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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아빠가 꼭 알아두세요~

‘딸을 승부에 강한 아이로 키우는 놀이 교육’

열 살 시아 아빠, 문화평론가 김지룡 체험 통한 조언

기획·송화선 기자 / 글·이동주‘자유기고가’ /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07.12.13 16:59:00

문화평론가이자 어린이 경제교육 전문가인 김지룡씨는 큰딸 시아양의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다. 딸을 미래 사회의 리더로 키우려면 엄마뿐 아니라 아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 스스로 개발한 다양한 놀이를 통해 딸에게 ‘승부근성’을 심어주는 김씨를 만났다.
‘딸을 승부에 강한 아이로 키우는 놀이 교육’

“누구한테 지는 건 정말 화나고 싫지만, 그것 때문에 오래 화내지는 않아요. 지는 것도 알아야 하니까요.” 문화평론가이자 어린이 경제교육 전문가인 김지룡씨(43)의 딸 시아양(10)은 자신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명쾌하게 답했다. 낯을 가리거나 수줍어하는 기색 없이 당당히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에서 그의 성격을 한눈에 눈치챌 수 있었다. 시아양의 이름은 러시아, 아시아, 유라시아의 ‘시아’에서 따온 것. 김씨는 “시아가 외갓집 장손인 외사촌 오빠의 돌잔칫날 태어나 집안 어른들에게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며 “어른이 되면 여자라는 이유로 뒷전에 밀리거나 푸대접받는 일 없이, 세계 속에서 날개를 활짝 펼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아’라는 이름을 지어줬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이름에 걸맞게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곰곰이 생각하다 ‘승부에 강한 아이로 키워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남자에게 유리한 경쟁 사회잖아요. 왜 능력 있는 여자들이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남자를 이기지 못하는 것일까 생각하다 내린 결론이 어린 시절 승부근성을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거였어요. 남자들은 일찍부터 싸움을 하며 자라기 때문에 이겨야겠다는 의지, 곧 ‘승부근성’이 강하거든요.”
김씨는 시아양이 협동해야 할 때와 싸워서 이겨야 할 때를 지혜롭게 분별하고, 적절한 때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래서 ‘승부근성’과 그것을 승리로 이끌어줄 자신감, 집중력, 체력, 전략적 사고, 자신의 삶을 소중히 가꿔가겠다는 의지 같은 덕목을 고루 키워주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딸에게 승부를 접하게 하고 이기는 기쁨을 맛보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놀이’를 하는 거예요. 그중에서도 상대와 경쟁하고 승부를 벌이는 놀이가 적합하죠.”
김씨는 딸을 키우며 여자놀이와 남자놀이가 금성과 화성만큼이나 큰 차이를 갖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보통 여자아이들은 엄마나 또래 친구와 소꿉놀이를 하며 노는데, 소꿉놀이는 승자와 패자가 없으며 상대와의 협동을 통해 진행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남자아이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구슬치기만 봐도 승자와 패자,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가 뚜렷이 구별되잖아요. 잘하는 아이는 구슬을 뺏고, 못하는 아이는 구슬을 빼앗기죠. 남자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이런 놀이를 통해 서로 상대보다 우위에 서려고 노력하는 법을 배워요.”
김씨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 그는 엄마가 놀이를 통해 친구와 협동하는 법을 가르친다면, 자신은 승부에 강해지는 법을 가르쳐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시아양과 함께 소위 말하는 ‘남자놀이’를 하기 시작했다고.

어릴 때부터 아빠와 놀며 자란 시아, 뚜렷한 목표의식과 강한 성취욕 지녀
“아이들은 두세 살만 돼도 무엇이든 뻥뻥 걷어차는 것을 좋아하잖아요. 이때 풍선처럼 가벼운 공으로 축구 놀이를 하기 시작했어요. 풍선은 정확히만 맞추면 ‘뻥’ 소리와 함께 멀리 날아가서 통쾌한 느낌을 주거든요.”
김씨는 시아양이 풍선 차기에 익숙해진 뒤엔 비치볼 차기 연습을 시키고, 그다음엔 축구공 모양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공을 갖고 본격적인 ‘승부’ 놀이를 했다고 한다.
“한 번씩 번갈아 차면서 누가 더 골을 많이 넣는지 겨루는 거죠. 딸이 찰 때는 제가 다리를 벌리고 서서 축구 골대를 만들고, 제 순서엔 딸이 다리를 벌리고 서 있게 했어요. 사실 이 게임은 자연스럽게 아이가 이기기 쉬운 승부가 됩니다. 제가 다리를 벌리면 제법 넓은 공간이 되지만, 아이가 벌리면 공이 겨우 들어갈 만한 좁은 골대가 되기 때문이죠.”

‘딸을 승부에 강한 아이로 키우는 놀이 교육’

딸 시아양, 아들 동현군과 온몸을 이용해 함께 놀고 있는 김지룡씨.


김씨는 “이것이 딸과 함께하는 승부놀이의 기본”이라고 조언했다. 아이와 승부를 겨룰 때는 90% 이상 져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빠를 이겼다는 사실이 아이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자 자신감의 원천이 되기 때문.
김씨는 시아양이 네댓 살 무렵부터는 함께 스모 놀이도 했다고 한다. 바닥에 경계선을 쳐놓은 뒤 서로 힘을 주어 밀어서 경계선 밖으로 나가게 하면 이기는 방식. 이 놀이를 할 때 주의할 것은 아이가 온 힘을 다해 밀 때만 조금씩 밀려나는 척하다 이불 밖으로 나가주는 것이라고 한다.
“아이가 ‘나는 뭘 해도 아빠를 이길 수 있어’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자신감이에요. 아이가 최선을 다했을 때만 져주면 ‘온 힘을 다하면 이길 수 있다’는 올바른 자신감을 갖게 되죠. 시아는 일곱 살 때 비로소 제가 온 힘을 다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더니 ‘아빠, 아빠 힘 중에서 지금 얼마나 쓴 거야?’ 하고 묻더군요. 그 아이가 ‘3분의 1’이나 ‘4분의 1’ 같은 말을 모를 때라 ‘절반’이라고 했더니 다시 ‘절반보다 큰 건 뭐야?’ 하더라고요. 왜 그러냐고 물으니 ‘이번에는 절반보다 힘을 더 많이 써봐’ 하는 거예요. 시아의 도전 욕구와 승부근성이 발동한 거죠.”
김씨는 이외에도 ‘씨름 놀이’를 통해 역전승의 짜릿함을 가르쳐주고, 다리로 딸아이의 몸을 휘감고 다 풀기 전에는 지나가지 못하게 하는 ‘못 가 놀이’를 통해 역경을 헤쳐나가는 힘을 길러주는 등 다양한 놀이를 통해 아이의 승부근성을 키워왔다.
어린 시절부터 아빠와 함께 온몸을 던져 ‘제대로, 확실하게’ 놀아온 덕분에 시아양은 또래 여자아이들에 비해 뚜렷한 목표 의식과 강한 성취욕을 가진 아이로 자라났다고 한다. 때로는 김씨조차 딸의 승부근성에 깜짝 놀랄 정도라고.
“시야가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에서 줄넘기 시험을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최고 등급을 받겠다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한 달 동안 매일 30분씩 혼자 줄넘기 연습을 하더라고요. 한번은 자기보다 공기 실력이 훨씬 뛰어난 동네 언니와 시합을 해서 이기겠다며 네 시간 동안 꼼짝 않고 공기 연습만 한 적도 있고요. 어릴 때부터 ‘승리하는 기쁨’을 알고 자라서인지, 어떤 승부에서도 지기 싫어하고 악착같이 최선을 다해요.”
그러나 김씨가 딸에게 ‘이기는 법’만 가르치는 건 아니다. 그는 시아양에게 “‘난 항상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상황에서는 다른 이들의 기분이나 감정을 고려해 적절하게 져줄 줄 아는 배려와 아량을 갖춰야 한다”고 일러준다고 한다. 시아양은 종종 게임에 지고 난 뒤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남동생 동현(5)이나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져주는 미덕 또한 보여주고 있다고.
김씨는 최근 시아양을 키운 교육 노하우와 다양한 ‘승부 놀이’ 방법을 담아 ‘승부에 강한 딸로 키우는 법’(21세기북스)을 펴냈다. 그는 “우리 사회에는 아직 딸의 성공을 가로막는 많은 편견과 장애가 있다”며 “시아가 그런 것에 맞서 당당히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동아 2007년 12월 5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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