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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진성훈 기자의 아이와 함께하는 놀이 4

자신감 키워주는 베개 & 풍선 놀이

신나게 놀면서 두려움 없애요!

기획·한정은 기자 / 글·진성훈‘한국일보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 ■ 도움말·현득규

2007. 09. 20

자신감 키워주는 베개 & 풍선 놀이

“안녕하세요? 태욱이에요. 아빠가 요즘 많이 바쁘신 것 같아 이달에는 제가 쓰겠다고 했어요. 사실 저도 유치원에서는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집에서는 철없는 태연이하고 ‘누가 아빠 옆에서 잘 것이냐’ 같은 문제를 두고 소리를 질러대느라 피곤하긴 하지만 아빠를 위해서 이 정도는 해야죠.^^
‘아빠랑 놀아주기(?)’를 한 지도 이제 4개월째가 되다보니 저도 요령이 좀 생겼어요. 아빠가 “잘했어, 태욱아!”라고 말씀하시면 전 한껏 어깨에 힘을 주며 ‘으쓱’하고는 활짝 웃는 거예요. 제가 많이 좋아해주면 아빠도 더 기분이 좋아지시는 것 같아요.
지난달엔 아빠 엄마와 함께 수영장에 갔었는데 저랑 태연이가 물을 무서워하는 바람에 제대로 놀지 못했어요. 제가 겁이 많다며 걱정하시던 엄마 아빠가 이번 달에는 ‘담력을 기를 수 있는 놀이’를 배워보자고 하셨어요. 준비물은 베개, 담요나 얇은 매트 몇 장, 풍선 여러 뭐 이 정도예요.
그런데 이번에는 아빠가 제대로 따라오지 못해 하나하나 놀이방법을 가르쳐주느라 제가 고생 좀 했어요. 그래도 아빠가 제가 알려준 대로 즐겁게 노는 걸 보니 보람은 있었어요.
전 이제 그만 가서 ‘파워레인저’나 볼래요. 악당의 모습을 벗고 용사로 되돌아온 아버지와 다섯 남매가 만나는 장면은 언제 봐도 감동적이에요. 여러분, 안녕~!”

하루는 태욱이가 엄마한테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다른 집 동생들은 안 그러는데 태연이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정말….” 아내로부터 이 말을 전해 듣고는 깜짝 놀랐다. 태어난 지 4년도 안 된 녀석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새 태욱이가 컸나 싶다. 그러고 보니 태욱이와 태연이의 관계에도 다소 변화가 생기고 있다. 열에 아홉은 오빠를 이겨먹던 태연이가 이기는 횟수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이다.
이번 달에는 성신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유아체육지도사과정을 지도하는 현득규씨의 도움을 받아 베개와 풍선으로 겁이 많은 아이들의 두려움을 없애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놀이를 배워보았다. 베개는 아이들이 항상 끼고 살면서 자기들 나름대로 이리저리 놀이 용도를 바꿔가며 즐기는 장난감이다. 한때 태욱이와 태연이도 베개 여러 개를 빈 상자처럼 쌓아 집을 만드는 놀이에 열중하더니, 요즘은 베개 커버를 빼 얼굴에 뒤집어쓰고 옛날 ‘영구 없다’와 비슷하게 놀거나, 커버 안에 장난감을 넣고 흔들어대며 논다. 태욱이 말로는 ‘낚시 놀이’라고 한다. 이번 달에는 새로운 놀이를 배우면서 아이들의 베개놀이에 몇 가지를 추가했다.

베개 위 점프 “하나, 둘, 셋~ 점프!”
자신감 키워주는 베개 & 풍선 놀이

맨 먼저 ‘베개 위 점프’ 놀이를 했다. 태욱이와 태연이를 양 옆에 세우고 손을 잡은 채 베개 위에 올라섰다. 바닥에는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매트를 깔아놓았다. “너희들 뛰는 거 좋아하지? 하나 둘 셋 하면 아빠랑 같이 앞으로 뛰어내리는 거야. 높게 그리고 멀리 뛰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태욱이가 힘을 다해 앞으로 뛰어내렸다. “태욱이가 1등! 잘했어요.” 아이들 상태를 봐가며 점점 베개를 쌓아 높이를 조절하고, 꼭 베개가 아니라도 두툼한 이불 몇 장을 쌓아놓고 뛰어내려도 좋을 듯하다. 뛰어내리는 놀이는 아이들 성장점을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다만 너무 높은 곳이나 아무데서 뛰어내리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아랫집에 피해가 없도록 늦은 시간에는 피해야 한다.
준·비·재·료 베개
놀·이·방·법
1 매트 위에 베개를 놓은 뒤 아이와 아빠가 그 위에 올라간다.
2 높이 점프하면서 바닥으로 뛰어내린다. 익숙해지면 베개를 하나씩 쌓아 높여간다.

베개 뛰어넘기 “누가 멀리 뛰나 내기해보자!”
자신감 키워주는 베개 & 풍선 놀이

뛰어내리는 놀이를 끝내고 멀리 뛰는 놀이를 시작했다. 장애물 삼아 바닥에 베개를 놓고 반대편으로 뛰어넘는 것이다. 착지할 지점을 정하기 위해 반대편에는 신문지나 매트를 적당한 크기로 접어놓는다. 점점 출발선과 베개 사이의 거리를 늘려나간다. 평소에 하도 뛰어다닌 덕분인지 태욱이가 곧잘 뛰어넘는다. “태욱아,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
준·비·재·료 베개, 신문지나 매트
놀·이·방·법
1 매트 위에 베개를 놓고 건너편에는 신문지나 매트를 접어놓는다.
2 아이와 아빠가 베개 뒤에 나란히 선 후 베개를 뛰어넘어 신문지 안에 착지한다.
3 익숙해지면 신문지와 베개의 거리를 점점 넓혀간다. 베개 높이를 높여도 좋다.

베개 위 걷기 “팔 벌리고 조심조심~”
자신감 키워주는 베개 & 풍선 놀이

다음은 ‘베개 위 걷기’ 놀이를 했다. 베개 몇 개를 일렬로 늘어놓으면 준비 끝! 아이들이 베개 위에 올라가 바닥을 보지 않고 걸어야 하는데 공포심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길러줄 수 있다고 한다. 팔을 벌리고 걸으면 좀더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알려줄 수 있다. “얘들아, 올라가봐. 앞을 보고 천천히 걸어가는 거야. 넘어지지 말고….” 베개 위로 올라간 태욱이가 잠시 걸어가는 듯하더니 “이게 아니고~” 하며 내려온다. 베개들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더니 둥근 원을 만들고는 그 위에 태연이와 함께 올라가 팔을 벌리고 걷기 시작했다. 꼬리잡기라도 하는 것처럼 살짝 속도를 내면서 태연이 쪽으로 빨리 걷기도 한다. “아빠보다 낫네.” 보고 있던 아내가 웃었다. 머쓱해진 나는 서둘러 놀이를 접었다.
준·비·재·료 베개
놀·이·방·법
1 바닥에 베개를 일자로 늘어놓는다.
2 아이가 베개 위에 올라가서 팔을 벌리고 선다. 이때 아이의 시선은 정면에서 15도 위를 향한다.
3 천천히 걸어서 끝까지 걷는다. 익숙해지면 베개를 여러 개 늘어놓거나 높이를 높여서 한다.



물풍선 던지기 “명중이다 명중~ 아빠를 맞혀라!”
자신감 키워주는 베개 & 풍선 놀이

마지막 놀이는 ‘물풍선 던지기’였다. 풍선을 꺼내자 아이들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풍선에 물을 넣을 때 많이 넣으면 풍선이 묵직해져 떨어질 때 터질 수 있고 아이들이 잡고 던지기도 쉽지 않다. 반대로 물이 적으면 풍선이 잘 날아가지 않으므로 양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종이컵으로 4분의 1이나 3분의 1 정도의 물이면 적당하다. 아빠의 다리나 배 등 특정 부분을 맞혀보도록 유도하고, 아이들이 잘 따라 한다면 맞히는 부위에 따라 점수를 미리 정해놓는 것도 놀이의 재미를 더해주는 방법이다. “아빠한테 던져서 맞혀봐. 누가 잘 던지나 볼까?” 태욱이가 던진 풍선이 몇 번쯤 빗나가 바닥에 떨어지는 바람에 다시 한 번 말했다. “이렇게, 아빠를 맞히는 거야.” 그런데 태욱이가 머뭇머뭇하더니 내 양팔을 잡아끄는 시늉을 했다. “이렇게 동그랗게 해봐.” 태욱이의 말뜻을 한참 만에 알아들은 내가 앉은 자세로 두 팔을 이용해 커다란 농구골대를 만들고 나서야 태욱이가 풍선을 들고 잰 걸음으로 몇 걸음 물러섰다. 풍선을 던져서 집어넣는 거라는데, 해보니 나쁘지 않았다. 풍선을 던져 아빠 팔 안에 집어넣는 놀이가 무료해질 무렵, 나도 풍선을 집어 들었다. 태욱이, 태연이를 향해 던지기 시작하자 아이들이 정신없이 웃으며 도망을 간다. “아빠한테도 던져봐.” 그렇게 모두들 풍선을 들고 뛰어다니며 한참을 놀았다.
준·비·재·료 풍선, 물
놀·이·방·법
풍선에 ¼컵 분량의 물을 넣은 다음 크게 불어 넣는다.
1 아빠는 아이에게 2~3m 떨어진 곳에 선다.
2 아이가 아빠에게 풍선을 던져 원하는 부위를 맞힌다. 아빠와 아이가 역할을 바꿔서 한다.

놀이를 마치고…
점차 놀이에 적응되는 탓인지 이번 달엔 놀이를 적극적으로 응용해보는 태욱이의 활약이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게 아니라 태욱이, 태연이가 아빠와 놀아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감 키워주는 베개 & 풍선 놀이
‘여성동아’ 김명희 기자와 남편 진성훈씨는…


태욱(5)·태연(4) 두 남매를 키우고 있는 6년차 맞벌이 부부.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대신 틈 날 때마다 아이들과 놀아주며 애정을 듬뿍 쏟는 자상한 엄마 아빠다. 남편 진성훈씨는 한국일보 기자로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기 위해 좋아하는 술을 줄일 정도로 육아에 열성적이다. 소심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들 태욱이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길러주기 위해 ‘아이와 함께 하는 놀이’에 도전했다.

태욱이·태연이는…

올해 유치원에 입학한 다섯 살 남자아이 태욱이와 활달하고 사교적인 네 살 여자 아이 태연이. 또래에 비해 체구도 작고 성격도 소심한 태욱이와 달리 태연이는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열성적이다. 욕심도 많아 오빠가 하는 것은 무조건 빼앗고보는 등 한치의 양보도 없는데, 태욱이는 그런 동생에게 양보도 잘 하고 잘 돌봐줄 만큼 듬직한 오빠다.

자신감 키워주는 베개 & 풍선 놀이
놀이 가르쳐 준 현득규씨는…

광명 YMCA 유아교육부 교사 등 10년간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을 살려 방송 및 잡지 등에서 유아교육 패널로 활동 있는 유아지도사. 성신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과 국민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유아체육지도사 과정을 강의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얘들아 놀자’와 ‘현득규의 풍선 아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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