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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쌍둥이 아빠’ 조인직 기자의 육아일기 15

쌍둥이의 감성지수를 업~ 시키는 체험거리 가득한 박물관 나들이

기획·권소희 기자 / 글·조인직‘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 사진·문형일 기자

2008. 01. 11

쌍둥이의 감성지수를 업~ 시키는 체험거리 가득한 박물관 나들이

어린이박물관으로 나들이를 떠난 쌍둥이와 엄마아빠.(좌) 찰흙으로 만들어진 토기인형을 갖고 놀며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민정이(왼쪽)와 유정이.(우)


새해가 밝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취재 때는 유달리 ‘문화 대통령’ 이야기를 많이 들은 것 같다. 우리 쌍둥이도 문화적 소양을 갖춘 국민으로 키워야 할 텐데…. 아이들도 이제 한 살 더 먹어서 한국 나이로는 네 살인데, 수준에 맞는 나들이 공간이 없을까 고민이 됐다. 집 밖으로는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어 선뜻 나들이를 나서는 일도 망설여졌다.

맘껏 뛰놀 수 있어 좋은 박물관 나들이
쌍둥이의 감성지수를 업~ 시키는 체험거리 가득한 박물관 나들이

쌍둥이와 조 기자는 오랫만에 박물관에서 감성지수를 한껏 높였다.


고심 끝에 찾은 곳은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에 자리한 국립중앙박물관이었다. 부지는 광활한데 3~4층 규모의 건물이 두세 개밖에 눈에 띄지 않고, 차로도 한켠으로 치워놓은 탓에 공간이 매우 넓어 보인다.
‘넓게 보이는’ 곳의 장점은 아이들을 풀어놓아도 거리낌이 적다는 것이다.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마트에서는 아빠엄마 손을 놓칠 세라 긴장과 집중을 많이 하게 되지만, 이곳은 사방이 트여 있어 아이들이 그야말로 ‘뛰어봤자 벼룩’이다(물론 평일 오전 기준이다. 회사원 아빠들은 평일날 휴가를 내 구경하는 게 좋을 듯하다).
두 번째 좋은 점은 따뜻한 햇살이다. 집이 4층이고 고층아파트 틈에 위치하다보니 아이들이 햇빛 구경을 감질나게밖에 할 수 없어 늘 아쉬웠었다. 이곳은 낮은 건물 몇 개만 있어서 그런지 추운 날씨라도 햇볕 나는 날에는 일광욕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단, 날씨가 건조하니 보습로션과 자외선 차단제는 잊지 말고 꼼꼼하게 발라줘야 한다.
우리 가족이 방문한 곳은 어린이박물관이다. 입장료도 앙증맞게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5백원씩이다. 취학 전인 우리 아이들은 당연히 면제라 1천원만 내고 들어갔다.
내부에 들어서면 다른 박물관과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 있다. 전시물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전시돼 있어 아이들을 들어 올려 보여줄 필요가 없고, 관람 온 아이들 모두 뛰어놀며 만지기 때문에 눈치 볼 걱정이 없다는 것이다.

쌍둥이의 감성지수를 업~ 시키는 체험거리 가득한 박물관 나들이

어린이교실에서는 수업이 없는 경우 비치된 토기인형이나 퍼즐을 갖고 놀 수 있다. 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나오는 축음기 모양의 기계에 푹~ 빠진 유정이. 체험교실에서 가야금을 갖고 노는 민정이.(왼쪽부터 차례로)


다양한 체험 즐기며 감성, 지성 키우는 아이들
쌍둥이의 감성지수를 업~ 시키는 체험거리 가득한 박물관 나들이

신라시대 임금의 왕관을 쓰고 있는 민정이.


전시실은 ‘옛날 사람들의 삶’이라는 대주제 아래 ‘보금자리(집)’ ‘농사짓는 생활’ ‘마음과 혼의 소리(음악)’ ‘생존의 법칙(전쟁)’ 등의 테마로 꾸며져 있었다. 옛날 사람들이라고는 하지만 조선시대나 고려시대는 아닌 것 같고 청동기 시대부터 삼국시대 정도인 듯 보였다.
아이들이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곳은 음악 코너였다. ‘체험식 박물관’이라 아이들이 전시된 물건을 마음껏 만질 수 있어 좋았다. 북과 장구, 꽹과리 같은 전통 음악기구들이 걸려 있었는데, 옆에 놓인 채를 들고 신나게 두들기니 다양한 소리가 났다. 조그마한 공간에 노래방 스크린을 마련해놓은 ‘향가 노래방’도 아이들의 흥미를 끌었다. 이곳에서는 버튼을 누르면 신라향가가 나와 신나게 춤을 출 수 있다.
‘농사 짓는 생활’에서는 선사시대 움막집 모형이 그럴 듯하게 세워져 있었다. 어른인 내 눈에도 신기할 만큼 실감 나게 만들어져 있어 인상적이었다. ‘생존의 법칙’ 코너에는 신라시대 임금의 왕관이 있다. 아무나 쓸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너무 커서 잠깐 씌워놓고 후다닥~ 사진을 찍었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 3시에는 사전 예약자들에 한해 ‘선사시대 모빌 만들기’ ‘박물관 이야기 교실’ 같은 수업이 어린이교실과 체험교실에서 열린다. 쌍둥이는 아직 어려서 참여할 수 없지만, 유치원 이상이라면 한번 들어볼 만하다. 수업이 없는 날에는 휴식 공간 비슷한 용도로 쓰이는 모양이다. 다양한 모양을 짜 맞출 수 있는 퍼즐과 장구·가야금 등의 악기 등이 마련돼 있어 신나게 갖고 놀 수 있다. 신데렐라나 토마스기차 같은 퍼즐을 맞추다가 고려청자 같은 ‘어색한’ 모양의 퍼즐을 맞추니 가족 모두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평일(6시)보다 3시간 여유 있는 저녁 9시까지 야간개장(?)을 하니 바쁜 엄마아빠들에게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모든 일이 100점 만점일 수는 없는 것 같다. 박물관 직원들의 태도가 사설처럼 친절하지 않고, 20대 자원봉사자들도 숫자는 많긴 한데 궁금증을 썩 잘 해소해주지 못한다. 단체관람객 유치원생들은 통제가 되지 않아 시간에 따라 다소 소란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1시간 정도 풀어놓고(?) 마음껏 만지고 구경하고 놀게 하는 데 여기만큼 좋은 장소도 없는 듯하다.
박물관 옆에는 각종 꽃과 나무, 청둥오리를 볼 수 있어 ‘자연생태박물관’이라고 불리는 용산가족공원이 자리하고 있으므로 박물관 구경을 끝내고 30분 정도 산책하는 것도 좋다. 8차선 건너편에는 ‘없는 게 없다’는 동부이촌동 상가건물이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한 맛집을 찾아가 배부르게 외식한 후, 평소 보기 힘든 수입유아용품 등을 쇼핑하고 돌아오니 다채로운 나들이를 했다는 생각에 뿌듯한 기분이 든다.

조인직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사회부·신동아팀 등에서 8년여간 일했으며 현재는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 재직 중이다. 2002년 10월 결혼해 2005년 5월 쌍둥이딸 유정·민정이를 낳았다.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업무 중에도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딸들의 육아에 발벗고 나서는 열혈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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