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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②

기계의 아름다움을 기하학적으로 그려낸 ‘기계적 요소’

2007. 12. 11

기계의 아름다움을 기하학적으로 그려낸 ‘기계적 요소’

레제, 기계적 요소, 1924, 캔버스에 유채, 146×97cm, 파리 퐁피두센터


환경은 사람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칩니다. 그림의 소재를 선택하는 데도 당연히 영향을 미치지요. 옛날 사람들의 그림에 수려한 자연풍경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그런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입니다. 정물화의 대상도 자연에서 나는 꽃이나 과일 같은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무나 꽃, 새가 아니라 빌딩이나 자동차, 텔레비전에 둘러싸여 살아갑니다. 자연히 자연풍경 못지않게 도시풍경을 많이 그리게 됐고, 정물화도 자연에서 나는 것보다 사람들이 만든 것을 주로 그리게 되었습니다.
레제의 ‘기계적 요소’는 변화된 시대를 인상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얼핏 봐서는 기하학적인 추상화처럼 보입니다. 매끄러운 곡선과 날카로운 직선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 기하학적인 모습들은 여러 가지 기계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실린더나 파이프, 철제 빔 등이 연상됩니다.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라는 제철회사의 광고 문구가 있지요. 꼭 그 광고 문구대로는 아니더라도 이런 기계들 혹은 기계가 만든 물건들이 없으면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런 기계와 기계가 만들어낸 사물은 인간에게 제2의 자연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레제는 옛 화가들이 꽃이나 과일을 놓고 정물화를 그리듯, 이런 기계적인 요소들을 모아 우리 시대의 정물화를 그렸습니다.
한 가지 더∼ 기계는 기능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모양으로 만들어집니다. 먼저 보기 좋은 모양을 만들고 나서 그 다음에 기능을 생각한다면 그 기계는 효율성이 떨어져버릴 겁니다. 이처럼 철저히 기능에 따라 형태를 만들었을 때 나오는 아름다움을 기능미라고 합니다. 비행기의 아름다움이 그런 것이지요. 기계문명이 발달한 사회일수록 기능미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답니다.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칼럼니스트. 신문 기자와 미술 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미술서 집필과 강연, 아트 경영 및 마케팅에 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러시아 미술관 탐방기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 어린이를 위한 미술관 소개서 ‘이주헌 아저씨의 날아다니는 미술관 여행’ 등을 펴냈다. 매주 화요일 EBS의 미술 프로그램 ‘TV갤러리’에 출연해 명화의 감상 포인트와 미술사적 배경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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