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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미디어아트 축제 열며 결혼 후 첫 공식석상에 선 SK 최태원 회장 부인 노소영

글·김명희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SK 제공

2007. 10. 24

SK 최태원 회장의 부인이자 아트센터 나비 관장인 노소영씨. 그간 조용한 행보를 보여온 그가 오랫동안 준비해온 미디어아트 축제를 통해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결혼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의 남다른 미디어 아트 사랑, 최태원 회장과의 결혼생활, 남다른 자녀교육법을 알아봤다.

미디어아트 축제 열며 결혼 후 첫 공식석상에 선 SK 최태원 회장 부인 노소영

노소영 관장은 평소 캐주얼한 차림으로 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등 상당히 소탈한 성격이라고 한다. 비가 오는데도 미디어아트 축제 P.Art.y 야외 행사 중 휴대전화로 사진을 전송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노소영 관장.


지난 9월14일 서울 남산 드라마센터. ‘미디어아트 축제 P. Art.y’의 본 행사가 열리기 전, 이 행사를 주관한 아트센터 나비 노소영 관장(46)을 만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행사의 호스트인 만큼 곱게 화장하고 정장 차림으로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노 관장은 머리를 질끈 묶은 채 검정색 티셔츠에 캔버스화 차림으로 행사장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행사를 더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을지 아티스트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스태프들을 독려하는 그의 모습은 ‘재벌가 사모님’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그는 어디론가 달려가더니 우비 하나를 걸쳐 입고는 금방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공학도 출신으로 미술과 기술 접목하는 작업에 관심 많아
사람(People)과 예술(Art),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P.Art.y는 노 관장이 야심차게 준비해 9월14일부터 3일간 열린 미디어아트 축제의 하이라이트 행사. 미디어 아트란 새롭게 등장하는 대중매체를 예술과 접목하는 작업을 말한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이 분야의 선구자로 꼽힌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새롭게 등장하는 모든 매체가 미디어 아트의 대상이 될 수 있고, 2개 이상의 매체를 통합해 사용하기도 한다. 노 관장은 지난 2000년 아트센터 나비 개관 때부터 이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는데 ‘나비’라는 이름은 ‘꽃에 도움을 줘 열매를 맺게 하는 나비처럼 미술과 테크놀로지, 인문학과 사회학, 생물학 등 다른 학문을 연결하는 매개자가 되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노 관장이 이처럼 순수미술이 아닌, 미디어와 기술이 융합된 예술 분야에 주력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먼저 남편 최태원 회장(47)이 이끄는 SK그룹의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질 뿐 아니라 노 관장이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공학도 출신이기 때문에 미술과 기술의 접목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지난 84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앤디 워홀 전시회를 여는 등 실험적인 장르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온 시어머니 고(故) 박계희 여사로부터 받은 영향도 크다고 한다. 고 박 여사는 노 관장을 친딸 이상으로 아꼈고 노 관장도 박 여사를 잘 따랐다고. 노 관장은 시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늘 곁에 두고 틈틈이 읽었던 ‘사서삼경’을 지금까지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는 지인에게 “페이지마다 빽빽하게 연필로 줄을 긋고, 각주들을 달아놓으셨다.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유물이다”라고 말했다고.
노 관장은 이런 시어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지난 6월 박계희 여사 10주기 소장품전을 열기도 했다. 전시에 앞서 노 관장은 “요즘 나는 끙끙거리며 예술과 기술을 새롭게 이해하면서, 조합하려고 기를 쓰고 있다. 지금 내 모습을 보면 어머니는 뭐라 하실까? ‘기왕에 하려면 제대로 해’라고 하실 것만 같다. 어머님이 남겨주신 유산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인들에 따르면 노소영 관장은 상당히 ‘오픈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스스럼없이 젊은 아티스트들과 어울려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얻기 좋아한다는 것. 그는 자주 “지금 변두리 창고에서 컴퓨터 몇 대를 두고 이런저런 실험을 하는 아티스트들 중에 내일의 구글을 창업할 수 있는 인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고 한다.
미술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생활에 있어서도 격식을 따지기보다는 편안하게 그 자체를 즐긴다고 한다. 평소 정장보다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을 즐겨 입고 운전도 직접 한다고. 요즘은 거의 매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에 자리 잡은 아트센터 나비로 출근하는데 점심시간에는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고 한다.
한편, 디지털 마인드를 갖춘 젊은 경영인으로 꼽히는 최태원 회장은 이런 노소영 관장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 지난 88년 결혼, 윤정(18)·민정(16)·인근(12) 세 남매를 두고 있는데 SK 그룹의 한 관계자는 “두 분이 관심사가 비슷하다 보니 서로의 일에 조언을 많이 하고 토론도 많이 한다. 기업 경영인과 예술가로서 이상적인 파트너 관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미디어아트 축제 열며 결혼 후 첫 공식석상에 선 SK 최태원 회장 부인 노소영

저소득층 봉사에 꾸준히 참가하는 것으로 유명한 SK 최태원 회장.(좌) 가정적인 최태원 회장은 지난 2월 회사 행사에 막내 아들과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우)


자녀들과 테니스·스쿼시 함께 하며 건강관리
미디어아트 축제 열며 결혼 후 첫 공식석상에 선 SK 최태원 회장 부인 노소영

노소영·최태원 회장 부부는 가정적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부부 동반 모임을 즐겨 하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불필요한 바깥나들이는 최소한으로 줄인다는 것. 최 회장이 최소 5~6시간씩 소요되는 골프를 하지 않는 것도 아이들과 함께 있어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는 자주 지인들에게 “아이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때까지는 함께 있어주고 싶다”고 말한다고. 특히 이 부부는 아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꼭 지켜본 뒤 출근을 한다.
미국 시카고 유학시절 테니스 모임에서 만나 사랑을 키운 이 부부는 특히 아이들과 운동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딸들이 중학교에 다닐 때는 스쿼시를 같이했고 요즘은 막내인 아들과 틈틈이 축구·농구 같은 운동을 즐긴다고. 노 관장이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 역시 아이들과 운동을 자주 하기 때문인데 노 관장은 이 외에도 틈틈이 요가와 스트레칭으로 건강관리를 한다고 한다.
미국 유학시절 자취를 한 덕분에 요리 실력이 수준급인 최 회장은 주말엔 가족을 위해 직접 부엌에 들어가 음식을 만들 정도로 자상하다고 한다.
SK 집안의 교육관은 “스스로 알아서 선택하고 책임지라”는 것이라고. 자율성을 강조하는 이 같은 교육관은 자칫 방만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자녀들의 의사를 존중하되 최소한의 원칙을 정해 바른 인성을 갖도록 신경쓴다고.
SK그룹의 관계자는 “최 회장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면 대충 둘러보게 하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 미리 공부한 다음 현장에서 받은 느낌을 메모하고, 숙소에 돌아와서는 그걸 이야기하게 한다. 또 용돈을 쓸 때도 자신에게 들어온 돈이 어떤 식으로 빠져나가는지 확인할 수 있게 입출 내역을 정리하도록 해 돈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고 말했다.
이 부부가 매년 중증 장애인 보호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 최 회장은 지난 2003년 성탄절 때 처음 이 시설을 방문한 후 “크리스마스만큼은 이곳에서 보내겠다”고 약속했고, 자녀들과 함께 이를 매년 실천해오고 있다. 또 SK그룹은 ‘행복 나눔 재단’을 설립해 결식아동 무료 급식과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는데 최 회장은 매년 2회 이상 이런 활동에 공개적으로 참가, 직원들의 봉사 의지를 북돋워 준다고 한다. 노소영 관장은 이와 별도로 재벌가 여성들의 자선모임인 ‘미래회’ 회장을 맡아 불우청소년과 장애아동을 위한 기부 및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 이 부부는 노 관장의 친정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건강이 악화돼 걱정이 많다고 한다. 부모를 모두 여읜 후 장인·장모를 친부모처럼 의지해온 최 회장은 요즘 처가를 찾아 안부인사를 하는 일이 부쩍 잦다고. 노 전 대통령이 하루빨리 기력을 회복해 예전처럼 테니스도 치고 집안 대소사도 관장하는 게 이 부부의 가장 큰 바람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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