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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①

기계가 만들어 준 지상낙원 그린 ‘세 여인’

2007. 12. 11

기계가 만들어 준 지상낙원 그린 ‘세 여인’

페르낭 레제, 세 여인, 1921, 캔버스에 유채, 183.5×251.5cm, 뉴욕 현대미술관


서양화가들은 낙원을 그릴 때 사람들을 벌거벗은 모습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벌거벗고 살았다는 이야기를 기억해서 그렇게 그리기도 했겠지만, 항상 날씨가 좋고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낙원에서는 사람들이 굳이 옷을 입고 살 필요를 못 느끼리라 생각해서겠지요.
글쎄요. 낙원 같은 세상이 오면 우리는 벌거벗고 살게 될까요? 실제 우리 환경이 모든 면에서 완벽해진다고 벌거벗고 살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옷은 꼭 추위를 막고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만 입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서양화가들은 옷을 벗은 누드를 통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상의 만족을 표현했습니다.
페르낭 레제가 그린 ‘세 여인’도 편안하고 안락한 삶의 모습을 누드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앉아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소파에 누운 여인들은 매우 행복해 보입니다. 하지만 여인들이 누리는 안락한 환경은 전통적인 낙원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여인들은 하느님이 아니라 과학문명, 기계문명이 일궈준 좋은 환경을 즐기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우리는 옛날 사람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냉난방 시설이 되어 있는 집과 냉장고, 텔레비전, 자동차 그리고 충분한 음식을 갖추고 사는 모습을 과거 사람들의 시각에서 본다면 진정 낙원에 사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레제는 기계문명과 인간의 노동이 얼마나 복된 삶을 가져왔는지 그리고자 했습니다. 모든 사물을 기계의 느낌으로 매끄럽고 반듯하게 그리고, 사람도 기계처럼 매끄러운 곡선 덩어리로 단순하게 표현했습니다. 기계시대는 사물을 규격화하고 표준화해 삭막하다고 비판하는 이도 있지만, 레제는 그로 인해 우리가 얻게 된 것이 큰 까닭에 우리의 생활도 그에 맞춰 변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더∼ 기계는 사람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일할 수 있으므로 기계가 발달할수록 인간은 물질적으로 풍족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계가 많이 사용되기 시작한 산업혁명기에는 기계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에 화가 난 이들이 기계를 파괴하기도 했습니다. 19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이런 움직임을 러다이트 운동이라 합니다. 페르낭 레제는 러다이트 운동을 벌였던 사람들과 반대 입장에 있는 화가라고 할 수 있겠지요.

페르낭 레제(1881~1955) 입체파인 피카소의 영향을 많이 받아 기하학적인 면이 돋보이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1차대전에 참전해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 후 기계문명을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켜 평화롭고 살기 좋은 세상을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화가보다도 기계문명을 잘 표현한 화가로 손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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