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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Art & Culture

뮤지컬 ‘메노포즈’로 연출가 데뷔하는 전수경

글·김수정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7.08.10 13:37:00

뮤지컬배우 전수경이 연출가로 데뷔했다. 7월 중순 막을 올린 ‘메노포즈’에서 배우와 감독 1인 2역을 맡은 것. ‘메노포즈’에는 2005년 초연부터 참여해 감회가 남다르다는 그가 연출가로 데뷔하는 각오와 일곱 살배기 쌍둥이 딸을 키우는 엄마로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뮤지컬 ‘메노포즈’로 연출가 데뷔하는 전수경

뮤지컬 ‘메노포즈’의 첫 공연을 닷새 앞둔 연습실. 뮤지컬배우 전수경(41)은 무대 한가운데 서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배우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배우들의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은지 몇 차례나 다시 할 것을 주문했다.
‘메노포즈’는 폐경기 여성의 고민을 그린 뮤지컬. 우연히 백화점 란제리 매장에서 만난 네 명의 여성이 속옷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서로 공통된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기억력 감퇴, 발열홍조 등 폐경기 여성들이 겪는 신체 변화와 갑자기 찾아온 외로움, 소외감 등 정신적 변화에 따른 어려움이 유쾌하게 펼쳐진다.
2005년 초연 때부터 출연한 그는 10월14일까지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되는 ‘메노포즈’에서 커리어우먼을 연기하는 동시에 연출을 맡았다. 배우로 활동하면서도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그를 눈여겨본 제작사에서 연출을 해볼 것을 권유한 것. ‘메노포즈’ 초연을 앞두고 미국 브로드웨이로 가 오리지널 작품을 보고 연구하는 등 남다른 열정을 기울였다는 그는 “젊은 연인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대중문화 속에서 나이 든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뮤지컬 ‘메노포즈’로 연출가 데뷔하는 전수경

‘메노포즈’를 통해 배우에서 연출자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전수경. 무대에 오를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뮤지컬은 삶의 기폭제”라고 말한다.


“처음 이 작품의 출연제의를 받았을 땐 ‘벌써 폐경기 여성을 연기할 만큼 늙었나’ 싶었는데 지금은 ‘중년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요. 특히 관객들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보다 공연 한 번 본 게 낫다’는 말을 들을 때 만족스럽고요. 연출 경험은 없지만 저도 이제 40대에 접어들어 공감하는 부분이 많은 만큼 한번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연출을 하면서 공연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갖게 됐다는 그는 “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무대, 조명, 관객 표정까지 세밀하게 관찰한다”고 말했다. 17년간 활동해온 베테랑 배우지만 연출자로서는 신인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크다고.
“원작을 그대로 번역해 올린 초연이 조금 딱딱한 느낌을 줬다면 앙코르 공연 때는 코믹 요소가 강화돼 활기찼어요. 이번 공연에서는 대사와 캐릭터에 신경을 썼어요. ‘Only you’‘YMCA’ 등 60~80년대 유행하던 팝송에 새 노랫말을 붙이고, 여성스러움이 좀 더 강조된 우아한 중년 여성을 표현했어요. 특히 배우들이 입던 옷을 벗어던지고 화려한 드레스로 갈아입고 나오는 마지막 장면에 신경을 썼고요.”
공연장 분위기는 연일 화기애애하다고. 앙코르 공연에서 전업주부 역을 맡았던 개그맨 이영자와 다시 호흡을 맞추는 데다 평소 친분이 있던 가수 조갑경, 탤런트 김선화 등이 캐스팅됐기 때문이다. 특히 주부 배우들이 포진돼 있어 공연 준비 중에도 남편과 자녀에 관한 수다가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그는 “폐경을 겪진 않았지만 출산 후 건망증과 같은 증상을 두루 경험했다”면서 “배우들도 연기를 하면서 가슴에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말했다.
“공연할 때마다 설렘을 주는 뮤지컬이 있는데, ‘메노포즈’가 제게는 그런 작품이에요. 제가 주부다 보니 어떤 이야기보다 진솔하게 다가오거든요. 관객들도 시원하게 눈물을 쏟고 나면 카타르시스를 느껴 한결 마음이 가뿐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관객은 ‘메노포즈’ 보면서 공감 느끼고 저는 ‘메노포즈’ 출연하면서 중년 준비해요”
전수경은 뮤지컬배우 주원성(43) 사이에서 일곱 살배기 딸 지온이와 시온이를 둔 쌍둥이 엄마다. 일을 병행하느라 함께 있는 시간이 부족해 가끔씩 ‘메노포즈’ 공연장에 두 딸을 데려오기도 한다고.
“제가 출연한 뮤지컬을 계속 보고 자라서 그런지 노래를 곧잘 불러요. 얼마 전에는 ‘메노포즈’에 나오는 곡을 흥얼거리면서 멜로디가 맞는지 묻더라고요(웃음). 두 아이 모두 조숙한 편인데 지온이는 적극적인 반면 시온이는 내성적이에요. 지온이는 장난기가 많은데 시온이는 수줍음이 많죠. 쌍둥이인데도 성격이 달라 키우는 재미가 있어요.”
지온이와 시온이는 최근 KBS 오락 프로그램 ‘해피선데이’에 출연하기도 했다. 출연진이 유치원 일일교사 체험을 하기 위해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을 방문했고, 또래에 비해 표현력이 좋은 지온이와 시온이가 제작진 눈에 띄어 녹화에 참여한 것. 그는 남편과 녹화 테이프를 몇 차례나 돌려봤다고 한다.
“‘아이들이 없다면 어땠을까’라는 말을 주고받곤 해요. 불임을 극복하고 어렵게 얻은 아이들이니 저희에게는 보석 같은 존재죠. 요새 남편도 뮤지컬 ‘해어화’에 캐스팅돼 바쁜 날을 보내고 있어요. 이따금씩 찾아가 응원도 하고 싶은데 ‘메노포즈’ 연출을 맡고 있어 가보질 못했어요. 뮤지컬이 끝나는 대로 가족여행을 떠날 계획이에요.”
7월 말 ‘싸움’ ‘묘도야화’ 등 두 편의 영화 촬영도 끝마친 전수경은 드라마 ‘국립수라원’으로 조만간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낼 계획이다. 연말에는 뮤지컬 ‘애니’, 내년 초에는 ‘맘마미아’ 앙코르 공연이 예정돼 있다.
“배우·연출자·교수·아내·엄마 등 1인 5역을 하고 있는데도 지치는 줄 모르겠어요. 관객들에게서 무한한 에너지를 받고 남편과 두 딸에게서 넘치는 사랑을 받아서겠죠. 주부들이 ‘메노포즈’를 보면서 ‘이건 내 얘기다’라고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이 공연을 통해 아름다운 중년이 될 준비를 할 생각이에요. 이렇게 열심히 살다 보면 정작 제 ‘메노포즈’는 늦게 찾아오지 않을까요(웃음).”
공연 일시 ~10월14일 화·목요일 오후 7시, 수·금·토요일 오후 3시·7시, 일요일 오후 3시
장소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
입장료 6만원
문의 02-501-7888

여성동아 2007년 8월 5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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