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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초보 엄마의 육아일기

생후 8개월 된 아들 키우며 행복 느끼는~ 김은혜 기자

글·김유림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07. 11. 23

MBC 김은혜 기자는 지난 봄 첫아이를 낳은 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예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한 기쁨과 충만감을 아이를 통해 얻고 있는 것. 아이와 함께 있을 때면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수다쟁이로 변한다는 그에게 8개월간의 육아일기를 들었다.

생후 8개월 된 아들 키우며 행복 느끼는~ 김은혜 기자

생후 8개월 된 아들 키우며 행복 느끼는~ 김은혜 기자

아기 울음소리가 울려퍼지는 집에는 웃음소리 또한 끊이지 않는다. 결혼 1년 만인 지난 3월 첫아이를 얻은 MBC 김은혜 기자(36)의 집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광화문에 자리한 그의 보금자리에 들어서자 건강한 모습의 희준이가 생글생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낯선 사람의 방문에도 놀라지 않고 오히려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는 생후 8개월에 접어든 요즘 호기심이 부쩍 늘고 작은 행동에도 크게 반응하며 부부에게 날마다 큰 기쁨을 선사해준다고 한다.
출산 후 3개월 만에 기자로 복직한 그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보니 아이와 함께 있을 때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아이를 돌본다고 한다. 아이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노래를 불러주며, 엽기 춤까지 춘다고. 현재 국제변호사로 활동 중인 그의 남편 유형동씨(36) 또한 아이 앞에서는 과묵함을 벗어던지고 영화 ‘마스크’의 주인공처럼 다양한 표정으로 ‘쇼’를 벌인다고.
“남편은 아이를 바라보는 순간 얼굴에 화학반응이 일어나기라도 하듯 표정이 확 달라져요. 그런 남편을 보면서 ‘이게 바로 부성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야근을 하다 새벽에 들어오는 날이 많은데 옷도 벗지 않고 한참 동안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는 남편을 보면 괜히 눈시울이 붉어질 때도 있어요. 처음에는 그런 남편이 안쓰러워 곤히 자는 아이를 깨우기도 했죠(웃음).”
서른넷 다소 늦은 나이에 결혼한 그는 일찍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면 지금처럼 진한 모성애를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고 말한다. 두 사람 모두 나이가 적지 않아 아이를 원하는 것 자체가 욕심일지 모른다고 생각한 적도 있기에 희준이는 부부에게 더없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 또한 그는 “아이가 가져다주는 행복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 일 밖에 모르고 모든 것이 불안정했던 시기를 지나 어느 정도의 안정을 찾은 시점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것이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생후 8개월 된 아들 키우며 행복 느끼는~ 김은혜 기자

김은혜 기자는 국제변호사인 유형동씨와 2006년 결혼했다.


직업적 특성상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려 애쓰는 그이지만 아이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생각과 행동이 다르게 움직일 때가 있다고 한다. 특히 아이용품을 살 때 필요한 양보다 많이 사서 미처 다 쓰지 못하고 쌓아두는 경우가 있다고. 그는 “‘과잉모성의 산물’이 집안 곳곳에 널려 있다”며 크게 웃었다.
그는 육아와 관련된 정보를 주로 인터넷에서 얻고 있다. 아이용품을 살 때도 인터넷 공동구매를 자주 이용한다는 그는 “천연소재 아기용 매트가 시중에서는 20만원에 판매되는데 공동구매를 통해 7만원에 구입했다”며 자랑을 했다.

“아이가 가져다주는 행복이 이렇게 클 줄 몰랐어요”
재미교포인 남편 유씨는 육아방식에서 가끔 그와 의견 차이를 보일 때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아이를 ‘차게 키워야 한다’와 ‘따뜻하게 키워야 한다’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데, 그가 처음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할 때도 남편은 집안을 한증막처럼 뜨겁게 달구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기만 하면 아이를 안고 서늘한 방으로 옮겨가기 바빴다고. 또한 남편은 아이 교육에 있어서도 매로 다스리는 건 절대 안 된다는 주의라고 한다. 어느 날 그가 “나중에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매를 들 수도 있다”고 하자 “어떻게 아이를 때릴 수 있냐”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고. 결국 두 사람은 TV 다큐멘터리에서 본 대로 집안에 의자 하나를 정해놓고 아이가 큰 잘못을 할 때마다 그곳에 앉게 한 뒤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게 하는 방법과 손을 들게 해 육체적 고통을 주는 방법으로 절충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남편은 조기교육도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아이가 한국에서 자라는 동안은 한국어를 먼저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거든요. 특히 자신이 한국말에 서투르기 때문에 빨리 배워 아이와도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대화하고 싶대요. 남들은 ‘남편 덕분에 영어교육이 필요 없겠다’고 하지만 아이가 어느 정도 크기 전까지는 딱히 혜택 볼 게 없을 것 같아요(웃음).”
그는 아이도 어른과 똑같이 감정이 있다고 믿기에 모든 걸 논리정연하게 설명해주려고 애쓴다고 한다. 아이가 떼를 쓰고 울 때도 무작정 안고 달래기보다 동화구연을 들려주듯 “배가 고프니? 기저귀를 갈아줄까? 낯선 사람들이 있는 게 싫구나?” 하면서 아이에게 현재의 상황을 알려주려 한다고. 하지만 매 순간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이도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아이가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새로운 물건에 호기심을 보일 때면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다고 한다.
매사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그와 달리 남편은 말수도 적고 온순한 성격의 소유자. 가끔 그가 취재원과의 통화에서 언성을 높이다 전화기를 집어 던지기라도 하면 남편은 ‘놀란 토끼눈’을 한 뒤 책상 위에 커피 한 잔을 올려놓고 말없이 사라진다고 한다. 가끔 남녀 역할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장을 보러 갈 때도 그가 운전을 하고 남편은 아이를 안고 뒷자리에 앉는다고.
“남편이 집안일도 더 잘해요. 특히 요리 솜씨가 좋아 주방일은 거의 남편이 도맡아 하죠. 스파게티 같은 간단한 요리는 30분도 안돼 차려내고 손이 많이 가는 프랑스 요리도 식당에서 먹는 것과 똑같은 맛을 내요(웃음).”
남편은 요리를 잘하는 만큼 주방기구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고 한다.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너그럽고 이해심이 넘치는 사람이지만, 주방기구를 함부로 다루는 건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고. 신혼 초 그가 결혼 선물로 받은 믹서를 고장낸 적이 있는데, 남편은 그날 밤잠을 설칠 정도로 속앓이를 했다고 한다.

생후 8개월 된 아들 키우며 행복 느끼는~ 김은혜 기자

김은혜 기자는 아이를 낳은 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넓어졌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주방기구 하나 때문에 그런다는 게 서운하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제가 취재수첩과 노트북을 소중하게 여기듯 남편에게는 주방기구가 중요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무엇보다 선물해준 사람의 정성이 담겨 있는 물건이 망가졌다는 게 더욱 속상했던 모양이에요. 그 사건으로 남편의 섬세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고 아무리 부부 사이라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죠.”
두 사람은 부부싸움이 시작되려고 하면 각자 다른 공간으로 흩어진다고 한다. 즉흥적으로 말을 하고 후회하기보다 각자 독립된 공간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하고, 자신의 어떤 점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했는지 되짚어본다고. 그는 “감정이 격해지기 전에 생각을 정리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상한 성격의 남편은 얼마 전 그의 생일을 기념해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고 한다. 당시 그는 취재 때문에 베이징에 머물고 있었는데, 정작 생일날에는 전화도 없이 생일을 잊어버린 것처럼 행동했던 남편이 다음 날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자 예상치 못한 선물을 건넸다고. 그의 생일에 맞춰 미리 가방을 주문해뒀던 것. 한편 그는 결혼하고 처음 맞은 남편 생일날 카메라 삼각대를 선물했다고 한다. 남편이 평소 사진 찍는 걸 좋아하기 때문인데, 그는 어떤 제품이 좋은지 잘 몰라 며칠 동안 카메라 관련 책을 뒤지며 공부를 했다고.

“일에 대한 열정은 싱글일 때나 가정을 꾸린 지금이나 똑같아요”
그는 육아에 있어 친정부모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서울 서초동에 사는 친정부모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의 집에 들러 아이를 돌봐주기 때문에 마음 놓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아이를 돌봐주는 사람이 따로 있긴 하지만 아이 목욕만큼은 당신들이 직접 해주고 싶어한다고.
“결혼해서까지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죄송하고 감사해요. 아이를 낳아야 부모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를 보면서 ‘우리 부모님도 나를 이렇게 키우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마음 한편에 시린 물결이 일죠.”
어느덧 기자경력 15년 차에 접어든 그는 93년 MBC 입사 이후 최초의 정치부 국회 담당 여기자, 최초의 여기자 출신 앵커 등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며 다양한 이력을 쌓아왔다. 그런 그가 ‘주부 기자’가 된 뒤로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넓어졌다고 말한다. 아울러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품고 있는 따뜻한 시선이 날카롭고 냉철해야 하는 ‘기자정신’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고. 또한 그는 일에 대한 신념과 열정만큼은 싱글일 때나 가정을 꾸린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처음 기자가 됐을 때부터 간직해온 저만의 ‘기자상’이 있어요. ‘약한 자에게는 약하고 강한 자에게는 강해야 한다’는 거죠. 그건 앞으로 제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든지 절대 변치 않을 원칙이고 신념이죠. 또한 어떤 난관에 부딪힌다 하더라도 ‘긍정의 힘’과 ‘낙관의 동력’을 믿는다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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