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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쌍둥이 아빠’ 조인직 기자의 육아일기 10

고생한 만큼 보람 넘치는~ 쌍둥이들의 좌충우돌 해외여행기

기획·권소희 기자 / 글·조인직‘신동아 기자’

2007. 08. 10

고생한 만큼 보람 넘치는~ 쌍둥이들의 좌충우돌 해외여행기

<b>1</b>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한 민정이와 유정이. <b>2</b> 하루 종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는 조인직 기자와 딸 민정이. <b>3</b> 여행을 통해 아이들의 감성지수가


얼마전 휴가를 얻어 4박5일 동안 사이판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비행기를 타고 장거리를 이동한 것은 쌍둥이들이 태어난 지 25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총론적으로 보면 즐거운 여행이었으나 순간순간을 회고하면 그렇게 힘들 수가 없는, 롤러코스터적인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

쌍둥이들과 함께하는 해외여행은 기쁨과 고통의 연속
즐거웠던 것은 어쨌든 하루 종일 아이들과 어울려 지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면에서 엄마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은 상황을 만회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힘들고 지칠 때 1순위로 엄마를 찾던 아이들이 여행 후 아빠를 먼저 찾는 것을 보면 역시 아이들은 거짓말을 못 한다는 진리가 생각나며 뿌듯함이 밀려온다.
힘들었던 일은 뭘까. 낯선 환경에서 아이들을 달래는 것과 안전의 문제다. 가장 당혹스러웠던 점은 비행기에서 5시간이라는 시간을 보내느냐 하는 것이었다. 제어가 안 되는 아이들은 둘째치고, “아이 관리를 저 정도밖에 못 하나”며 이런저런 한마디를 내뱉는 다른 승객들의 눈짓이 더 힘들게 했다.
그나마 비슷한 또래 연령의 아주머니들은 함께 얼러주기도 하고 이해한다는 듯이 억지로 눈웃음을 건네기도 하지만, “거 참” 하며 연방 헛기침으로 눈치 주는 40대 아저씨, 얼굴은 곱상하게 생긴 미혼이나 아직 아기 없는 기혼자임이 확실시되는 스튜어디스의 부드러운 말투 속에 은근슬쩍 묻어나는 짜증이 가장 부담스러웠다.
“어머님? 여기 아이들 앉히셔야 돼요” “아기도 벨트 매주셔야 한다니까요(왜 그렇게 말을 안 들으시죠?)” 아니 누가 그걸 모르나. 예전 20대 때 오붓하게 부부여행 떠났을 때 우는 아기들 쳐다보며 “부모들이 저렇게 아이를 키우니까 아이들이 버릇없다는 소릴 듣지” 하며 험담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우리 부부도 많은 반성을 했다.
특히 민정이는 비행기 안에서 엄청나게 울어댔다. 이제 뜀박질에 물이 올라 있는 아이에게 생전처음 밀려닥친, 그런 오랜 시간 동안의 구금 혹은 인신구속 상태는 견디기 힘들었으리라. 게다가 항공사에서는 왜 그리도 버스처럼 작은 항공기를 띄우는 건지…. 미주노선 정도 되면 중간중간 비상구 옆 트인 공간에서 뛰어놀 수도 있건만 이건 거의 좌석하고 화장실 빼면 숨을 곳이라고는 꿈도 못 꿀 지경이었다.

고생한 만큼 보람 넘치는~ 쌍둥이들의 좌충우돌 해외여행기

사이판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가족들.


몸소 체험해 터득한 여행 노하우
이번 여행을 통해 몇 가지 팁은 확실히 얻었다. 첫째 비행기를 탈 때는 보딩 타임(탑승시간)을 넉넉히 잡고 최대한 일찍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특히 아이가 두 명일 경우 다리 뻗는 공간이 그나마 넉넉한 비상구 옆 맨 앞자리 일렬 4줄짜리(사이판 같은 단거리 비행기에는 3줄짜리밖에 없다)를 통으로 얻어야 하는데, 늦게 공항에 가면 이 자리를 차지하기 힘들다. 결국은 비행기에 타고나서 옆자리 손님에게 자리를 바꿔주십사 굽신거릴 수밖에.
둘째는 아기가 둘 이상이면 모든 항공사마다 제공하는 우선순위 혜택을 챙겨야 한다. 오래 줄을 설 필요가 없이 ‘아이 딸린 식구’임을 이야기하면 먼저 들여보내주기 때문이다. 항공사 규정이니만큼 당당하게 이용한다.
셋째는 ‘기응환’ 몇 알을 준비해 가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경기 일으킬 때나, 너무 많이 울 때 먹이는 한약제 성분의 생약으로 일반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다. 수면제는 확실히 아니지만 흥분한 아이의 몸 상태를 안정시켜 곤하게 잠들도록 도와주는 기능이 있다. 우리 부부도 미처 몰랐는데 우는 민정이를 보고 옆자리 아주머니가 권해준 약이다. 집에 돌아온 뒤 소아과 의사들에게 물어봤더니 전통적인 약제라서 부작용은 없다고 한다.
넷째는 역시 아기들의 시선과 관심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키는 다양한 장난감 세트와 먹을 거리를 챙기라는 것. 옥수수처럼 자그마한 초코볼은 하나씩 집어먹느라 시간을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유용하다. ‘색칠놀이’ 장난감 세트도 비행기 안에서 하기 좋다.
참,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키즈밀’의 경우 사전에 신청하지 않으면 어른 식사를 주므로 예약할 때 반드시 따로 이야기한다. 음료수 받아마실 때는 반드시 뚜껑 달린 종이컵과 빨대를 함께 달라고 해야 안전하다. 아이들도 긴장해서인지 ‘큰 일’을 공교롭게 비행기 안에서 보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기저귀를 버릴 비닐 팩도 별도로 필요하다.
화장실 안에 기저귀 교환대가 있긴 하나 아내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냥 여기(좌석)서 갈지 뭐”라며 옆자리에서 슬쩍 눈살을 찌푸리는 아가씨를 향해 보무도 당당한 선전포고를 날리는 걸 보면 우리도 예전에 그렇게 하대해 마지않던 아줌마 아저씨가 다 됐다는 확신이 든다. “헤헤, 금방이에요 금방, 아이구~죄송합니다.”
이 밖에 웬만한 리조트형 호텔에서는 침대에서 아기가 굴러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침대 양쪽에 안전 바를 설치해주므로 예약할 때 미리 이야기해둔다.
고생한 만큼 보람 넘치는~ 쌍둥이들의 좌충우돌 해외여행기

이 과정을 이기고 청정 바닷가에서 모래놀이에 열중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래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지나간다. 화끈한 바닷가 조망, 발코니를 열고 “위에 파란 거는 하늘, 아래에 파란 거는 바다”라고 이야기 해주는 아빠, 신기해하며 손가락질하는 아이들,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행복…. 물론 비행기에서 온종일 얼러대야 하는 시간에 비하면 정말 찰나이긴 하다^^.

조인직 기자는…
동아일보 정치부·경제부·시사월간지 ‘신동아’ 등에서 7년여간 일했으며, 올해 7월부터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2002년 10월 결혼해 2005년 5월 쌍둥이 딸인 유정·민정이를 낳았다. 쌍둥이다보니 손이 많이 가고 그만큼 육아에 적극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그는 이제 ‘육아의 달인’이라는 애칭을 달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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