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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강남엄마 따라잡기’ 작가 인터뷰

실제 초등생 딸 키운 경험 바탕으로 ‘강남엄마 따라잡기’ 쓴 작가 김현희

기획·김명희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조세일‘프리랜서’

입력 2007.08.22 11:26:00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키운 경험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강남엄마 따라잡기’를 집필하고 있다는 김현희 작가. 사교육에 ‘올인’하는 학부모들을 미화하거나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교육 현실을 성찰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는 그가 말하는 대한민국 사교육의 현주소.
실제 초등생 딸 키운 경험 바탕으로 ‘강남엄마 따라잡기’ 쓴 작가 김현희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을 무대로 펼쳐지는 SBS 월화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 요즘 항간에서는 이 드라마를 두고 ‘현대판 맹모삼천지교를 현실적으로 그렸다’, ‘그렇잖아도 비정상적인 교육 열풍에 기름을 끼얹는 게 아니냐’는 등 찬반 논쟁이 뜨겁다.
‘남자 셋 여자 셋’ ‘뉴 논스톱’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3’ 등 주로 시트콤에서 활약한 작가 김현희씨(36). 그는 요즘 주부들의 최고 관심사가 무엇일까 관찰한 끝에 교육을 소재로 드라마를 쓰기로 했다고 한다.
“어느 모임에서든 빠지지 않는 얘기가 ‘아이를 어느 학원에 보내느냐’, ‘지금 뭘 가르치냐’ 하는 것들이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주부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교육에 초점을 맞춰 드라마를 쓰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죠. 하지만 이 정도로 화제가 될 줄은 몰랐어요(웃음).”
‘강남엄마 따라잡기’는 초등학교 2학년생 딸을 둔 그의 경험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마음껏 뛰놀게 하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라고 여겼던 그는 딸이 여섯 살 되던 해 일반 유치원 대신 ‘공동육아’를 선택했다.

사교육받지 않고 초등학교 입학한 딸이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지면서 교육에 관심 갖게 돼
“경기도 일산에 살고 있는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사교육을 시킬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난해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직후 깜짝 놀랐어요. 아이들이 피아노는 체르니, 수영은 접영까지 배우고 왔더라고요. 영어도 잘하고. 초등학교 1학년생들이 그 정도 실력이 되리라곤 예상치 못했어요. 안 되겠다 싶어서 학교에서 만난 아이의 친구 엄마에게 ‘영어학원 어디에 보내냐’고 물었더니 안 가르쳐주더라고요.”
김씨는 교육 현실이 생각했던 것만큼 만만치 않음을 깨닫고 공동육아에 동참했던 친구와 함께 “이거 큰일난 거 아닌가” 하고 걱정을 했다.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잘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직후부터 몇 달 동안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받아쓰기 50점, 수학 50점’. 김씨는 아이의 시험지를 받아들고 기가 찼다.
아이의 성적을 확인하고 화가 났다는 김씨는 우선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기 위해 아이를 붙잡고 국어와 수학 공부를 시켰다고 한다. 아이가 이해하지 못하면 ‘왜 이딴 것도 몰라?’ 하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맞춤법을 가르쳐서 보냈는데도 만날 틀려 갖고 오더라고요. 아이는 아이대로 이미 선행교육을 받고 온 친구들 사이에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아이가 ‘엄마는 왜 나를 그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냈어? 다른 아이들처럼 일반 유치원에 보냈으면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되잖아. 다 엄마 때문이야’ 하고 항의를 해서 충격을 받았어요. 속이 상하고 뒤통수를 망치로 세게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죠. 제 교육관이 잘못된 것 같지는 않은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답답했어요. 이 드라마가 강북을 폄훼하거나 강남·북을 편 가르는 드라마라는 비판도 있지만 저는 잘못된 교육 때문에, 특히 사교육 열풍 때문에 엄마와 아이가 얼마나 힘든가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아이들에게 너무 좋은 엄마 되려고 하는 건 아닌가, 혹은 그렇게 해주지 못했다고 해서 죄의식을 갖지는 말자, 그런 얘기죠.”

실제 초등생 딸 키운 경험 바탕으로 ‘강남엄마 따라잡기’ 쓴 작가 김현희

그는 낮에는 식당일,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아들을 뒷바라지하는 민주(하희라)와 ‘원조 강남엄마’ 수미(임성민), 그리고 무늬만 강남 엄마인 미경(정선경)과 일명 ‘촌지 시인’ 국어교사 서상원(유준상) 등 극중 등장인물이 모두 자신의 친구들 모습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수미처럼 남편을 돈 버는 기계로 여기는 주부들이 많아요. 아이들 교육이 1순위고. 자녀를 특목고에 보내면 기세가 더 등등해지고….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동네 아줌마들에게 들키지나 말라’고 차분히 조언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거죠.”
그는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대치동 엄마들을 많이 만났다. 그가 만난 대치동 엄마들은 대부분 검소했다고 한다. 자신을 치장하거나 노후에 대비하기보다는 오로지 자녀 교육을 위해 모은 돈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대치동 주부들이 자기들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더라고요. 일부 돈 많은 주부들이나 사치할까, 대부분 검소하고 아껴 쓴다는 거죠. 다른 동네에 비해 네일숍이 적다고 해요. 그거 받을 시간적·경제적 여유조차 없다는 거죠. 집값 비싼데다 교육 인프라가 남다른 그 동네에 들어가면 신분이 상승한 것 같고 뭔가 성공한 인생처럼 비쳐지는 사회적인 풍토, 그게 문제지요.”
‘강남엄마 따라잡기’에는 학부모로부터 받은 거액의 촌지를 받은 교사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반면 현장체험학습 때 엄마들이 싸온 고급 도시락 대신 손수 준비한 도시락을 먹는 청렴결백한 교사도 등장한다.
“드라마에서 서상원 교사가 촌지를 받은 후 이걸 다 받아야 하나, 절반은 돌려줘야 하나 갈등을 하잖아요. 드라마니까 결국 돌려주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사실 촌지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제가 아는 사람은 선생님이 계좌번호를 가르쳐줘서 텔레뱅킹으로 50만원을 보낸다는 게 실수로 5백만원을 보냈대요. 그래서 ‘4백50만원은 돌려주세요’ 하고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더니 ‘아이 학원비 냈다고 생각하세요’ 하는 답문자가 왔더래요. 또 봉투에 몇 십만원을 넣어서 갔다줬더니 ‘어머님이 들고 계신 (명품)가방이나 하나 선물로 사주세요’ 하는 교사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김씨도 촌지 때문에 고민한 적이 있는 학부모 중 한 사람이다. 그러한 고민은 김씨뿐만 아니라 누구나 할 것 없이 자녀를 학교에 보낸 엄마라면 한 번씩 경험한다. 다행히 김씨는 그러한 고민을 길게 하지 않도록 교사가 도움을 줬다고 한다. 아예 학부모들 앞에서 촌지를 받지 않는다고 선포를 해줬다는 것.

아이의 타고난 기질 잘 파악해 재능 살리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진정한 역할
김씨는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은 이미 부모의 소신대로 아이를 키우기 쉽지 않은 상태가 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엄마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사교육 열풍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덧붙였다. 그는 “부모가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이유 중 하나는 실력향상 외에도 엄마의 불안함이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 친구가 저더러 ‘아이 키울 때는 이웃집 엄마를 조심하라’고 조언하더라고요. ‘이것도 시키고, 저것도 시키고’ 그런 얘길 듣고 귀가 팔랑거리게 되면 학원이든 어디든 안 보낼 수가 없다는 거죠. 저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직후 여러 아줌마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한자도 시키고 영어도 가르치고. 바이올린은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해서 시키고.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는 아이가 학교생활에 적응하면서 좀 더 객관적으로 자신의 딸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아무래도 공부에는 소질이 없는 것 같다!”는 것이다. 대신 그의 딸은 엄마의 재주를 닮았는지 글쓰기에 남다른 재능을 타고났다고 한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글 솜씨가 뛰어나다는 것.

“아이가 글을 잘 쓴다고 해서 창작의 고통이 뒤따르는 작가가 되란 말도 못하겠지만 아이 역시 ‘나는 엄마처럼 거북이 등 될까봐 작가 안 해’라고 말하더라고요. 만날 책상에 앉아 글 쓰는 제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나봐요. 엄마들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고 그 길로 가라고 종용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일부 극성 엄마들은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승진에도 관여를 한다잖아요. 그리고 사법연수원에 간 아이에게 좋은 성적 내 판·검사에 임용되라고 과외를 시키고. 비뚤어져도 한참 비뚤어진 거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엄마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아이들, 무엇 때문에,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그냥’ 공부만 열심히 하라는 잔소리만 듣고 자란 아이들. 그는 “이런 아이들이 과연 성인이 돼서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똑같은 컵에 사람들이 꽃을 꽂으면 꽃병이 되고, 물을 부어 마시면 물컵이 되듯 아이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부모의 진정한 역할은 아이의 타고난 기질을 잘 파악해서 그 재능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안내하는 거라고 믿습니다.”
“극중에서 공부를 잘해 과학고에 간 수미의 아들이 우울증에 시달려 결말이 비참해진다”고 말한 그는 공부를 잘하는 것만이 이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잣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웃고 나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강남엄마 따라잡기’ 명대사 모음
시트콤 작가 출신 김현희씨가 쏟아내는 강남엄마들의 모습, 사교육 열풍에 대한 풍자가 담긴 대사들은 ‘강남엄마 따라잡기’의 인기 비결 중 하나다. 재밌지만 결코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명대사 모음.



▼ “우리나라는 아직도 실력보단 간판이고 돈보단 먹물이야. 가방 끈이 짧으면 가방 브랜드라도 바꿔야 되는 거야!” - 미경이 아들에게 재산만 물려주면 되지, 억지로 공부시킬 필요가 있냐는 남편 상식에게 학벌의 중요성을 주장하며.

▼ “엄마가 극성 떤다고 국그릇이 세숫대야 돼요? 컵이라는 게 이렇게 물컵이 될 수도 있지만, 여기에 꽃을 꽂으면 꽃병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안에 뭘 담을까 그걸 고민해야죠." - 일식집에서 일하는 민주가 주방 아줌마에게 자신의 교육 소신을 말하며.

▼ “강남 엄마 시리즈 몰라? 아들이 문제를 풀다가 ‘엄마, 이 부분을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할 때 대치동 엄마는 ‘그래? 엄마가 그럴 줄 알고 좋은 학원 알아놨어. 내일부터 그리 다니자’, 판검사 남편이 많은 서초동 엄마는 ‘그래? 이따 아빠 들어오면 물어봐’, 돈 많은 압구정 엄마는 ‘네가 드디어 유학 갈 때가 됐구나’. 그리고 자기처럼 학원에서 알아서 해주겠지 손놓고 있는 게 강북 엄마래!” - 외국으로 아이를 유학 보낸 강남 주부가 강북에 사는 미경에게 제발 아이 교육에 관심 좀 가지라고 충고하며.

▼ “너, 강남 미친년 시리즈라고 혹시 들어봤니? 10억도 없으면서 강남 사는 여자, 20억도 없으면서 외제차 모는 여자, 30억도 없으면서 자식 유학 보내는 여자, 40억도 없으면서 ‘사’자 사위 보려는 여자!” - 민주가 아들 교육 때문에 강남으로 이사 가려고 한다고 하자 미경이 정신 차리라며 하는 말.

▼ “의사나 변호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 와이프는 황금오리, 고소득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돈 벌어오는 교사나 약사 같은 와이프는 청둥오리, 직업은 없지만 빚 안지고 집에서 알뜰하게 살림하는 와이프는 집오리, 직업도 없는 주제에 남편 벌어다주는 돈 펑펑 쓰고 빚까지 지는 마누라는 탐관오리, 직업은 없지만 부동산 투기로 집 늘리고 재산 모으기 위해 회의하고 정보 나누는 마누라는 유황오리….” - 민주가 일하는 식당 주방 아줌마가 일식집에서 비싼 점심을 먹는 주부들이 한심하다며.

▼ “소, 돼지도 클래식 듣고 자란 놈은 더 비싼 값 받는데 인간도 제대로 된 교육 한번 시켜봐야지!” - 미경이 남편 상식에게 돈을 들여서라도 교육환경이 좋은 강남으로 이사 가자며.

▼ “남편 팬티 색깔은 가르쳐줘도 과외선생님 전화번호는 무덤까지 가져가는 게 이 동네 엄마들이야. 미안하지만 절대 못 가르쳐줘.” -강남으로 이사 온 민주와 미경이 수미에게 좋은 학원을 알려달라고 하자 절대 안 된다며.

▼ “외국 사립학교 가면 바이올린·첼로 같은 건 기본으로 다 하거든요. 거기선 가야금이나 해금 같은 우리나라 악기를 다뤄야 인정해줘요. 그쪽에선 오리엔탈적인 걸 좋아하거든요.” - 강남에 살고 있는 민주의 시누이 이영이 민주에게 강남에서는 사교육비가 기본적으로 2백만원 이상 들고 특히 요즘은 유학 갈 것에 대비해 국악기도 하나 배워야 한다면서.

▼ “늦었다 생각 말고 지금부터 투자하세요. 수학은 ‘시간’이고 국어는 ‘양’이고 영어는 ‘돈’이라는 말이 있거든요.” - 강남 토박이인 지영이 미경에게 과외교사를 소개해줄 테니 지금부터 아들 교육의 기초를 확실히 잡으라고 충고하며.

▼ “준웅이 1학년 1학기 때 성적표에 쓰여있던 ‘주의가 산만하고 학급 친구들을 선동해 수업 분위기를 흐립니다’가 선생님 만나고 와서 2학기 때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아요? ‘성격이 명랑 쾌활하며 리더십이 있어 급우들과 잘 어울립니다!’ 이렇게 적혀옵디다.” - 미경이 아들 담임선생님에게 촌지를 주러 가야겠다면서.

정리·오진영‘자유기고가’


여성동아 2007년 8월 5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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