에서 가냘픈 생명을 이어가야 했던 은서.


아직 아기를 보지 못했다. 동균아빠는 그저 괜찮다고, 예쁘다고 한다. 그런데 작아서 좀 힘들어 보인다고. 나 힘들까봐 좋게만 얘기하는 것 같다.
내가 입원해 있는 산부인과 병동 6인실에는 부인과 암 수술을 받은 할머니가 세 분 계신다. 함께 시중드는 보호자들이 대부분 딸이다. 그들을 보니 아기 생각이 난다. 우리 딸…. 또다시 걱정에 휩싸인다. ‘그래도 부실한 엄마 배 속에 있는 것보다 나을 거야. 의사선생님이 계시니까.’ 이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멍청한 생각인지 깨닫는 데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미음만 먹다 처음으로 미역국이 나왔다. 한 술 뜨려는데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다급하게 아기 보호자를 찾는다. 동균아빠가 회사에 출근한 터라 내가 신생아 중환자실로 내려갔다. 불안감 때문인지 심장이 터져나올 듯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의사가 건조한 목소리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기가 위험하다고 한다. 태어나서 계면활성제를 한 번 썼는데 이틀 만에 폐에서 피가 솟아나 인공호흡기가 펌프해줄 때마다 뿜어져 나온다는 것이다. 서둘러 다시 계면활성제를 투여해야 하는데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의사가 손가락으로 서명난을 가리켰다. 눈앞이 흔들리며 어지럼증이 일었다.
겨우 서명을 한 나는 아기를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인큐베이터 안에 누워 있는 가냘픈 아기를 본 순간 다리에 힘이 빠져 몸이 휘청거렸다. 살 없이 마른 몸이 인공호흡기에 매달린 채 들어올려졌다 내려오길 반복하는 모습에 눈이 따끔거렸다.
“오, 하느님.”
조금 더 배 속에서 보호해주었어야 했다. 조금 더. 신생아 중환자실 복도에 주저앉아 30분쯤 통곡했다. 아기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나는 스스로 건강을 지키지 못해 이 지경까지 이르게 한 못난 엄마였다. 엄청난 죄책감이 어깨를 내리 눌렀다. 복도 벽에 붙어 있는 성화를 보며 기도했다.
‘살려주세요. 우리 아기.’
병실 식구들이 엉망인 몰골로 올라온 나를 위로해주었지만 나는 결국 다 식은 미역국을 한 술 뜨다가 내려놓고 말았다. 자식은 생과 사를 오가고 있는데 어미란 사람이 어떻게 먹을 수 있겠는가. 나 스스로에게 내리는 한심하지만 즉각적인 처벌이었다.

2005년 9월22일 아가야 잘 이겨내고 있니?
산더미처럼 밀린 집안일이 손에 안 잡힌다. 마음도 여전히 지옥을 헤매고 있다. 병원에서 혼자 외롭게 삶의 전쟁을 치르고 있을 아이 생각에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유축기를 아무리 끼고 있어도 모유가 안 나온다.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아도 어느새 마음은 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로 달려가 있다.
동균이도 이것저것 챙겨줘야 하는데 엄마 마음이 온통 딴 데 가 있으니 아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아이가 더운 날 운동회 연습을 하느라 무척 피곤해 보인다. 엄마 없이 거의 한 달을 지냈다. 동균이는 동생이 생긴 것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지 동생 얘기는 꺼내지도 않는다.
오늘따라 유난히 아기가 없어진 배가 허전하다. 아가야, 잘 이겨내고 있니?

2005년 9월25일 신생아 중환자실 20일째, 금식에 들어가다
임신중독으로 30주 만에 미숙아 출산한 엄마 이경숙 ‘감동 육아일기’

아기는 중환자실 입원 일주일 뒤 인공호흡기를 뗐다. 그동안 나는 집에서 산후조리원으로 옮아갔고 유축기와 모유저장팩을 구입해 열심히 모유를 짜서 냉동실에 얼려두었다. 그리고 우리 아기에게 은서라는 예쁜 이름도 지어주었다.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 20일째, 빨리 건강해졌으면 하는 부모의 바람과 달리 은서는 몸무게가 많이 줄어 있었다. 겨우 1cc, 눈물만큼 먹던 조제분유도 먹지 못하고 있었다. 미숙아에게 가장 무서운 합병증이 괴사성 장염이다. 소화능력이 떨어져 장에 염증이 생기고 장이 썩는 병으로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 미숙아의 배가 불러오는데 배설을 못한다든지 하면 수유를 중지하고 금식을 시키면서 주사액으로 영양을 공급한다.
은서에게도 그런 위험성이 있다 하여 금식을 하고 있는 중이다. 주치의는 면회 때마다 무서운 가능성을 통보하며 겁을 주고, 나는 은서가 굶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무너진다.

2005년 11월1일 출산 57일 만에 은서를 안다
오늘은 은서를 처음 안아보고 젖을 물린 날이다. 첫사랑을 만난 것처럼 설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은서의 초롱초롱한 눈을 들여다보며 젖을 물렸다. 아직은 젖병이 더 익숙한 듯 은서는 젖꼭지의 낯선 감촉에 한참을 물고 있다가 잠이 들었다.
신생아실 옆 수유실에서 은서를 1시간 넘게 안고 있었다.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났다.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났다. 그래도 좋아서 자꾸 눈물이 났다. 은서야. 사랑해. 이렇게 너를 안게 해줘서 고마워.

2005년 11월5일 드디어 집으로
은서가 태어난 지 61일 만에 집으로 왔다. 무엇부터 해줘야 할지, 불편한 것은 없는지, 나도 남편도 마냥 조심스럽기만 하다. 여전히 작은 우리 딸. 하지만 너무나 강한 은서. 남편은 온도계와 습도계를 수시로 체크하고 가습기를 소독하고, 나는 젖병을 삶고 은서 목욕물 온도를 맞추고 무척 분주하다.
혹시 젖 먹다가 무호흡이 오지는 않을지, 수시로 은서 표정을 살핀다. 은서가 젖을 잘 빨지 않아 여전히 유축기로 모유를 짜서 젖병으로 먹인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야지. 모든 게 은서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은서야, 무사히 엄마 품에 와줘서 고마워. 널 많이 사랑해.

2005년 11월24일 미숙아망막증 3차 검사를 받다
퇴원하고 처음으로 미숙아망막증(미숙한 망막 혈관이 동맥혈 산소 농도의 상승에 이상한 반응을 보여 약시가 되거나 실명하는 따위의 시력 장애) 검사를 했다. 미숙아들은 망막이 다 완성되기 전 산소에 노출돼 망막증이 오기 쉬운데 은서는 첫 번째 망막증 검사 때 조짐이 있었다. 보통 3기 미만이면 수술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치유가 되는데 오늘이 마지막 검사였다.
망막을 열리게 하기 위해 20분 간격으로 안약을 5번 넣었다. 나도 퇴원하기 전에 받은 적이 있는데 어른이 받기에도 불편하고 싫은 검사다. 안약을 넣고 기다리니 간호사가 은서를 데리고 들어간다. 엄마는 못 들어오게 한다.
‘클립으로 눈꺼풀을 집고 한다는데….’
이런 생각을 하며 검사실 밖을 서성거리는데 자지러지는 은서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한 20분쯤 계속되는 은서의 울음소리. 목이 쉬어 갈라지고 있었다. 축 늘어져서 나오는 은서를 받아안고 나도 같이 울었다. 우리 은서가 이런 검사를 엄마도 없이 두 번이나 더 받았다니 목이 메었다.
다행히 망막증 증세가 깨끗이 사라졌다는 말에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나는 은서를 데리고 다시는 병원에 오지 않을 사람처럼 빠르게 빠져나왔다.

2005년 12월14일 너무나 작은 은서, 백일을 맞다
임신중독으로 30주 만에 미숙아 출산한 엄마 이경숙 ‘감동 육아일기’

엄마 배 속에서 30주 만에 1.26kg의 몸무게로 세상에 나온 은서는 엄마 이경숙씨의 지극정성으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좌) 이경숙씨가 직접 만든 육아일기.(우)


은서가 태어난 지 백일. 조촐하지만 이것저것 챙겨서 백일상을 차려줬다. 아직 목도 가누지 못하는 신생아의 모습이지만, 많은 미숙아들이 병원에서 백일을 맞기도 한다는데 이렇게 집에서 생일상을 받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은서 외할머니는 미역국과 떡, 과일로 삼신할머니상을 따로 차려 은서가 건강하게 자라게 해달라고 빌기도 했다.
백일 떡을 넉넉히 만들어 은서가 백일이 될 때까지 고생한 신생아 집중치료실 간호사들과 은서 낳기 전후로 돌봐주시고 수술도 잘해주신 성모병원 이희중 교수님에게도 떡을 갖다드렸다. 간호사들에게 미리 연락하고 갔더니 고맙게도 은서 꼬까옷을 선물로 준다. 숙제를 끝낸 후련한 마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오늘은 조촐하지만 은서에 대한 사랑과 기원이 충만했던 백일날이었다.

2006년 3월21일 고은서, 드디어 뒤집기에 성공
미숙아 아기를 둔 엄마들은 아이의 성장발달에 있어 만삭아를 낳은 엄마처럼 ‘뭐, 좀 늦어지면 어때’ 하며 느긋하지 못하다. 두 돌까지는 바짝 긴장해서 아기의 발달에 이상이 없는지 눈에 불을 켜고 관찰해야 재활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고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서가 뒤집을 듯 말 듯 몸을 움직일 때 얼마나 조바심이 났는지 모른다.
생후 1백97일, 은서가 드디어 뒤집었다. 며칠 전부터 옆으로 흔들흔들거리며 놀더니 뒤집기에 성공한 것이다. 눈물이 나올 만큼 은서에게 고마웠다. 우리 은서, 효녀구나.

2006년 9월20일 꿈이 자라는 집
아빠가 바라는 은서의 미래 모습은 아나운서다. 그것도 9시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 그 말을 들은 동네 아줌마들이 막 웃는다. 은서 가르치려면 돈 많이 들겠다고. 나도 남편이 우스갯소리를 하는 거려니 했는데 남편은 그게 아니었나보다. 저녁에 퇴근하더니 뜬금없이 “아나운서 경쟁률이 1700대 1이래” 하며 놀라는 것이다. 농담 속에 진짜 바람이 있는 모양이다.
동균이 유치원 때 생각이 난다. “뭐가 되고 싶니?” 하고 물었더니 하루를 고민하고 말해준다.
“구두수선공.”
왜냐고 물었더니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한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입학하고서는 꿈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소방관, 경찰 등. 올 초에 써낸 가정환경조사서에는 의사라고 썼다. 놀기 좋아하고 책읽기도 싫어하는 녀석이 말이다. 그래서 왜냐고 물었더니 역시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대답한다.
20년 뒤 내 아이들이 무엇이 돼 있든지 아주 따스한 사람,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 곁에서 동균아빠와 내가 건강하고 든든한 모습으로 아이들을 지켜보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내게도 꿈이 있냐고 묻는다면,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 아빠와 엄마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꿈을 이루는 것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남편과 작은 텃밭이 있는 전원주택에서 황혼을 보내는 것, 옛날 남편이 내게 약속했던 것처럼 죽기 전에 50개국을 돌아보는 것도 소원이다.
건강한 꿈이 자라고 있는 우리 집. 보석 같은 아이들과 함께한 오늘, 내 꿈 한 조각이 또 완성됐다.

2006년 11월6일 첫눈 내리던 날 혼자서 일어선 은서
오늘은 은서가 병원에서 퇴원한 지 1년 되는 날이다. 은서는 자기가 퇴원한 날을 기념이라도 하듯 오늘 혼자서 일어섰다. 아직은 자신감이 부족한 듯 금세 앉아버리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혼자서 일어서려는 의지가 보인다. 그래서 오늘 아빠와 오빠에게 칭찬박수를 많이 받았다.
우리 은서 이제는 정말 재활의학과도 졸업할 수 있겠구나. 미숙아들은 뇌에 이상이 올 수 있고, 소아마비가 나타날 수도 있어 정기적으로 근육 발달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이상이 발견될 경우 빨리 재활치료를 받아야 후유증이 적게 남기 때문이다. 이제 은서가 혼자서 일어서기 시작했으니 발달에 대해서는 한시름 놓은 상황. 날 풀리면 병원에 가서 재활의학과 진료예약도 취소하고 와야겠다.

2006년 12월31일 2006년 마지막 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회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아내로서 엄마로서 오로지 가족들을 위한 한 해를 보냈다. 그동안 남편 혼자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져야 했기에 많이 힘들었을 거다. 고단하게 꾸려가는 사업이지만 그 안에 충만한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어 남편이 믿음직하고 자랑스럽다.
“여보 미안해요. 고맙습니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합니다.”
내가 너무나도 두려워하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향해 충실히 다가서고 있는 우리 착한 아들 고동균도 많이 자랐다. 정리를 잘 못하고 덜렁거리는 성격 때문에 잔소리를 많이 듣지만 그래도 심성이 매우 착하다.
“동균아, 엄마가 우리 아들 무지 사랑한다는 거 잊지 마. 엄마도 내년에는 많이 노력할게.”
은서와 단 한 시간도 떨어지지 않고 일년을 지냈다. 꾸준히 모유 수유를 하고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고, 은서가 깨어 있는 시간 내내 아이와 눈을 맞추고 웃어주고, 한 번이라도 더 안아주려고 노력한 시간들이었다. 평생 누군가를 위해 내 모든 시간을 올인한 적이 있던가. 그래서 조금은 후하게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고은서. 엄마에게 기다림이란 소중한 깨달음을 준 기특한 딸내미. 네가 아빠에게 엄마에게 또 오빠에게 많은 웃음을 주었단다. 네가 내 딸이어서 엄마는 행복해. 사랑해.”
2006년. 내 사랑하는 가족들과 같이한 행복한 한 해였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인터넷 사이트 ‘아가사랑’
임신중독으로 30주 만에 미숙아 출산한 엄마 이경숙 ‘감동 육아일기’
임신육아일기 이벤트를 개최한 ‘아가사랑(www.aga-love.org)’은 건강한 임신·출산·육아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0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임신·출산·육아 관련 포털 사이트.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임신·출산·육아 정보는 물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임신·출산·육아 정책을 신속하게 소개하고 있다.
임신육아일기 이벤트와 같은 공모전을 개최해 출산 장려에 힘쓰고 있는데 2007년에는 8월10일부터 10월15일까지 인터넷을 통해 정기적으로 작성한 임신육아일기를 공모, 한 달 반에 거쳐 심사한 뒤 지난 11월27일 대상·금상·은상·동상 각 1명, 가작 2명, 입선 5명 등 총 11명의 입상자를 발표했다. 수상자들에게는 총 2백10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아가사랑’에서는 임신육아 UCC 이벤트도 진행했다. 요즘 부모들은 동영상 촬영을 많이 해 이벤트 참여도가 높았다고 한다. 당선자는 12월21일 인터넷에 발표했는데, 금상은 독신으로 살다가 뒤늦게 결혼해 엄마가 된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최빛나씨, 은상은 집에서 아이 돌잔치하는 과정을 담은 박성녀씨, 동상은 아이의 행동과 놀이를 주제로 영상을 꾸민 김연수씨가 차지했다.
수상자들에게는 금상 1백만원, 은상 50만원, 동상 30만원의 상금이 주어졌으며 당선 작품은 아가사랑 사이트에 게재함과 동시에 CD로 만들어 임신·출산 홍보에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아가사랑 사이트는 앞으로도 다양한 이벤트와 알찬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가임 여성들이 안심하고 임신을 해 안전하게 출산하며,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여성동아 2008년 1월 5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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