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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당당한 엄마

이혼 뒤 열 살배기 아들 홀로 키우는 ‘싱글맘’ 박소원

기획·송화선 기자 / 글·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7.08.22 10:46:00

엄마 또는 아빠 혼자 아이를 키우는 ‘한 부모 가정’이 늘고 있지만, “자식은 부모가 함께 키워야 한다”는 세상의 편견 때문에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속앓이하는 경우가 많다. 이혼 뒤 외아들을 혼자 키우는 박소원씨는 이와 달리 언제나 ‘싱글맘’임을 당당히 밝히는 사람. 생각을 바꾸면 ‘싱글맘’ 가정도 행복하고 희망차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는 박씨와 아들 준석군을 만났다.
이혼 뒤 열 살배기 아들 홀로 키우는 ‘싱글맘’ 박소원

광고대행사 대표로 일하며 열 살 난 아들 준석군을 혼자 키우는 ‘싱글맘’ 박소원씨(45)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당했다. 한 일간지에 ‘우리는 싱글맘 싱글대디’라는 제목의 칼럼을 연재했다가 네티즌들로부터 ‘악성 댓글 폭격’을 맞은 것이다. 8년 전 이혼하고 아들과 단둘이 살고 있지만 즐겁고 당당하다는 내용의 칼럼 아래로 ‘싱글맘은 무슨? 이혼녀 주제에…’ 같은 댓글이 주르르 달렸고, 박씨는 ‘한 부모 가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 얼마나 심한지를 새삼 깨달아야 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저를 소개하면서 싱글맘이라고 하면 상대방이 잠시 멈칫거리는 게 느껴져요.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면서부터 끝없이 반복된 일이죠. 급식이나 교실 청소 같은 일 때문에 다른 학부모들과 얼굴을 마주하면 보통 ‘아이 아빠는 무슨 일 하시나요?’ 하고 묻거든요. 그때마다 제가 ‘아이 아빠는 무역 일을 하지만 같이 살지는 않아요’라고 대답하면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늘해져요(웃음).”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박씨가 싱글맘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잠시 잊고 있던 세상의 편견을 이번 댓글 사태를 통해 다시 한 번 실감한 것이다.
박씨는 37세에 결혼해 아들 준석군을 낳고 이듬해 이혼했다. 전남편은 회사 동료. 같이 어울려 놀러다니는 그룹에서 두 사람만 미혼이어서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이어졌지만 결혼생활은 쉽지 않았다. 직장 동료로 어울릴 때는 잘 통하고 서로 비슷한 점이 많은 줄 알았는데, 막상 결혼하고 보니 맞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나이 들고 머리가 굵어진 뒤 만난 거라 서로 자신의 생활방식을 양보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갈등이 심했고, 결국 2년 만에 이혼했죠.”
준석군의 양육은 박씨가 맡았지만, 아이가 다섯 살 되던 해부터는 아빠와도 만나게 했다. 남편의 지인으로부터 그가 아이를 보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처음부터 아이가 아빠 만나는 걸 막을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하지만 이혼 직후엔 서로 연락하는 게 아무래도 불편하다 보니 세월이 흐른 거죠. 아이가 아빠를 만나기 시작한 뒤에도 전 ‘헤어진 부모에 대해 긍정적인 상을 심어준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해요. 준석이가 갖고 있는 장점을 칭찬할 때 ‘네 아빠를 닮아서 그렇구나’라는 얘기를 자주 해요. 자기가 아빠의 좋은 점을 물려받았다는 자긍심을 갖는 것, 아빠는 뭐든지 잘하는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만남을 즐거워하는 것이 아이의 정서를 위해 좋은 일이니까요.”
박씨는 “엄마가 이혼한 상대방에 대한 분노와 상처를 다스리지 못해 아이까지 알게 만드는 건 아이에게 두 번 상처를 주는 일”이라며 “처음엔 남편을 칭찬하는 데 용기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아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들이 함께 살지 않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쉽지 않은 일.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별똥별이 떨어지는 모습을 본 뒤 소원을 빈 준석군이 “아빠가 돌아오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해 마음이 아픈 적이 있었던 것이다.

이혼 뒤 열 살배기 아들 홀로 키우는 ‘싱글맘’ 박소원

주말이면 함께 축구 게임·농구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싱글맘 박소원씨와 아들 준석군.


“그 일이 있고 나서 어느 날 아들이 식사 전 기도를 하다 말고 불쑥 ‘엄마, 아빠와 이혼한 거였어?’ 하고 묻더라고요. 그렇다고 하니 ‘그럼 아빠는 이제 안 돌아올 거니까 기도를 바꿔야겠네’ 하더군요. 오랜 시간 매일 아빠를 기다렸을 아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만 같아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이제 엄마 아빠는 다시 합칠 수 없다고 분명히 알려줘야 아이가 더 이상 헛된 희망을 품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렇게 분명하고 당당하게 이혼 사실을 밝히는 엄마의 영향으로 준석군도 어린 시절부터 아빠가 없다는 사실을 주위에 편하게 얘기하는 편이었다고 한다. 유치원에서 아빠 얼굴을 그리라고 하면 “저는 아빠와 같이 안 살아서 못 그려요”라고 하고, 학교에서 아빠 캠프를 열었을 때는 “전 아빠가 없으니 엄마와 오겠다”고 했을 정도라고. 그런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그도 조금씩 부모의 이혼 사실을 숨기고 덮으려는 사회 분위기에 물드는 것 같아 박씨는 걱정이 많다고 한다.
“아이가 3학년이 되면서 변화가 생겼어요. ‘묻지 않으면 말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을 세운 것 같더군요. 자기 친구들 가운데 누구도 엄마 없이, 아빠 없이 살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건 비밀처럼 다뤄야 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은 거죠.”

“저의 당당함 보고 아이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결핍 이겨내기 바라요”
박씨는 “한 부모 가정의 자녀 가운데 일부는 학교에서 엄마 아빠 이야기를 지어내며 연기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이가 그런 거짓말을 감당하려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나”라며 “이미 있는 상처는 없는 척 덮어놓는다고 치료되는 게 아니다. 비록 이혼이 내게 아픈 상처일지라도 아이를 위해 더 밝고 긍정적으로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도 처음 이혼했을 때는 준석이를 안고 있으면 하염없이 눈물이 났어요. 그런 저를 보고 어머니가 ‘절대 아이 앞에서 울지 마라. 아무리 어려도 다 기억한다’고 하셨죠. 그때 정신이 번쩍 났어요. 지금 제가 싱글맘이라고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도 아들을 위해서입니다. 제 밝음과 당당함을 보고, 아이도 자신이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결핍을 씩씩하게 이겨내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박씨는 아이를 위해 다른 한 부모 가정과 교류도 하고 있다. 그가 가입한 온라인 싱글부모 모임에는 ‘목욕탕 번개’가 있는데, 딸이 커서 목욕탕에 데려가기 힘든 싱글대디나 같은 처지의 싱글맘이 서로 아이를 바꿔 맡아 목욕탕에 데려가는 걸 뜻한다고 한다.
“그것 외에도 같은 지역에 사는 싱글 부모들이 서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많아요. 아이 맡길 데 없는 싱글대디와 일자리가 필요한 싱글맘의 경우 서로 아이를 키워주고 양육비를 주는 방식으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고, 서로에게 없는 ‘아빠’ 혹은 ‘엄마’의 역할 모델이 돼줄 수도 있어요.”
박씨 역시 이 모임을 통해 아들을 키우는 데 여러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준석군과 함께 또 다른 가정을 꾸리고픈 욕심은 없을까. 지금껏 혼자 생계를 이끌며 아이를 키우느라 재혼은 생각할 틈도 없었다는 박씨는 “그런데 알고 보니 아들을 둔 싱글맘은 재혼시장에서 상품가치가 최하위더라”며 ‘하하’ 웃었다. 그래도 아들에게는 ‘언젠가 새아빠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해둔다고 한다. 또다시 불행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행복의 가능성조차 포기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아이에게 ‘엄마가 재혼한다고 해서 너에 대한 사랑이 변하는 건 아니다’라는 걸 알게 해주려고 해요. 그렇게 솔직하게 아이를 대하면 아이도 부모의 이혼, 아빠의 부재, 그리고 어쩌면 다가올지 모르는 새로운 가족에 대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다스리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소원씨 조언!
한 부모 가정 건강하게 꾸려가려면~

▼ 한 부모 가정인 것을 인정하고 드러내라.
▼ 헤어진 부모에 대해 긍정적인 상을 심어줘라.
▼ 이웃과 사회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라.
▼ 경제 문제에 관한 마스터플랜을 세워라.
▼ 아이에게 다양한 가족형태를 체험시켜라.


여성동아 2007년 8월 5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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