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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비리 파문 후 3년 만에 연기 복귀하는 한재석

글·김수정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장승윤‘프리랜서’

입력 2007.10.23 17:40:00

지난 1월 군복무를 마친 탤런트 한재석이 SBS 드라마 ‘로비스트’로 연기활동을 재개한다. 2004년 병역기피 파문을 겪으며 입대한 뒤로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았다는 그를 만났다.
병역비리 파문 후 3년 만에 연기 복귀하는 한재석

한재석은 “다시 연기활동을 할 수 있게 돼 행복하고 감사하다”며 밝게 웃었다.


“그동안 늘 연기가 그리웠습니다.” 지난 2004년 병역비리 사건에 연루돼 갑작스레 군에 입대, 브라운관을 떠났던 한재석(34)이 돌아온다. 10월 초 방송되는 SBS 새 수목드라마 ‘로비스트’에 출연하며 3년 만에 연기활동을 재개하는 그는 “군복무 중 연기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고 연기를 갈구하고 갈망했다”며 “이제부터 또 다른 한재석으로 태어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이브의 모든 것’ ‘유리구두’ 등의 드라마로 큰 인기를 모았던 그가 갑작스레 활동을 중단한 건 브로커를 통해 병역을 면제받으려 했던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기 때문. 이후 한재석은 신체검사를 통해 공익근무요원 복무 처분을 받았고 지난 1월 소집해제 될 때까지 서울 송파구청에서 근무했다.
“2년간 군복무를 하면서 지난 삶을 돌아봤어요. 잠깐의 편안함을 위해 철없이 행동한 과거가 부끄러웠죠. 처음엔 함께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는 나이 어린 동기들 앞에서 고개도 들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제 마음을 읽었는지 그분들이 먼저 편하게 대해주고, 힘내라고 격려해줘서 참 고마웠어요.”
담담하게 털어놓는 목소리에서 지난 시간 동안 그가 겪었을 마음고생이 느껴졌다. 한재석은 “이제 법적으로는 의무를 마쳤지만 도덕적으로 보면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다른 분들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잠깐의 편안함 위해 철없이 행동한 과거 부끄럽다”고 솔직히 밝혀
병역비리 파문 후 3년 만에 연기 복귀하는 한재석

그가 ‘로비스트’에서 맡은 역할은 방위사업을 주로 하는 그룹의 2세. 집안의 후광으로 주미대사관 무관으로 군복무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얻은 미국의 군사기밀을 빼돌리다 연인을 잃고 국내로 돌아와 무기 거래를 하는 인물이다.
그는 “군복무 기간에 다시는 연기를 할 수 없을까봐 걱정을 했는데 소집해제 후 열흘이 지났을 쯤 이 작품의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며 “군인이라는 직업이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반가운 마음이 들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항공모함이나 자주포처럼 쉽게 접할 수 없는 무기가 대거 등장하는 점도 매력적이었어요. 지난 2월부터 촬영을 시작했는데, 처음엔 카메라 앞에 서면 다리가 후들거릴 만큼 긴장이 되더라고요(웃음). 다행히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이젠 좀 적응이 된 것 같아요.”
한재석은 “특히 정준호·안재욱·김원희 등 연예인 봉사단체 ‘따사모’ 회원들이 군복무를 할 때부터 늘 ‘방황하지 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줬고, 제대 뒤엔 틈틈이 연기활동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를 잊지 않고 기다려준 팬들의 응원도 그에게는 든든한 힘이 된다고 한다. 그는 “팬들이 내가 일하는 구청으로 찾아와주고 복무를 마친 뒤엔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 힘을 북돋워줬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이런 주위의 응원에 보답하는 길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로비스트’를 촬영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성실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체중을 5kg 감량했고 영어 대사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개인 과외도 받았다고. 영어 대사를 외국인의 발음으로 녹음한 뒤 그대로 따라하는 자신의 발음을 다시 녹음해 외국인에게 테스트를 받는 방식으로 꼼꼼히 준비했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를 깎고 다듬지 않는다면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생각에 데뷔 이래 처음으로 그런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중앙아시아 북부에 있는 키르기스스탄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할 때도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곳은 건조한 날씨와 모래바람 때문에 숨쉬는 것조차 힘들고, 종종 전기가 끊어지거나 물이 안 나와 식수를 구하기 힘드는 등 여러 가지로 열악한 환경이었어요. 예전의 저라면 그런 상황에서 아마 불평불만으로 가득 차 인상을 찌푸리고 다녔을 거예요. 그런데 배우들이 연기해 카메라에 담기는 한 장면 한 장면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나니 고생이라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오히려 스태프들과 함께 라면을 끓여 먹고 인근 마을로 반찬을 얻으러 다녔던 일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그 촬영을 다녀온 뒤부터 제육볶음을 좋아하게 됐다”는 그는 “먼지바람으로 상한 목엔 돼지비계가 최고라고 해 동료들과 멀리 떨어진 한국식당에 가서 종종 사먹곤 했는데 한국에 와서도 그 맛을 잊을 수 없더라”며 뒷얘기를 들려줬다.
그는 인터뷰 중 ‘소중함’과 ‘최선’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현재 자리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해 연기하겠다는 것.
“여전히 조마조마하지만 일하는 재미와 보람을 느껴요. 저와 같은 이유로 마음고생을 했던 (장)혁이가 방송 복귀 후 드라마 ‘고맙습니다’로 크게 사랑 받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았어요. 그동안 말로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이제는 연기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은 만큼 온 정성과 힘을 쏟을 생각이에요.”

여성동아 2007년 10월 5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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