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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이병진의 photo Essay

첫 눈이 오기 전에

글&사진·이병진‘방송인’

2008. 01. 10

첫 눈이 오기 전에

첫눈이 올 땐 늘 혼자다. 그 사람이 없었을 때도 지금처럼 늘 붙어 있을 때도 꼭 그렇다. 5년의 겨울을 함께 지냈지만 함께 첫눈을 본 적도 밟아본 적도 없다. 한번은 난 열심히 PC게임에 미쳐 있었고, 또 한번은 촬영 중에 눈을 만났고, 또 한번은 첫눈 때문에 차를 버리고 2시간을 걸어야 했으며, 그다음 해인가는 2시간을 차를 몰고 갔으나 그 사람이 자고 있었고 이번 첫눈 오는 날 그는 오랜만에 만난 자신의 친구들과 음주가무를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소리없이 내려와 회색빛 땅과 뜨거워진 자동차들을 하얗게 뒤덮은 눈을 보면 참 고맙다.
내 곁에 있는 그 사람을 더욱 특별하게 해준다.
함께 봉숭아로 손가락을 유치하게 만들지 않아도,
굳이 약속을 하지 않아도 그날이 되면 자동적으로 약속을 정하게 되고 별것 아니지만 맛있는 것을 찾게 되며 휴대전화를 붙들고 각자의 그 사람을 찾게 된다.
눈 오는 날은 그 사람의 생일이다. 누구든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린 수많은 사람에게 친절과 관심을 베풀면서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친절과 관심은 그 대상이 기대하지 않았을 때 주어야만 감동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첫눈이 오기 전에 잘하자는 말이다. ㅋㅋ
첫 눈이 오기 전에

이병진은… 92년 데뷔한 뒤 느릿느릿한 말투와 촌철살인의 개그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방송인.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무대디자이너, 방송작가 등 여러 직업을 거쳤으며 예술적 감수성과 사진 실력이 뛰어나다. 2006년 포토에세이집 ‘찰나의 외면’을 펴냈으며, 현재 MBC 일일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에 출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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