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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진성훈 기자의 아이와 함께하는 놀이 3

수영장에서 아빠와 신나게 놀아요! 풍덩풍덩~ 시원한 물놀이

기획·한정은 기자 / 글·진성훈‘한국일보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 ■ 도움말·권오진(아이 양육 전문가, ‘아빠의 놀이 혁명’ ‘아빠의 습관 혁명’ 저자) ■ 장소협찬·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리버파크(02-455-5000)

2007. 08. 17

태욱이와 태연이는 사람들을 무척 좋아한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우리 부부가 많은 시간을 같이 있어주지 못하기 때문인 듯해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아이와 함께하는 놀이’를 함께 진행하는 기자들은 이제 아이들에게 ‘삼촌’이고 ‘이모’다. 매달 이모와 삼촌 볼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태욱이에게 촬영 전날 “내일은 삼촌이랑 수영장에 가서 헤엄칠 거야.”라고 일러줬다. 그러자 태욱이는 엉뚱하게도 태연이에게 “태연아, 내일 우리 삼촌이랑 목욕탕에서 헤엄친대.”라고 가르쳐(?) 주었다. 지금껏 욕조에 물 받아놓고 목욕하는 게 거의 유일한 물놀이였던 터라 태욱이의 머릿속에는 ‘수영장’이라는 개념이 아직 없었던 것이다. 아침 일찍부터 들뜬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서 수영장에 도착했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목욕탕’이 눈앞에 나타나서인지 아이들 표정이 금세 어색함 반, 두려움 반이 돼버렸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겁이 많다. 순한 태욱이야 그렇다 쳐도, 오빠랑 싸워서 지는 법이 없는 태연이도 알고보면 겁쟁이다. 오빠에게 달려들어 시퍼런 이빨 자국이 생길 정도로 물어뜯다가도 TV에서 사자 얼굴만 나오면 “무서워~.” 하고는 울며 도망간다.
사실 아내도 겁이라면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공포영화는 절반도 제대로 보지 못해 무서운 장면이 나올 기미가 보이면 귀를 틀어막고 이불을 뒤집어쓴다. 고백하자면, 아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을 때 나도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내가 이불 속에서 “어떻게 됐냐”고 물어보면 “설명하기 힘드니까 궁금하면 직접 봐”라고 얼버무리는 이유를 아내는 아직 모른다. 유전자로 만들어진 겁쟁이 가족의 이날 수영장에서의 놀이는 즐겁다기보다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페트병튜브 놀이 “와~ 페트병이 튜브가 됐네!”
수영장에서 아빠와 신나게 놀아요! 풍덩풍덩~ 시원한 물놀이

물 속에 들어가기 전에 페트병으로 튜브를 만들어주기 위해 아이들과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아빠가 태욱이·태연이 물에서 타고 놀 튜브를 만들어줄 거야. 좋겠지?” “네~.” 튜브를 만든다는 말에 처음에는 신나하던 아이들이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손으로 턱을 괴며 지루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태욱이도 튜브를 만드는 데 참여시키기로 했다. “그 하얀 줄(케이블타이) 좀 아빠한테 줄래?” 태욱이가 주는 케이블타이를 받아 페트병을 튼튼하게 연결해 나갔다. 이제야 자신도 튜브를 만드는 데 참여한다는 기분이 들었는지 신나하며 눈이 다시 똘망똘망해졌다. 놀이를 가르쳐준 아이 양육 전문가 권오진 단장은 페트병 튜브를 미리 만들어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보다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작은 일이라도 꼭 아이의 도움을 얻어 함께 만들었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상점에서 파는 튜브가 훨씬 멋지지만, 쓰레기로 버려지는 페트병이 튜브로 변신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창의성을 자극하는 효과도 있다고 알려줬다.
완성된 페트병 튜브를 물에 띄우니 제법 그럴싸하다. 태욱이를 튜브에 엎드려 태운 채로 물에 둥둥 떠다니게 하자 신기해하며 좋아했다. 태연이도 태워줬지만 금세 무섭다고 난리다. 평소 기세등등하던 태연이가 이날 수영장에서는 내내 조연으로 머물렀다.
준·비·재·료 1.5L 페트병 10개, 케이블타이 또는 끈
놀·이·방·법
1 페트병 2개만 먼저 뚜껑 아래 목 부분에 케이블타이를 헐렁하게 묶은 후 케이블타이의 중앙에 새 케이블타이를 대고 직각이 되도록 묶는다.
2 그 옆에 다시 페트병 하나를 같은 방법으로 묶어 10개를 원형으로 연결한다.
3 페트병 튜브가 완성되면 물 위에 띄우고 아이를 올려 밀어주거나 아이가 페트병튜브를 잡고 물장구를 치도록 도와준다.

인간로켓 놀이 “앞으로 나가자~ 슈~욱~”
수영장에서 아빠와 신나게 놀아요! 풍덩풍덩~ 시원한 물놀이

페트병튜브 놀이로 수영장 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뒤 인간로켓 놀이를 했다. 태욱이가 물 위에 가로로 누우면 내가 등이나 목과 엉덩이를 적당히 받쳐서 아이가 물에 빠지지 않게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놀이다. 아이가 자신을 물 위에서 지탱해주는 아빠를 믿게 될 뿐 아니라 물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겁이 많은 태욱이는 물 위에 눕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 아빠가 이렇게 받치고 있으니까 물에 빠지지 않아.”라고 설명해줬지만 태욱이의 표정은 ‘아빠를 어떻게 믿느냐’고 되묻는 듯했고 온몸은 잔뜩 굳어 있었다. 한두 차례 앞뒤로 살살 움직여주며 물속에 빠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주자 그제서야 나를 잡고 있던 손을 풀어 어설프게나마 물 위에 뜬 상태가 됐다. “자, 로켓처럼 나가는 거야.” 제자리에서 원을 그리며 돌기도 하고, 앞으로 걸어 나가기도 하며 몸으로 물을 느끼게 해줬다. “부웅~ 부웅~” 하는 소리를 내며 분위기를 띄워주기도 했다. 놀이를 하는 동안 아이를 받치는 양손으로 균형을 잘 잡아서 아이의 코나 귀로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아이가 아빠를 믿고 몸을 맡길 수 있다.
“태연이도 오빠처럼 해볼까?”라고 물었지만 “싫어!”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태연이를 억지로 물 위로 끌어내려봤지만 내 몸에 찰싹 달라붙더니 떨어지지 않았다. 아쉽지만 태연이와의 인간로켓 놀이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놀·이·방·법
1 아이가 물 위에 차렷 자세를 하고 눕는다. 이때 아이가 물에 빠지지 않도록 왼손으로는 아이의 등이나 목을, 오른손으로는 엉덩이를 받친다.
2 이 상태로 아이의 머리가 물살을 가르며 나가도록 한 방향으로 걷는다. 비행기 소리나 폭탄 소리 등을 내주면 아이가 더욱 흥미진진해한다.

물속 잠수 놀이 “하나, 둘, 셋을 셀 때까지 숨을 참아봐~”
수영장에서 아빠와 신나게 놀아요! 풍덩풍덩~ 시원한 물놀이

다음에는 아이를 업고 물속으로 잠수하는 놀이를 했다. 아이와 물속에 얼마나 들어가 있을 것인지 약속한 후 아이를 업고 하나, 둘, 셋을 외치며 동시에 물속으로 들어가는 놀이였다. 권단장은 코와 입을 막고 숨을 참으면서 도전정신과 인내심을 배우게 되는 것이 이 놀이의 효과라고 했다.
그런데 겁 많은 태욱이에게 체계적인 잠수를 가르치는 것은 무리인 듯했다. 인간로켓 놀이를 하면서 물과 어느 정도 친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물속에서 숨을 참는 것을 생각보다 어려워했다. 결국 내가 태욱이를 안고 물속으로 쑥 앉았다가 바로 일어서는 ‘속성 잠수’로 대신했다. 그나마도 갑작스러운 경험이었는지 태욱이는 얼굴에 물을 뒤집어쓰고 물 밖으로 나와서는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태욱아, 이게 잠수하는 거야. 물고기들처럼~.” “어~엉, 아빠 싫어! 물고기도 싫어!”
놀·이·방·법
1 아이에게 셋을 셀 때까지 코와 입을 막고 숨을 참도록 가르쳐준다. 점점 숨을 참는 시간을 늘리면서 반복한다.
2 숨을 참는 것이 익숙해지면 물에 들어가 아이를 업는다. 3 물속에서 몇 초간 숨을 참고 있을 것인지 약속을 한 후 아빠가 자세를 낮춰 아이와 함께 물속으로 잠수한다. 이때 약속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물 밖으로 나온다.

인간 대륙간 탄도탄 놀이 “아빠 어깨 위에서 물속으로 풍덩~ 뛰어보자!”
수영장에서 아빠와 신나게 놀아요! 풍덩풍덩~ 시원한 물놀이

마지막 놀이는 아빠가 아이를 목말 태운 뒤 목이 잠길 정도로 잠수했다가 땅을 박차듯 일어서면 그와 동시에 아이도 아빠의 어깨를 밟고 있는 발에 반동을 주어 날아가는 인간 대륙간 탄도탄 놀이였다. 아빠와 아이가 호흡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일체감을 키울 수 있는 놀이다. 태욱이의 목까지 오는 높이의 물속에 들어가 아이를 목말 태우고 일어섰다. “아빠 너무 높아요. 앉아… 앉아….” 땅에서는 목말을 재미있게 탔는데 물 위라서 그런지 무서워했다. 그런 아이가 내 어깨를 밟고 일어선 후 다이빙을 하는 것은 다른 놀이와 달리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어느 정도 커야 제대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눈 딱 감고 태욱이를 하늘 멀리 날려볼까 생각도 했지만 혹시나 태욱이가 아빠를 다시는 안 보겠다는 소리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 포기했다. 대신 목말을 태우고 물속에서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놀·이·방·법
아빠의 허리 높이까지 오는 물에서 아이를 목말 태운 후 서로 손을 잡은 채 아이가 아빠의 어깨 위를 밟고 일어선다.
1 아이의 목이 잠길 정도까지 아빠가 물속으로 잠수를 한다.
2 아빠가 땅을 박차고 일어서면 이때 아이도 발바닥으로 아빠의 어깨를 밀어내며 탄도탄 날아가듯 멀리 다이빙한다.
수영장에서 아빠와 신나게 놀아요! 풍덩풍덩~ 시원한 물놀이
‘여성동아’ 김명희 기자와 남편 진성훈씨 가족


2002년 결혼해 태욱(5)·태연(4) 두 남매를 키우고 있는 6년차 부부. 맞벌이를 하고 있어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는 이들 부부는 시간 날 때마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 놀아주며 애정을 쏟는다. 아이들이 밝고 착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으로 육아방식에 대해 고민하면서 대화도 나눈다. 남편 진성훈씨는 한국일보 기자로 틈날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며 시간을 보내는 가정적인 아빠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놀러 갈 때도 꼭 아빠 손을 잡을 만큼 엄마보다 아빠를 더 따르며 좋아한다.



태욱이·태연이는…

수영장에서 아빠와 신나게 놀아요! 풍덩풍덩~ 시원한 물놀이

태욱이는 올해 유치원에 입학한 다섯 살 남자아이. 또래에 비해 체구도 작고 성격도 소심하며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다. 하지만 동생을 잘 챙기고 엄마아빠의 말도 잘 듣는 듬직한 면도 있다.태연이는 무척 활달하고 사교적인 네 살짜리 꼬마숙녀. 모든 일에 빠지지 않고 끼어드는 열성파로 오빠하고 열 번 싸우면 아홉 번은 이길 정도로 왈가닥이지만 의외로 겁이 많다.

놀이를 마치고…

수영장에서 아빠와 신나게 놀아요! 풍덩풍덩~ 시원한 물놀이

수영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태욱이가 물었다. “아빠, 그런데 내 자동차 튜브는 어디 있어?” 지난해 여름 바닷가에 갔을 때 사줬던 자동차 모양의 튜브가 기억 난 것이다. 수영장에서 다른 아이들이 타고 놀던 멋진 튜브들이 부러웠나보다. 그래도 내가 만들어준 어설픈 페트병튜브를 좋아해주고, 수영장에서 바로 떼를 쓰지 않은 것을 보면 기특한 구석이 있다. “아빠가 집에 가서 찾아 줄게.” 태연이가 빠질 리 없다. “아빠 내 거는?” “그래. 태연이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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