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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10주년 맞은 동아방송예술대 이사장 & 이사로 함께 일하는 최원석·장은영 부부

글·김유림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7.07.24 09:43:00

지난 99년 스물일곱 살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해 화제를 모은 전 동아그룹 회장 최원석·장은영 부부. 현재 동아방송예술대 이사장과 이사직을 맡아 함께 대외활동을 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8년간의 결혼생활과 시련을 겪은 뒤 깨달은 인생의 참 행복,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었다.
개교 10주년 맞은 동아방송예술대 이사장 & 이사로 함께 일하는 최원석·장은영 부부

개교기념식이 끝나고 학교 임직원들이 준비해 온 생일케이크를 함께 자르는 최원석·장은영 부부.


초록이 한창 싱그러움을 뽐내는 초여름 오전, 경기도 안성에 자리한 동아방송예술대학에서 지난 99년 스물일곱 살 나이차를 극복하고 부부의 연을 맺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최원석(64)·장은영(37) 전 동아그룹 회장 부부를 만났다. 두 사람을 만난 날은 5월28일, 개교 10주년 기념식이 있는 날이었다. 현재 두 사람은 동아방송예술대학 이사장과 이사로 함께 일하고 있으며 이날 행사에는 학생들과 교수·임직원은 물론 동아방송예술대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 버클리음대, 중국 촨메이대학의 총장과 학장, 교수 등이 다수 참석했다. KBS 아나운서 출신인 장은영이사는 단정한 살구색 정장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영어와 한국어를 번갈아 사용하며 사회를 담당했다.
학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장씨는 학교 업무와 관련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한다고 한다. 동아방송예술대의 영문 약자 DIMA(Donga Institute of Media · Arts)도 그가 만든 것이라고. 또한 교수나 교직원들이 학장과 이사장에게 직접 말하기 어려운 내용을 들어서 매끄럽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해마다 열리는 교직원 워크숍에도 빠지지 않고 남편인 최 이사장과 함께 참석해 직원들을 격려한다고.

“남편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걸 먼저 집어내는 능력을 가졌어요”
개교 10주년 맞은 동아방송예술대 이사장 & 이사로 함께 일하는 최원석·장은영 부부

두 사람의 인터뷰는 장은영 이사실에서 시작됐는데, 옆방 최원석 이사장실로 자리를 옮겨 이어졌다. 개교 10주년 행사를 마치고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하던 최 이사장은 아내 장은영씨와 함께 취재진에게 와인 한 잔을 권하며 편안한 얼굴로 부부의 근황을 들려줬다. 마침 전날이 최 이사장의 생일이어서 인터뷰하던 중 학교 임직원들이 3단 케이크와 샴페인을 준비해 이사장실을 방문했는데 장은영씨는 남편과 함께 다정한 모습으로 케이크를 자른 뒤 “생일 축하 노래는 없는 건가요?” 하고 묻고는 바로 “Happy birthday to you”를 선창했다. 장씨에게 “선물을 따로 준비했냐”고 묻자 그는 “사실 이번에는 특별히 준비한 게 없다”며 웃었다. 하지만 남편의 입술에 묻은 와인을 닦아주고 와이셔츠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를 털어주는 모습에서 남편을 위하는 아내로서의 살뜰함이 느껴졌다.
10년 전 처음 신입생을 맞아 이듬해 교육인적자원부 방송특성화대학으로 선정된 동아방송예술대학은 지난 77년 최원석 회장의 아버지이자 동아그룹 창립자인 고 최준문 회장이 설립한 공산학원 재단 소속으로 실습 중심의 전문 방송인 교육기관을 지향하고 있다. 실제 방송사에 버금가는 종합스튜디오와 주조정실, HD카메라를 비롯한 각종 방송장비와 송출장비 등을 갖추고 있으며 최신 디지털 장비는 방송사에서도 빌려갈 정도라고 한다.
최 이사장 부부에게 “학교가 아름답다”고 말을 건네자 장씨는 “남편이 학교를 운영하면서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조경”이라고 들려줬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받는 평가와 깊이 알고 지내는 사람들에게 받는 평가가 극과 극인 사람이 바로 남편인 것 같아요. 말을 할 때 표현력이 부족해 오해를 사는 경우도 더러 있죠. 하지만 남편은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걸 보는 능력을 가진 특별한 사람이에요. 저희 학교는 캠퍼스 규모는 5만 평이지만 학교 부지가 80만 평이 넘는데, 어느 날은 남편이 학교 뒷산을 산책하다가 갑자기 상수리나무(도토리나무)를 다 베라고 하더라고요.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직원들이나 저는 처음엔 의아하게 생각했죠. 전 남편한테 ‘도토리묵을 쒀먹어야 하는데 그걸 다 자르면 어떡하냐’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어요(웃음). 하지만 지금은 모두 다 잘한 일이라고 얘기해요. 상수리나무로 인해 고사 위기에 처했던 소나무들이 몇 년 뒤 위풍당당한 적송의 모습을 드러냈거든요. 금전적 가치만 따져도 상당한 액수라고 들었어요. 남편의 선견지명이 학교의 자산을 불린 셈이죠.”

“재벌 회장이었을 때 누리지 못했던 보통사람의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그동안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혼인신고만 한 채 부부의 연을 이어오고 있는 두 사람은 세월이 흐를수록 둘 사이에 의리와 우정이 더욱 두터워지는 걸 느낀다고 말한다. 장은영씨는 남편이 동아그룹 부도와 관련해 2004년 분식회계 등 혐의로 법정구속돼 6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지극정성으로 옥바라지를 했다. 지난해 남편이 미국에 있는 둘째 아들의 신장을 이식받았을 때도 남편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간호했다.

개교 10주년 맞은 동아방송예술대 이사장 & 이사로 함께 일하는 최원석·장은영 부부

“수술 후 열흘 동안 무균실에 누워 있을 때 아내가 저를 위해 밤을 새우더군요. 병실에 누워 있는 동안 하루에도 몇 번이나 저승사자가 나타나는 악몽에 시달리며 생사의 길목에서 사투를 벌였는데, 아내가 없었다면 그 힘든 시기를 이겨내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다행히 지금은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 상태입니다. 여전히 술을 즐기는 게 건강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어요(웃음).”
아버지에게 신장을 떼어준 둘째 아들은 현재 미국 시카고에서 한인 방송 앵커로 활동 중이다. 장씨는 둘째 아들에 대해 “현지에서 꽃미남 앵커로 통한다. 신장 기증이 쉽지 않았을 텐데 남편이 효자를 뒀다”며 아들 자랑을 했다. 그는 지난 2002년 딸 유정씨를 시집보내며 한차례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유정씨와 그의 인연이 남다르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 그가 KBS 아나운서로 재직 중이던 96년 동아건설 주최 국제행사를 진행하면서 당시 아나운서 지망생이던 유정씨를 만나 남편과 결혼하기 이전부터 친하게 지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모두 제 몫을 다 하면서 잘 살고 있어요. 물론 아버지와의 관계가 자식들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제가 섣불리 얘기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죠. 저와 아이들과의 관계는 100% 자연스럽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예요. 나이 차를 따져봐도 제가 자식들에게 큰누나뻘밖에 되지 않으니까, 그런 데서 오는 어색함은 당연히 있죠.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보통 인연이 아니다 보니 어느 정도 인정해줄 건 인정해주자고 했어요. 처음부터 너무 호들갑스럽게 대하지 말고 남처럼 소홀히 대하지도 말고, 그저 좋은 시선으로 지켜봐주자고 그랬죠. 다행히 아이들 모두 참 쿨해요. 생각이 열려 있죠.”
폭풍우가 지나간 뒤 고요함이 찾아오듯 두 사람은 요즘 들어 누구보다도 평화로운 일상을 지내고 있다고 한다. 오랫동안 자신들을 흔들어놓던 많은 문제에서 해방돼 비로소 인생의 참 행복을 맛보고 있다고. 특히 최 이사장은 “무심(無心), 마음을 비우니 모든 세상사가 즐겁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요즘 중절모를 쓰고 다니니까 대부분 저를 알아보지 못해요. 덕분에 백화점에도 마음 놓고 다닐 수 있죠. 예전에는 양말 한 켤레도 남의 손을 빌려 사 신었는데, 요즘은 제 마음에 드는 옷을 직접 골라 입어요. 그룹 회장이었을 때는 누리지 못했던 소소한 재미를 느낀다고나 할까요. 이런 게 바로 사람 사는 재미가 아닌가 싶어요.”
동아방송예술대학 홈페이지의 홍보 동영상을 보면 CF 마지막 화면에 장은영 이사가 출연해 눈길을 끄는데, 동영상 초반에 등장하는 ‘감독 최원석 이사장’이란 문구 또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최 이사장이 영화감독을 꿈꾸면서 학교 CF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평소 예술에 관심이 많던 그는 시나리오를 많이 읽다 보니 감독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평소 지인들에게 “내가 장남이라 기업을 이어받긴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영화 일을 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영화에 대한 애착이 큰 그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영화감독으로 나설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나운서로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99년 결혼해 어느덧 8년차 주부가 된 장은영씨. 그도 남편과 마찬가지로 이제야 비로소 자신이 보인다고 말한다. 그동안에는 옆도 뒤도 살펴보지 못할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나이듦의 즐거움을 깨닫고 있다고. 그는 “20대보다 30대 후반인 지금이 훨씬 좋다”며 “다소 용기가 줄어들고 성격이 소심해지긴 했지만 그동안의 고통을 이겨내며 깨달은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면 앞으로 나이 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또한 요즘 그는 한 남자의 아내로서뿐 아니라 자식으로서, 형제로서, 친구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말수 적은 남편과 가끔씩 DVD로 영화 함께 보며 이런저런 대화 나눠요”
개교 10주년 맞은 동아방송예술대 이사장 & 이사로 함께 일하는 최원석·장은영 부부

지난 2003년 동아방송예술대 상임이사로 취임한 장은영씨는 교내 업무는 물론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외국 학교와의 교류에도 앞장서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지난 어버이날에도 미국 LA에 계신 부모님에게 꽃다발 보내는 것을 깜빡하고 말았어요. 부모님에게는 언제나 죄송해요. 그동안 제 상황이 힘들다 보니 제대로 딸 노릇을 하지 못했거든요. 부모님도 아마 제가 결혼문제로 그렇게 속을 썩일 줄 모르셨을 거예요. 특히 엄마와의 얘기는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정도예요. 어머니는 기도가 생활화된 분이신데, 인품이 워낙 좋으셔서 제가 엄마의 반만 닮아도 성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어머니 얘기가 나오자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면서 짧은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그러고는 이내 “기도하는 어머니를 둔 사람만큼 축복받은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미소지었다. 독실한 크리스천 집안에서 자란 그는 신앙의 깊이로 따지면 어머니를 따라갈 수 없지만, 언제나 힘들 때마다 자신을 위해 기도해주신 어머니가 있기에 그간의 험난한 여정을 무사히 지나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1남2녀 중 늦둥이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기에 부모에 대한 애잔함이 더욱 큰 듯했다.
“세상의 모든 딸들이 그렇겠지만 엄마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가슴 한편이 아려요. 그만큼 그동안 효도를 하지 못했다는 얘기일 거예요. 여자에게 결혼은 아내라는 타이틀을 하나 더 얻는 것일 뿐, 다른 인간관계의 단절을 의미하는 게 아닌데도 저는 그동안 너무 한 남자의 아내로만 지내왔어요. 이제는 부모님을 비롯해 제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을 좀 더 살피려고 해요.”
결혼 전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을 휴학했던 그는 올해 다시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다. 10년 만의 복학이라 재입학을 했다는 그는 “학교에 다시 나가는 건 시작했던 일을 마무리짓고 싶은 것일 뿐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부 모두 인생의 참 맛을 더 알아가면서 부부관계도 한결 편안해졌다고 한다. 서로 팽팽하게 당기고 있던 마음의 줄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놓아 느슨한 상태로 만들었기 때문. 그는 “요즘에는 부부싸움도 거의 안 한다”면서 “남편이 집에 돌아와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데 가장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남편은 말수가 적은 편이라 저와 대화하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요. 책 읽는 걸 좋아해서 집에서도 서재에 혼자 있을 때가 많고요. 가끔 DVD로 영화를 함께 보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요. 사실 영화를 보는 취향도 좀 다른데 남편은 휴머니즘에 관심이 많고, 저는 얼마 전 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연애시대’처럼 가슴이 ‘먹먹해지는’ 영화를 좋아해요.”
장은영씨에게 2세 계획에 대해 묻자 그는 “남편 쪽 자녀가 셋이나 되고… 지금처럼 지내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간혹 입양에 관한 기사를 관심있게 읽긴 하지만 아직 자신은 공개적으로 입양을 할 만큼 인격적으로 성숙되지 못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학교에 나란히 자리한 이사장실과 이사실에서 근무하면서 서로를 ‘옆방 사람’이라 부르며 동료처럼, 친구처럼 지내는 최원석·장은영 부부. 인간관계에 있어 넓이보다 깊이를 중시한다고 입을 모으는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정의할 때도 “사랑을 바탕으로 한 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성동아 2007년 7월 5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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